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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7강] 시의 내재율을 과학적 규명할 수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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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36강] 시의 내재율을 과학적 규명할 수 있는가
자유시의 리듬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시 자체의 호흡이요 언어가 자연적으로 형성하는 음성의 질서이기 때문에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고 앞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재율을 완전하지는 않지만, 논리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희근의 의 라는 단원에서 내재율을 만드는 네 가지 원칙을 밝히고 있어서 주목된다.
ⓐ시의 완결된 짜임새를 통해서
ⓑ푸는 부분과 죄는 부분을 알맞게 놓아서
ⓒ음보율의 마디를 서로 교차시켜서
ⓓ의미 마디와 이미지 마디를 서로 교차시켜서
ⓐ의 경우는 시의 완결된 짜임 그 자체가 하나의 질서이고, 그 질서가 겉모습으로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나 이미지의 양에 따라 드러나기 때문에 내재된 질서로서 내재율을 형성한다는 관점이다. 시의 일반적인 짜임은 머리대목, 속대목, 끝대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같은 기본적 질서가 내재율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속대목은 이음대목과 바꿈대목으로 나누어 질 수 있음도 있고, 그것이 오히려 시의 속질서가 잘 잡혀진 것으로 본다.
시도 하나의 유기체로 볼 때, 유기체의 잘 짜여진 구조가 통일성을 가져와 그 속에 내재된 질서가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주라는 거대한 구조가 그것이 하나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 질서가 리듬을 발생한다는 관점에서도 시의 구조적 리듬은 타당성을 지니는 것 같다. 낮과 밤, 봄·여름·가을·겨울의 자연스런 변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리듬이다.
ⓑ의 경우는 푸는 부분과 죄는 부분이 교차하면서 드러나는 리듬이다. 이를 강희근은 전봉근의 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말 없는 돌 속의
말 없는 새들이)
--전봉건 에서
< >는 푸는 부분, >는 죄는 부분, ( )는 풀면서 죄는 부분이다. "요즘은/ 詩 몇 줄 쓰기 바쁘게/ 지워 버리기 일쑤입니다"의 경우는 의미마디로 단순히 쪼개 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푸는 부분이다. 그 다음은 단순한 의미마디에 의한 행배치와는 달리 "개나리/ 진달래/ 木蓮"은 하나의 행에 하나의 꽃이름을 놓아 여백의 맛을 보도록 한다. 이것이 죄는 부분이다. "말 없는 돌 속의/ 말 없는 새들이"는 푸는 부분이지만 말의 반복을 보여서 가락을 살리므로 다시 죄고 있다. 따라서 풀면서 죄는 부분이 된다. 푸는 부분과 죄는 부분, 그리고 풀면서 죄는 부분이 적절히 교차하면서 긴장과 이완의 맛을 주어 내재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의 경우는 음보율의 마디를 서로 교차시켜서 리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부분에 그치는 때도 있고 전체의 반 정도에서 이뤄지는 때도 있고, 거의 전편에서 이뤄지는 때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서정주의 는 3음보와 4음보가 교차하면서 리듬감을 드러낸다고 본다.
ⓓ의 경우는 의미마디와 이미지마디를 교차시키는 방법이다.
강희근은 이렇게 네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서 시의 내재율이라는 것이 결코 더듬을 수 없는 비밀 속에 감추어진 가락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상의 네 가지 원리로 시의 내재율을 규명하려 한 시도는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 구조 자체의 내재된 리듬이나 푸른 부분과 죄는 부분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리듬감, 그리고 음보율의 교차, 또한 의미와 이미지마디의 교차로 인한 리듬의 발생은 시의 내재율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시를 처음 창작해보는 사람들은 이 네 가지 모형을 기초로 시의 내재율을 구축해보는 것도 도움이 돌 듯하다.
그러나 시의 내재율을 이 네 가지 원리로 해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의 내재율은 사람마다의 맥박이나 호흡이 다르듯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위에서 논의한 내재율의 단순한 모형으로 해명은 거의 불가능하다. 강희근이 제시한 모형은 빙산의 일각처럼 내재율에 대한 부분적 설명일 따름이다. 내재율은 문장 속에 스며든 운율이기 때문에 이것을 논리적으로 세세히 밝힐 수는 없다. 시의 내재율은 시 한편 한편마다 독자적인 가락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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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22 14: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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