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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41강] 과격한 실험, 파괴, 그 의미와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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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41강] 과격한 실험, 파괴, 그 의미와 한계를 알아두자
왜 예술가들은 대부분 과격할까. 예술가의 과격성을 생각하니, 대뜸 화가 고흐가 생각난다. 1888년 크리스마스날 전날 밤, 헛된 토론 중에 반 고흐는 고갱의 얼굴에 그의 거울을 던졌고, 다음날, 거리를 걷고 있었던 고갱은 등위에서 급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데, 손에 면도칼을 들고 있는 고흐를 발견했는데, 얼마나 섬뜩했을까. 고흐는 그 길로 집으로 가서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 잘라낸 귀를 손수건에 싸서 유곽에 있는 창녀에게 그것을 선물로 주기 위해 찾아갔다고 한다. 일상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고흐는 한 것이다. 결국, 그는 권총으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쏘고 이틀 후에 숨졌다. 그의 나이 37년 4개월이었다고 한다.
고흐의 정신 이상적 행동을 범인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화가임에 틀림없다. 예술의 천재성과 광기의 상관성이 매우 짙은 것으로 연구되어 왔다. 여기서는 광기에 대해 다루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고갱과 다투다가 그것이 발단이 되어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 고흐의 과격성을 주목하기 바란다. 권총자살도 과격성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베어버리듯이, 시인이 자신의 몸이라 할 수 있는 시를 훼손하는 詩作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을 과격 실험으로 이름지울 수 있을 것이다. 시인들이 왜 과격한 실험을 하는 것인가. 그 실험이 극단화되어 시를 파괴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처음 시를 쓸 때 과격한 실험을 해 본적이 있다. 나는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파기하고, 문자언어가 아닌 음악악보를 시의 중간에 삽입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시의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 악보가 일종의 상징이나 이미지로 활용되기는 했으나, 그것은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80년대 황지우는 시의 중간에 광주사태 때 군인에 의해 얼굴이 짓이겨진 사진을 삽입기도 했다. 물론, 우리시에서 이같은 과격한 실험은 30년대 이상에게서 시작되었다 할 것이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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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이 시는 에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연재하여 난해시로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독자들이 "미친 놈의 잠꼬대냐", "무슨 개수작이냐", "오감도라고 오자를 내는 것부터가 알 수 없는 수작이 아니냐" 등의 투서를 하여 원래 30회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결국 15회 연재로 중단되었다. 독자들이 왜,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인가.
독자들이 생각하는 시라는 카테고리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30년대 초반이면, 김영랑 같은 시문학파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가 주도하던 때가 아닌가. 언어의 연금술을 보이는 조탁된 언어의 시를 접하다가 이상망칙하게 보이는 시가 신문에 연재되었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않은가.
이상은 기존의 시문법과 관습을 과격하게 파괴한 것이다. 는까마귀가 공중에서 내려다본다는 뜻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그 공포감이 13인의 아해가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3인의 아해는 13도로 상징으로 우리민족의 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의적 해석에 다름 아닐 터이다. 어쩌면, 이 시는 해석을 거부하는 시가 아닌가. 시가 무릇, 독자와의 소통을 그 목적으로 두는데 비하여, 이 시는 소통불능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의 실험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일제라는 숨막히는 공간에서의 詩的 自害가 아닌가 한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는 심정과 같지 않겠는가. 시의 몸에 칼끝을 겨눔으로써 극한적 상황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전통적 시에 대한 거부의 몸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라는 좁은 카테고리를 넓히려한 의도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상의 실험은 당대에는 인정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오늘날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과격한 실험은 성공한 셈이다. 내가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측면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앞에서 시에 악보를 도입한 시는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그것과 이상의 실험과 비교될 수 있는가. 나의 실험은 그 당시는 절박한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볼 때 악보를 도입한 것이 그만한 명분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게 때문에 실패한 실험으로 보인다.
과격한 실험은 시의 혁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혁명이 몇 번 일어난 바 있다. 소위 말해, 쿠테타를 말하는 것이다. 쿠테타가 성공하면, 역사가 바뀐다. 그러나 실패하면, 滅門之禍를 당하게 마련이다. 우리 역사상 왕조시대에 역성혁명이 일어났고 현대에 와서는 두 번의 군사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멀리 말할 것 없이 5공의 전두환 정권은 쿠테타에 성공하였지만, 그 당사자가 감옥에 가지 않았던가. 전두환씨도 쿠테타를 일으킬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당대에 벌써 설득력을 잃고 말았지 않았는가. 3공의 박정희 정권은 5공보다는 명분확보에 성공하고 있고, 오늘날 나름대로의 평가도 받지만, 그러나 그 혁명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닌다. 혁명이란 이렇듯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거듭말하거니와, 과격한 실험은 시의 혁명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명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별스런 명분도 없이 시도때도 없이 선배시인들이 했다고 자신도 흉내를 내는 수준에 그친다면, 그 결과는 시를 살해하는 것 외는 아무 의미도 없을 터이다. 황지우의 80년대 실험도 어느 정도 명분을 확보하여,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애송시가 절대로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상처럼 시의 지평확대나 견딜 수 없는 압박감에 대한 자해의 심정이 아니면, 과격 실험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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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22 14:1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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