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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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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강 시의 표현(Ⅱ):-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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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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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창작 연습] - 제20강 시의 표현 (2)
제20강 시의 표현(Ⅱ): 상징(象徵)을 이용한 표현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의 '절정(絶頂)' 전문>
이 시는 '문장'지(1940.12)에 발표되었던 이육사의 시입니다.
여기서 특별히 1940년이라는 발표 연대를 밝히는 것은 이 시의 상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가 지어진 시대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는 바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였고, 지식인들이 현실 도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이 시는 갈래상으로는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에 속하며, 성격상으로는 '의지적, 남성적, 지사적, 대륙적'이며, 제제는 '현실의 극한 상황'이며, 주제는 '현실적 극한 상황의 시적 초극'입니다.
이러니까 고등 학교 때 국어 시간 생각이 나지요? 그 때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누구나 시인이 되던 때입니다. 그럼 이 시에는 어떤 상징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이 시는 전체가 상징으로 씌어진 시입니다. 그래서 갈래상으로도 '상징시'이지요.
'매운 계절'은 매섭게 추운 겨울로서 '혹독한 탄압이 자행되던 일제 강점기'를 상징하며 시대적 배경 상황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채쭉(채찍)'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을 상징하는 시어이며, '북방'은 만주 땅을 가리키면서 조국을 멀리 떠난 '수평적 공간의 극한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에서 '하늘'은 삶의 근본이며 동시에 인간의 소망과 가능성을 들어 주고 열어 주는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은 '수평적 공간의 극한점'을 상징한 '채쭉(채찍)'에 대비된 '수직적 공간의 극한점'을 상징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또한 거기는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는 '서릿발 칼날진' 곳이기에 그 위에 선 시적 자아를 보면서, 우리는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서 비롯된 고통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그에 맞서는 시적 자아의 저항적, 남성적 의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패배를 스스로 인정할 때와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구원을 갈구할 때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서는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라고 반문함으로써 이 시구는 패배를 인정할 수도, 절대적인 존재에게 구원을 갈구할 수도 없는 '극한적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시적 자아는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라고 하여 '초극(超克)'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적 자아가 내린 결론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입니다.
이 시구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매운 계절'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시적 자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암울한 일제 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대립되어 충돌하고 있는 '강철로 된 무지개'의 '강철'과 '무지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점입니다.
'강철'은 광물로서 '견고함, 냉정함, 공격성, 반생명성' 등의 이미지를, '무지개'는 '꿈, 희망, 찬란함, 천상적, 허망함' 등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어서 서로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철로 된 무지개'는 이러한 서로 모순된 이미지의 충돌과 그에 따른 이미지의 상호 침투와 흡수에 의하여 복합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겨울'을 '강철로 된 무지개'로 파악한 시적 자아의 이 표현은 시대적 상황에 대한 단순한 저항의 의미를 넘어선 정신적 초월을 이루어 냄으로써 시적 자아로 하여금 '비극적 황홀'을 체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골치 아프지요? 이래서 상징시는 감상도 어렵습니다. 상징시에 대해서는 보는 이마다 서로 다르게 그 시의 상징성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감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회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유치환의 '바위' 전문>
청마(靑馬) 유치환은 미당(未堂) 서정주와 함께 생명파(生命派) 시인으로 평가되는데, 생명 본질로서의 허무와 그것을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형상화한 주지시들을 주로 발표하여, 청마의 시는 성격상 '관념적, 사변적(思辨的)'인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청마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시 '바위'도 관념적, 사변적인 주지시로서, '세속적인 삶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삶에 대한 부동의 의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2행부터 11행까지 모두 바위의 속성을 열거함으로써 시적 자아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으므로, 시어의 사전적 의미만 알면 시를 감상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를 알지 못하면 이 시는 이해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럼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요?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은 시적 자아가 지향하며 추구하고 있는 '견고한 의지의 상태'로서, 오랜 세월 동안[억 년] 말없이 풍우(風雨)와 눈보라를 견뎌 온 바위를 통해 시적 자아가 추구하는 '흔들리지 않는 삶'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미당과 청마의 시에 나타난 개성의 차이를 살피며 이 강의를 마칠까 합니다.
같은 생명파 시인이면서도 미당은 인간의 삶 속에 내재하는 본능적 충동과 관능의 세계에 몰두한 반면, 청마는 생의 근원적 허무와 그 허무의 극복을 위한 의지의 표현에 주력했다는 점이 두 시인의 차이점입니다.
서민기:
詩가 좋아서 詩를 사랑하고, 詩를 쓰려고 습작하시는 문우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본인이 개재한 "시창작 강의"와 "시창작 연습"은 무단배포금지 약속을 하고서 벽파 김철진선생으로 부터 가져와 편집을 하고 저의 견해를 첨부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따라서 문우님들이 개인적으로 공부하시기 위해서 인쇄하는것 외에, 허락없이 홈피에 설치해서 인터넷상에 배포되는 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적재산권의 보상 책임을 짊어지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2/2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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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24 08:2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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