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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2강] 알레고리를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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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2강] 알레고리를 활용하자

나는 참여시 계열을 읽을 때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왜, 메시지를 직접 드러내는가에 대한 것이다. 시대상황이 급박하여 직접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저항하는 것일 텐데,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시는 역시, 시의 아름다움을 갖추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알레고리이다. 일제시대의 카프시나 70, 80년대의 민중시들이 보다 많이 알레고리를 활용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려고 할 때, 노골적으로 또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법에 저촉되니까, 고육지책으로 알레고리를 쓴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나, 시의 본질이 간접화나 우회에 있는 것이라면, 역시 알레고리는 시를 시답게 하기 위해서 유효한 것이다.
알레고리는 우화(寓話)와 구별되기도 하지만, 우화는 알레고리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화는 거의 동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보조관념을 이루고, 교훈적인 것을 내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레고리는 사람도 등장할 수 있으며, 꼭 교훈적인 것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본다.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위의 작품 너무 많이 알려진 고시조인데, 이 시조에 알레고리가 나타난다. 가마귀나 백로가 여기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다. 겉으로 보기에 좋은 선량하고 좋은 사람 같아도 실상을 나쁜 사람을 비판하는 것임이 드러나지 않는가. 이 시조는 오늘날 볼 때 참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현대시에서 오늘의 세태를 비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알레고리이다. 알레고리는 주로 이야기 구조로서 산문시형으로 그 효과를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자체가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풍자효과를 가지게 될 때 알레고리시가 되지 않을까.
알레고리는 단순한 기법이지만 원관념을 드러내지 않고 보조관념만으로 한 편의 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야기 자체로 끝나면 그것은 산문이 되겠지만, 그 자체가 보조관념이 되고, 하나의 원관념을 환기한다면 그것은 시가 될 수 있다.
성서의 탕자의 비유도 전형적인 알레고리이다. 그런 측면에서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산문시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산문시로서 이야기 구조만이 알레고리의 모습이 아니라 자유시 형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기로운 흙가슴난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이 시는 유명한 참여시인 신동엽의 작품이다. 4.19 민주정신이 아닌 역사의 부조리와 허구는 물러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는 데, 이 작품은 알레고리화 되어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이렇듯 높여도 詩다운 맛을 내는 것이다. 이 시를 만약 알레고리화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노래했으면 시가 아니라 구호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의 부조리나 모순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을 비판하거나 풍자할 때 알레고리를 활용하면 시의 틀을 견지하면서 시의 사회적 기능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2006-06-20 2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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