　

제목

원로목사님댁 방문기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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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1)
지난 번 감사절기 때에는 예년과 같이 시골에 계시는 원로 목사님 댁을 방문 하였다.
20여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변전소공사를 할 때 다카한인교회에서 나에게 세례를 베푸신 목사님이시다.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알만 한 이들은 알만큼 큰 교회로 부흥시키신 후에 그 교회를 젊은 목사님에게 인계하고 방글라데시에 오셔서 다카한인교회를 섬기시면서 방글라데시에서의 선교사역을 감당하셨다.
그곳에 파송된 다른 선교사님들의 구심점 역할도 자연스럽게 맡아서 하시면서 회교국가인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 한복판에 4층짜리 한인교회 건물을 세우셨다.
한인학교도 세우시고 현지인 목회자 교육원도 시작하셨으며 오지의 의료선교도 꾸준히 하셨다.
워낙 조용하시고 잔잔한 분이시라 만나뵈면 그냥 미소만 지으시고 아무일 안하시고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크고 귀한 일에 들어 쓰시는 것을 현실로 접하여 발견하게 되고는 놀라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조용조용 말씀을 하시는데 들어보면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성경 말씀 같은 은혜를 받게 한다. 서울에서 은퇴하셨을 때 교회 근처에 사택을 마련해 드렸는데 성도들이 계속 찾아와서 그러면 새로운 목사님 목회하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일산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그것도 같은 이유로 못마땅하여 천안의 독립기념관 뒤편에 있는 조용한 마을에 내려가 계신 것이다.
목사님께서 해물탕을 좋아하신다고 하여 일찍이 인근 수산시장에 가서 재료를 장만해 가지고 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방글라데시에서 함께 한인교회를 섬기던 정집사님 내외분과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서 함께 목사님댁에 도착하였다.
정집사님은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계통의 사업을 하시던 그 분야의 원로이신데 그 당시 내외분은 다카한인교회를 성심으로 섬기셨었다. 지금은 은퇴하시고 안성 부근에서 살고 계신다.
목사님댁에 도착하니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1년만에 뵙는 것인데 모습이 그대로 건강하신 것 같아서 감사하였다. 부인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였다. 서울의 교회와 방글라데시 다카한인교회 그리고 그곳에 나가있는 선교사님들 이야기와 한인교회 성도님들의 근황을 이야기 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목사님께서는 요즈음엔 성경을 보면 말씀이 도덕율 그 이상의 말씀으로 들려온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살아라” “그렇게 하지 말라”하는 계율로서의 말씀이 아니고 자신과 말씀이 하나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한복음 15:4) 하신 말씀대로 말씀이 목사님 안에 거함으로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말씀을 쫒게 된다는 뜻인 것 같았고 그리하여 법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다는 말씀으로 들렸다(로마서 6:13).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죽으면 살고 낮아지면 높아진다는 기독교의 역설적 진리를 터득하고 그것이 생활화 되었다는 의미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목사님에게 말씀드렸다. “목사님께서 지금 하신 말씀이 모든 성도들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겠습니까. 목사님께서는 지금 시골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목사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고 또한 말씀하시니 틀림없이 그러한 방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도함을 받고 있다고 믿습니다.”
사도 바울이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예수를 본 받는자 되는 것(에베소서 5:1),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는 것(골로새서 2:2),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는 것(빌립보서 2:5) 같은 것들이 우리들 믿음의 목표가 되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씀 드렸던 것이다.
식사 준비가 끝나니 목사님께서 “장로님이 오셨으니 예배를 드려야죠.”하면서 나에게 예배를 인도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기도는 의례히 하는 것이니 어떤 기도를 드릴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예배 인도는 전혀 예상 밖이었던 터라 난감하여 “전혀 준비를 못했는데요”하고 난색을 표하였더니 “준비 안된 대로 그냥 드려요.” 하시는 것이었다. 찬양과 기도는 한다고 해도 말씀을 증거해야 하는데 준비가 없었으니 갑자기 어떻게 하는가 하면서 잠시 당황하였는데 이내 선포할 말씀이 머릿속에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예배를 시작하였다. 먼저 내가 선정한 곡으로 찬양을 하고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였다. 그리고 정집사님이 택한 찬양을 하고 나서 성경말씀을 봉독하였다. 말씀은 사사기7장 2절이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좇은 백성이 너무 많은 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붙이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스려 자긍(自矜)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하나님께서 제일 싫어하시는 몇가지를 들라면 우상숭배와 교만과 탐욕인 것 같다. 탐욕도 우상숭배라 하셨으니(골로새서 3:5) 결국은 우상숭배와 교만이다.
우상숭배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 마음에 하나님 이외의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요 교만은 그 가운데에서도 내가 하나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본문은 이스라엘 역사상 왕정시대가 열리기 이전 사사시대에 있었던 기드온사사에 관한 말씀이다.
미디안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침략하여 노략하고 억압할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호와 하나님께 부르짖으니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들어서 미디안군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신 이야기인데 기드온이 군대를 소집하였을 때 모인 사람이 삼만이천명이였다.
