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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0강] 상징을 활용하자-대중적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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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0강] 상징을 활용하자-대중적 상징

개인적 상징이 사적 상징이라면, 대중적 상징은 공적 상징이 아닐까.개인적 상징이 한 개인의 특수한 체험에 의해 독창적으로 채택된 것임에 비하여, 대중적 상징은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상징이다. 따라서, 제도적 또는 문화적 전통 속의 상징을 빌어 사용하는 것이다. 대중적 상징은 공중적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자연적 상징, 문화적 상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여기서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중적 상징을 어떻게 시에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같은 문화권 내에서 이미 통용되는 다양한 제도나 전통, 문화를 시에 도입하면, 시의 의미가 풍부해지지 않겠는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좋은 의미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편의적이다.
민족적 비극을 드러내고자 할 때, '광주의 오월'을 통한다든지, 심각한 갈등을 '춘향의 그네'를 통한다든지, 유혹을 '성서의 뱀'을 통한다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능하면 시의 의미가 풍부한 것이 좋기는 하지만, 모든 의미를 새롭게 창조하여 풍부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이미 선인들이 쌓아놓은 토대 위에서 개인이 자신의 창조적 노력을 덧보태는 것이다. 그것이 인류 문명의 발전원리가 아닌가.
시에도 이미 구축된 문화, 역사 등을 풍부하게 활용해야 한다. 쉽게 말해, 같은 문화권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의미체들을 시에 도입하는 것이 대중적 상징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대중적 상징으로 활용할 대상들이 도처에 놓여 있다 그것을 시에 도입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나는 공지영의 이라는 책을 일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는 봉쇄 수도원 아르정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아르정탱 수도원이 참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수도원을 나의 시에 대중적 상징으로 활용하였다.

내 마음의 지성소(至聖所)
봉쇄수도원 하나 짓고 싶다

내 마음의 수도원 아르정탱(Argentan)
쇠창살 안에서 마냥
견고한 고독에 잠겨도
절대고독의 화석이 되어도
후회하지 않으련다
-일부

이 시에서 블란스에 있는 오랜 전통의 봉쇄수도원은 다양한 의미를 거느리고 있다. 이 시에는 화자가 내 마음의 지성소로 봉쇄수도원 하나 짓고 싶다고 노래함으로써 봉쇄수도원이 환기하는 경건, 고독, 신성, 종교, 믿음 등의 수많은 상징적 의미가 한꺼번에 수용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이같은 풍부한 의미를 개인적 상징으로 창조해내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대중적 상징의 이점이 이처럼 풍부한 의미를 쉽게 나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이미 만들어진 멋진 문화적 상징을 나의 시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대중적 상징이다.
대중적 상징을 잘 활용한 시인들이 많다. 그 중에서 윤동주와 서정주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는 인습적 상징이다. 그러나 윤동주는 자신에게 십가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흘리겠다고 노래함으로써 십자가를 통하여 일제 시대에 대응한 속죄양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예수의 죽음이 환기하는 십자가를 화자 자신의 것으로 끌어드려 조국을 위해 한 몸 바칠 수 있다는 결단을 보인 것이다.
대중적 상징물들을 개인의 시에 도입하면, 그것이 현재화, 개인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적 상징의 매력이 아닌가.
우리 민족의 문화를 상징으로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시집은 서정주의 인데, 이 시집의 주요 상징소재는 에서 채택한 것이다. 서정주는 의 수많은 대중적 상징들을 시에 도입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아무튼 서정주는 대중적 상징을 적절히 잘 활용한 시인이다. 서정주의 도 마찬가지이다. 고대소설 속의 춘향을 시에 끌여들여 대중적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배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 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올려 다오.
향단아.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춘향의 입을 빌어서 현실세계를 벗어나기를 간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그네'는 대중적 상징이다. 춘향이 타는 그네는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 즉 고뇌의 세계를 초월한 이상세계를 지향하지만, 그곳을 지향하는 만큼 다시 뒤로 물러갈 수밖에 없는 두 세계사이의 방황을 보여준다. 여기서 이 그네는 일반 그네가 아니라 춘향의 그네이다. 이 환기하는 이도령과 춘향의 신분적 차로 인한 긴장이나 갈등이 춘향의 그네에서 그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화자는 춘향의 그네를 통하여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환기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중적 상징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 상징은 개인적 상징보다 독자들과 공유하는 폭이 큰 반면에 참신성이나 신선감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적 상징 일변도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2006-06-20 21: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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