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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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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주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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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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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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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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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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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주소
지난 주일 예배를 끝내고 항암치료 중인
친척분의 병문안을 갔다.
몇 주 전보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모습,
고통의 빛이 역력하여 가슴이 싸하다.
그분은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엄마와 따로 살고 있는 손녀가 무척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온 손녀를 붙잡고 울면서
널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다고 뛸 듯이 반가워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아들 이름도 손녀 이름도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모습은 알 것 같은데 이름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인이 이것저것 물었지만 횡설수설 했다.
하지만 고향 주소를 물었을 때는
“평양시…” 번지까지 또박 또박 틀림없이 댄다.
몇 번이고 한 자도 틀림없이 외운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아득하게 정신마저 놓고 싶은가.
눈물로 얼룩진 일기장처럼 드문 드문 지워져
알아볼 수 없는 기억이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게 고향 집 주소였나 보다.
모두 칼끝으로 가슴 속 깊이 새겨넣었나보다.
더러는 새겨넣은 그 자국에 핏빛 한이 응고되어
목울대로 치밀어 올랐으련만….
아니,어쩌면 그건 수십만리 먼 바다에서
다시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본능인지도 모른다.
곧 다시 돌아오겠다고 떠나온 고향이다.
그러나 50년 넘게 돌아가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고향 집이다.
힘없이 잠들어 있는 그분은 꿈을 꾸는 듯하다.
아들 손자 거느리고 평양행 열차를 탄다.
50년 넘게 잊은 적이 없는 야트막한 울타리
햇볕 잘 들던 고향 집 뜰,
대동강 능라도,을밀대,모란봉.
어느 여름 날 닭하고 솥단지 이고 헤엄쳐 건너가서
친구들과 닭죽 쒀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손자들에게 들려준다.
또 그 이야기냐는 부인의 핀잔을 받으면서도 신이 난다.
“오마니,내레 곧 가겠시요…”
헛소리도 잠꼬대도 아니다.
가슴 속에 맺힌 한이 피터지듯이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홀로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었을 때의 용기
,6·25 참전용사로 치열한 전투 속에서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었던 패기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였다.
몇 번의 실패 속에서도 사업을 다시 일으켜
번창하게 한 것도 고향 부모님께 안겨드릴
풍요로움 때문이라고 했다.
평양시가 어디 메냐.
지구 끝까지도 비행기 타고 갈 수 있고
달나라도 우주선 타고 가는 세상인데,
열차 타고 쌩 달리면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향 집인데….
이진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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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12 15:32:39 / 218.238.1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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