하나님은 그 인원이 너무 많다고 하시면서 그 이유로 너희가 이기면 너희 힘으로 이겼다 할 것을 염려하신다는 말씀이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서 결국은 300명의 병사만 가지고 미디안군을 치러 나가는데 야간에 기습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미디안 군사들로 하여금 자기들끼리 서로 칼로 찌르고 치게 하시어서 자멸하게 하심으로 기드온으로 하여금 수많은 적군을 물리칠 수 있게 하셨던 것이다.
하나님이 만유의 주재이심을 확실히 믿고 고백하는 우리들도 무슨 일을 하고 나면 아주 흔히 내가 했다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갖게 된다.
온전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하고 영광은 내가 차지하고 입으로만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이것을 모르실리 없다. 이렇게 교만하기 쉬운 우리를 너무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기드온의 병사들이 이러한 잘못을 하나님께 범하지 않도록 자비를 베푸셔서 미리 말씀으로 깨우쳐 주시고 미디안 적군 격퇴하는 일이 오직 하나님에 의해서 역사되었음을 알고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시려는 뜻이 계셨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스려 자긍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하나님의 공로를 내가 차지하는 교만의 죄를 범하지 않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증거하고 나서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하늘로 들려올라간 것 같이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께서도 하나님과 동행하시는 모습을 오래오래 저희들에게 보여주시는 축복을 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기도를 드렸다. 기도 후에 목사님께서 지정하신 찬송가 620장 “여기에 모인 우리”를 다같이 힘차게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2)
정집사님이 식사기도를 드린 후에 집사님댁에서 손수 빚은 도토리묵과 다른 반찬들을 곁들여서 해물탕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는 주로 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목사님은 지금도 방글라데시에 계속 관심을 갖고 계신다.
방글라데시 현지어 성경을 읽고 계시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방글라데시를 위한 기도도 틀림없이 계속하고 계실 것이다.
평소에 목사님은 예수님이 계신 곳이 천국인데 방글라데시에는 불쌍한 영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랑이 많으시고 긍휼하신 예수님께서는 틀림없이 그곳에 계실 것임으로 자신도 예수님을 좇아 그곳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에서 나와 은퇴하신 이후에도 몇 번 다녀오신 것 같다.
일전에 내가 정집사님과 함께 찾아 뵙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드렸을 때 목사님은 반가워 하시면서 대뜸 “우리 방글라데시 한번 가요”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씀이 나에게는 예사로이 들리지가 않아서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잠시 생각 후에 “ 뵙고 말씀드리지요” 했었던 것이다.
20여년 전 내가 방글라데시에서 귀국하고자 했을 때 목사님께서는 좀 더 있다 들어가지 그러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대답하기를 “나의 입장이 머물고 싶으면 얼마든지 머물 수가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음을 아는 내가 회사에서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있음을 기화로 나의 유익을 구하고 회사에 손해가 되는 방향으로 처신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하였던 것이다.
사실은 내가 본사에 돌아가도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또 얼마 안 있으면 정년 퇴직일도 되어오고 하니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나 개인에게는 절대로 유리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귀국을 하고 2년 가량 더 있다가 정년이 되어 퇴직을 하고 지금까지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가끔은 그때 “더 있으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때 만일 지금과 같은 믿음이 있었다면 목사님 말씀을 듣고 그곳에 머물면서 회사에도 득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그곳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이지 목이 곧고 죄많은 내가 그때는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었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택시일을 시키시면서 회개하게 하시고 연단하여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도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나서야 하나님을 모르고 옹졸한 자기의에 함몰되어 있었던 나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는 것이다.
그때 목사님께서 다른 말로 더 이상 설득하지 않으신 것도 나의 부족한 믿음을 보셨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니까 하는 의탁하는 생각도 있으셨는지 모르겠다. 믿음의 척도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얼마나 나를 죽이고 하나님을 의지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죽었는데 그때는 내가 펄펄하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하나님 의지하고 인도하심 따라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나의 처지이다.
그래서 가끔은 만일 하나님께서 “이러 오너라”하시면 아무 망설임 없이 “예” 하고 달려갈 터인데 하고 생각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내려 놓을 것도 버릴 것도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님 손을 붙잡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목사님께서 다짜고짜 “방글라데시 한번 갑시다”하시니 예사로 그냥 들을 수가 없지 않은가.“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인가”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너의 믿음이 어느 정도 자라났으니 이제는 너의 남은 생을 방글라데시에 가서 그 사람들 구원하는 일에 써라 하는 음성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목사님께서는 지나가는 말로 하듯이 이렇게 슬쩍 말씀을 던지시는데 그것을 그냥 가볍게 들어넘기면 안된다. 방글라데시에 있으면서 서울로 휴가를 나올 때인데 목사님께서는 목사님 시무하시던 교회에 가서 교회 지하실에 있는 안쓰는 성경책을 좀 보내 달라고 이야기를 하라 해서 주일날 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나니 담임목사님께서 당회를 소집하고 여러 장로님들 앞에서 나에게 전할 말씀을 전하라 하셨다.
