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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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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당신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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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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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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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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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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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멀리 새털구름 사이로 열매를 꿰는 햇살은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곱게 열리는 석류의 잇속을 들여다보며 만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당신은 진종일 걸어도 배고프지 않을 풍요를 마당 가득 널어놓고 우리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같습니다. 농부의 자식들은 가을이면 행복했었지요. 어린 것들은 온갖 햇곡으로 토실토실 살이 올랐지요. 일생의 진액을 쏟아내신 아버지는 허수아비처럼 빈 들판에 서 계셨구요. 콩 꼬투리같던 자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갈길로 떠나왔습니다.
고향의 가을은 무척이나 화려했지요. 뒷산 등성이 이름모를 나뭇잎부터 물들기 시작하여 계곡 옆으로 날개펴듯 서 있는 단풍잎까지 온통 붉게 물들어, 파란 하늘과 맑은 냇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풀잎에 송글송글 맺힌 이슬을 밟으며 반쯤은 고목이 된 밤나무 밑에 덜어진 반질거리는 알밤을 줍던 일은 얼마나 예쁜 그리움입니까? 지금도 꿈속에 재현되는 그 밤나무 아래의 소득은 밤을 구울 때 껍질을 한 모슴 벗겨야 한다는 교훈을 일러주지만 밤 송아리 가시를 조심 하라시던 할머니의 말씀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고향의 추억은 아름답습니다. 천둥 벌거숭이들 한나절 물놀이, 개헤엄 개구리헤엄 놀다가 입술 파래서 해 불러대던 개울물에 가을이면 버드나무 낚시대를 담그고 식욕 왕성한 메기를 기다렸지요. 어쩌다가 한 마리 걸려들기라도 하면 하늘을 나를 듯 기뻐했습니다.
아직은 했살이 따스하던 날 어머니는 방 문틀에 창호지를 바르시고 문 고리 옆에 나팔꽃잎을 붙이셨습니다. 예쁘지? 하고 물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산나리꽃을 닮았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내가 다 자라기도 전에 하얀 꽃가마를 타시고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해 나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코스모스꽃을 산소에 심어드렸습니다.
지금쯤 한창 피어있을 그 곳에 가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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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1-10 17:27:35 / 211.213.16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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