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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19강] 시창작 과정에서 언어의 기능-함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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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강] 시창작 과정에서 언어의 어떤 기능이 중시되나 - 함축성
글/ 이상옥 교수. 시인___

시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 시의 언어는 함축성을 숙명적으로 띠게 되어 있다. 시의 깊이와 넓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많은데, 그것은 시의 언어가 함축성을 지닌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언어의 함축성, 혹은 내포성이 극대화될때 시가 된다는 기본적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시를 읽을 때, 겉으로 드러난 의미, 즉 언어의 외연만 읽고 나머지는 간과해버리는 것이 시를 모르는 일반적 독자의 시읽기이다.
주지하다시피 언어는 외연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로 분류할 수 있다. 외연은 쉽게 말해 사전적 의미이다. 그래서 일반적이고 객관적이다. 김준오는 그의 <<시론>>에서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는 일반적 언어는 랑그(lange)라고 말한다. 즉, 문학의 언어는 이 추상적이고 한정된 랑그를 재료로 하여 예술가가 창조적으로 무한히 부려 쓴 빠롤(parole)이다. 그것은 예술가가 특수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언어라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시의 언어는 개인적 언어가 된다.
시의 언어는 일반적 의미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꽃이라는 랑그를 재료로 하여 수많은 새로운 꽃의 의미를 개인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라는 꽃은 여기서 외연적 의미는 별 의미가 없다. 모란꽃이 핀다는 것은, 화자가 바라는 소망이나 보람 같은 인생에서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지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에서 꽃이라는 랑그를 재료로 하여 삶의 의미, 보람, 소망 같은 새로운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김영랑은 '모란'이라는 꽃을 통하여 개인적 의미, 즉 빠롤을 생산해내었다면, 다른 시인은 또다른 개인적 의미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김춘수의 '꽃'이 다르고, 김소월의 '꽃'이 다르다. 꽃이라는 동일한 랑그를 재료로 시인은 얼마든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시의 언어는 외연적 의미가 약화되거나 지워진 자리에 내포적 의미를 새롭게 덧칠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의 언어는 바다의 빙산과 같고 일반적 언어는 바다에 떠 있는 풍선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빙산은 수면에 드러난 부분은 매우 적고, 수면하에 잠긴 부분이 대부분이고, 풍선은 거의 모든 부분이 수면밖에 드러나고 감추인 부분은 매우 적다. 그 크기도 비교할 수 없지 않은가. 빙산의 거대함에 비하여 풍선은 너무 작지 않은가. 빙산처럼 시의 언어는 의미가 매우 풍부한데, 그 의미는 대부분은 드러나 있지 않다, 반면에 풍선처럼 일상적 언어는 의미 그 자체도 작지만, 그마저 겉으로 대부분 드러난다.
시의 언어는 빙산처럼 감추어진 의미가 풍부한 언어이다. 따라서, 시의 언어는 내포적 의미가 풍부해야 한다.
대중가요가 아무리 시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노래말로 되어있다손치더라도 그것이 시가 될 수 없는 까닭은 내포성의 결여에 기인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가요는 메시지가 아름다운 가락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다른 일하면서 곁들여 노래를 들어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시를 읽을 때는 그렇지 않다. 다른 모든 일을 중단하고 눈에 불을 켜고 시를 집중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여 읽어야 그 의미가 어렴풋이 드러난다. 그것은 시의 의미가 그만큼 풍부함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의 의미는 활자의 이면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읽을 눈를 가진 사람에게만 시의 의미의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좀 과장된 표현이 되겠지만, 산 속에서 숨어 있는 산삼을 캐듯이 시의 의미를 캐어내야 하는 것이다.
시를 창작할 때는 언어의 함축성을 중시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006-02-09 1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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