그래서 지하실에 있는 안쓰는 성경책을 좀 보내달라고 전하라 하셨다고 하니 장로님들이 의논을 하시는데 지하실에 있는 성경책이 아니고 다른 방법을 의논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지하실의 성경책이라고 다시 강조했더니 장로님들이 나에게 집사님의 소임은 다 마쳤으니 나머지는 저희들에게 맡겨 주세요 하시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성경책 보내라는 말씀을 그렇게 하셨구나 하고 깨달았었다.
목사님은 큰 교회를 하셨으니 하나님의 크신 역사를 수없이 체험하셨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능력있는 장로님들과도 많은 일을 해 보셨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장로님은 선교여행을 가서 선교지에 필요한 자금을 쾌척하시기도 하고 또 현지에 교회를 세우는데 필요한 비용들도 선뜻 감당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목사님께서는 옛날 내가 커다란 해외공사 현장의 책임자로 있던 시절의 나를 기억하시고 그때는 믿음이 부족했었으나 이제는 믿음이 자랐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소 하는 말씀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는 남들같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없고 더더욱 선교지에 가서 필요한 현금을 척척 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없는 처지에 있음을 목사님께서야 알 턱이 없으시니 그렇게 이야기 하실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지 않고 무전여행을 떠나듯이 모든 것 하나님께 맡기고 무턱대고 방글라데시로 떠나는 일은 목사님도 생각지도 않으셨을 것이요 고령인 현재의 나이를 생각해서나 또한 7년간 그곳에서 생활한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많은 선교사들이 나가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나와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하신다. 그리고 나를 들어 쓰시려면 언제든지 들어 쓰실 것이다. 나는 잠잠히 그러면서도 깨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 되는 것이다.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로마서 12:3)
이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목사님댁을 방문하였던 것인데 목사님께서는 역시나 “방글라데시에 한번 갑시다”하고 이야기를 꺼내시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선교라는 것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고 기독교인이 현지에 가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 그것이 선교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정집사님은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내년에 한번 가자고 했는데 나는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그 때 가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목사님께서는 하나님의 일은 솔선해서 해야지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하시면서 사도 바울도 빌립보에서 사역 할 때 기도처가 있는가 하고 강가로 나갔더니 거기서 루디아라 하는 여자를 만나 그 집에 머물면서 선교를 하지 않았는가 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길게 말씀드렸다.
“작년에 목사님을 찾아 뵙고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서 정집사님 내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때 정집사님은 아프리카에서 봉제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현지인을 감독할 한국인 젊은이를 찾는다면서 추천할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했지요. 본인이 곧 아프리카로 떠난다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인가 지났는데 문득 내가 가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갈 수 있으면 힘자라는데까지 그곳에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고 그곳 사람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일을 전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집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내 나이 비록 70은 넘었지만 아직 5년 정도는 더 일할 수 있는 건강상태이니 나를 이야기 해 보라고 했었지요. 만일 이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것 버리고 아프리카에 가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리라 작정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집사님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지병인 심장병이 도져서 일도 못하고 귀국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었고 나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하고 단념하였습니다.
목사님께서 방글라데시에 다녀오자고 하시는 말씀의 의미도 관광을 다녀오자는 것은 아닐터임으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서면 그때 가서 네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늙어서 쓸모 없는 이 몸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면 그것이 어떠한 일이든 그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하나님께서 오늘의 저를 만드셨으니 뜻로 사용하소서 하는 것이 나의 기도 제목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나의 말을 알아들으신 것 같았다.
지금 내 나이가 70 중반이고 정집사님은 3년 위 그리고 목사님은 5년 연상이시다. 노인네들이 모여 앉아 선교이야기를 하니 젊은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우리네 마음은 하나님 앞에 서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담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 앞으로 좀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하는 일념이다.
나는 방글라데시 선교여행에 대하여 대답을 하지 못했으나 목사님께서는 언제고 꼭 방글라데시에 가실 것 같다. 말씀에서 그리고 눈빛에서 그곳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역력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던져보신 분이고 버려보신 분이시다. 하나님께 기도하시는 분이시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살아온 분이시다. 은퇴하실 때 교회에서 목사님 명의로 마련해 준 사택을 교회에 도로 헌납하신 분이시다.
끝까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시다가 소천에 응하실 분이시다.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올 때 목사님께서 손수 재배하신 무며 배추, 당근, 파, 호박 같은 것들을 트렁크에 가득히 실어 주셨다.
작별인사로 나를 포옹하시면서 아직도 글을 쓰느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계속해서 글을 쓰세요”하시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은 글을 통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택시일을 통하여 손님들에게 기독교인의 향기를 풍겨드리면서 비록 반딧불같이 미약한 빛이지만 비출 수 있다면 비추는 역할도 해 가면서 그리고 내가 섬기는 교회와 그 밖에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주님 의지하고 감당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일년에 한 번이지만 이렇게 원로목사님을 찾아 뵙고 주님 안에서 사랑의 교제를 나눌 수있게 하신 하나님, 목사님을 중심으로 하여 말씀의 교제를 나누게 하신 하나님, 그리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정위에 함께 하시며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감사제를 드리며 노래하여 그가 행하신 일을 선포할지로다(시편 107:33)

2014-12-16 12: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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