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아들아 엄마가

이름

김명석

홈페이지

첨부화일

다음 수필은 신실한 신자인 대호 화백의 글입니다.

아들아 엄마가/대호

3월 19일 정오 12시, 어느덧 90세를 향해 달려가시는 어머니의 생신을 맞이하여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고양시 서오릉 부근에 있는 한식집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직계가족 8인 이내에서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이기도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1974년 2월 국민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던 겨울 어느날,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는데, 지병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앓고 계시던 엄마가
새벽녘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셨습니다.
집에 남아있던 아들들은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끝내 엄마는 회복하지 못하시고 시신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낮에만 해도 엄마가 숟가락에 얹어주시는 김과 반찬을 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는데
세상 여행 이별로 돌아오신 엄마의 시신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중학교 3년 내내 꽃다운 나이 39세에 돌아가신 엄마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974년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새어머니께서 아버지에게 시집오셨습니다.
친엄마 같은 새어머니는 당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네 명의 아들들을 위해
새벽녘에 일어나셔서 도시락을 싸주시고 친자식과 같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가족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47년간 살아오신 엄마인데도
저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친어머니는 '엄마' 새어머니는 '어머니'라고 부르며 묘한 구분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루한 삶에 보내주신 메기 한마리.
저도 모르게 찾아온 그 메기를 거두기 위해 4월 5일 중대한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수술에 보태 쓰라며 봉투를 건네주십니다.
저는 한사코 받을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너무 서운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지못해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봉투를 받지 않았으면 완전 큰일날 뻔 했습니다.
봉투 겉면에는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처음으로 쓰신 편지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수술 잘 밧고 빨이 건강하기 바란다 아들아 엄마가"

47년 동안 항상 이름만을 불러주셨던 어머니, 당신을 지칭하실 때는 어머니라고도
안하시고 '나'라고만 하셨던 어머니신데,
47년만에 아들이라 불러주시고 엄마라고 하셨습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저는 가슴 뭉클하고 감개무량했습니다.
47년 동안 어머니는 아들들을 아들이라고 불러 보고 싶으셨고
아들들이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듯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무정자 휴게실 의자에 앉아계신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무릎을 접고 앉아 어머니께 다정히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저는 봉투 안에 있는 돈보다 어머니가 쓰신 이 글이 더 좋아요.
이제부터는 엄마라고 불러드릴께요."
"그 수술 별거 아니다. 그러니 조금도 염려하지 마라."

그렇게 어머니 생신 축하 식사를 마친 후 목사님이신 큰형 내외와 함께
목회 은퇴를 위해 준비 중인, 서울 시흥에 분양 받은 상가에 새로 꾸민 교회로 갔습니다.

빛과생명교회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요한복음 1:4)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 저예요."
"그래, 저녁 먹고 들어갔다며."
"네, 수술 잘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뵐께요."
엄마, 47년만에 이제서야 엄마라고 불러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제 '꽃다우신 어머니' 그림 제목도 '꽃다우신 엄마'로 바꿔야 할 듯합니다.

2021-03-24 11:00:26 / 121.254.8.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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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헌	김명석시인님의 사랑과 연민의 정이 그득한 아름다운 글 잘읽었습니다. 어떤 수술인지 잘 받으셔서 조속히 회복하시고 주님 찬양하는 글 계속 쓰실수있게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명석	감사합니다, 장로님. 늘 신실한 믿음 안에서 사시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장로님 기도 덕분에 하나님께 찬양이 되도록 하나님의 신유가 역사하실 것을 믿습니다. 건강하시고,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대호	권태현 장로님, 안녕하세요? 저는 환쟁이 대호라고 합니다. 2019년 8월 김명석 작가님으로부터 장로님께서 집필하신 신앙 수필집 '천국의 비밀'을 받고 당시 완독한 바 있습니다. 그냥 가볍게 쓴 수필을 김 작가님께서 여기에 올려주셨고, 장로님께서 기도와 격려까지 해주시니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주님 안에서 더욱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권태헌	대호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사드리며 이 모든 일이 있게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김기준	뭉클합니다.
김명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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