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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1강] 상징을 활용하자-원형적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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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1강] 상징을 활용하자-원형적 상징

개인상징이 사적 심상이고 대중적 상징이 공적 심상이라면, 원형상징은 인류전체에 있어서 공통된 심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말을 좀더 풀어서 말하면, 하나의 심상이 개인상징으로 쓰이면, 그것은 그 상징을 구사한 한 시인에게만 한정되고, 대중적 상징으로 쓰이면, 특정문화의 공유집단에 한정되고, 원형상징으로 쓰이면, 인류전체의 공통된 상징이 되는 것이다.
원형은 역사나, 문학, 종교, 풍속 등에서 무수히 되풀이되는 원형적 이미지(archetypical image)나 화소(motif)로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드러낸다. 문학에 있어 원형적 상징의 형성은 두 가지 견해로 나뉜다. 하나는 비교 인류학자 프레이즈의 『황금 가지(The Golden Bough)』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국의 전혀 상이한 문화권에 속하는 신화나 전설에서 되풀이되는 공통적이며 기본적인 원형 이미지를 탐구하는 문화 인류학적 관점이 그것이다.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나 우리의 콩지 팥쥐 이야기는 상이한 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형은 동일한 것처럼 상이한 문화권의 신화나 전설 등을 비교해보면, 동일한 화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祭式을 통해 한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융의 정신분석학에서 찾아진다. 문화인류학자가 외부적 요인에서 원형을 찾았던 것과는 달리 융은 인간의 정신구조에서 찾는 것이다.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의 유형이 갖는 원시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 원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유전되어 개인적 체험의 선험적 결정자가 되었다가 문학작품, 신화, 종교, 꿈 및 개인의 환상 속에 나타난다고 것이다.
원형상징을 염두에 두면서 시를 쓸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이 시의 물은 바로 '원형상징'이다. 물은 원천, 기원, 생명의 창조, 풍요, 성장의 원형상징이다. 물이 나무뿌리를 적신다는 것은 소생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 시의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읽으면, '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라는 안타까운 외침의 소리는 그대와 내가 현실공간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터져 나온 것이 된다. 그 상황이 지금 불로 만나는 것, 즉 사랑의 죽음, 차단으로써 두 사람이 겪는 고통 속에 놓여 있인 자리이다. 그래서,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라고 노래한다.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후세에서 꽃피우고자 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물의 원형상징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막대기나 나무를 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성성을 느끼고, 웅덩이나 동굴을 보면 여성성을 느낀다. 이것이 원형상징이다. 나는 이라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그 영화가 남녀간의 성적 탐닉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임은 안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듯한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제목 탓인 것 같기도 하다. 말타기(원형상징)는 '섹스'를 환기한다. 제목이 애마부인이니까, 제목만으로도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말레이지사람이나 모두에게 해당한다.
김언희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이 이다. 김언희는 이 시집을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는데, '트렁크가' 환기하는 강력한 여성성의 원형상징에 힘입은 바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시는 이 시대의 화두인 욕망을 특이한 기법으로 노래하는데, 그 욕망은 '성'과 관련지어져 있고, 그것은 '트렁크'라는 원형상징으로 표상된 것이다.

지팡이, 양산, 막대기, 나모, 모자------------------남성
구멍, 웅덩이, 동굴, 항아리, 병, 통, 트렁크, 상자, 호주머니------여성
장롱, 난로, 방---------------------자궁
문, 입구, 입------------------------음문
사과, 복숭아--------------------유방
숲----------------------------음모
피아노 연주, 미끄러지기, 나무뽑기, -------------자위
춤, 승마, 등산, 언덕, 계단 오르기------------------성교

이상 몇 가지 원형상징을 소개했는데, 이런 것을 시에 활용해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참고로 시와 시학사에서 나온 라는 책에 보면,

가장 상식적으로 쓰인 시라 할지라도 상징의 몇 가지 제한된 틀 속에서만 해석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다. 시는 시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가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징을 이야기하는 것도 시 속에 의식을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 좀더 열린 태도로 시를 해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지적을 기억해둘 만하다. 시를 상징으로 읽지 않으면, 시를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시를 읽기의 첫 걸음은 시 속에 담긴 상징을 해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창작의 첫걸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2006-06-20 21: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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