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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 2강] 詩란 무엇인가 - 모방론의 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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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시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시작하자 - 모방론의 관점
강좌/ 이상옥 교수 (문학박사. 시인)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인이 기성의 시법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시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소수의 몇몇만이 시의 새 지평을 연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기존의 시를 더욱 충일화함으로써 시단을 풍성하게 한다. 설령, 새 지평을 여는 시인이라도 기존의 시론을 모르고서는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을 터이다.
우선, 시인은 이제까지 운위되어온 시에 대한 개념부터 숙지하고서 그 다음에 자신의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시에 대한 개념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도 문학의 일반적 정의와 마찬가지로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모방론의 관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는 율어에 의한 모방이라고 본 것이나 시드니가 시는 모방의 예술이라고 지적한 것은 모두 모방론의 관점이다. 모방론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호라티우스를 거쳐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시의 모방론은 통설로 여겨졌고, 19세기 근대 리얼리즘이나 20세기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반영론도 모두 모방론과 연계된다.
소박하게 시는 대상의 모방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여기 세 종류의 침대가 있네. 하나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네.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신이 만든 것이라고 하겠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만들었다고 하겠는가?"
"신이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 침대는 목공이 만든 것이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셋째 것은 화가가 만든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플라톤은 신이 만든 침대를 목수가 모방하고 목수가 만든 현실의 침대를 화가나 시인이 것이 그림이나 시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는 실재(이데아) 모르고 현상만 모방한 것이므로 진실 쪽에서 볼 때, 그것은 거짓이고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에 시의 생산자인 시인은 그의 공화국(이상국가)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식으로 모방을 인식한다면, 신이 만든 이데아의 침대가 실재라면, 시인의 모방은 목수의 침대보다 더 실재에서 한 단계가 멀어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모방은 무가치한 것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모방이 대상의 오려오기나 복사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바대로 시인은 실제로 발생했던 것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일, 개연성 있는 것을 노래한다. 그런 측면에서 모방은 재창조로서의 모방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플라톤이 우려한 바는 부질없는 일이 된다. 즉, 플라톤 그 유명한 시인추방론은 설득력을 잃게되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을 모방하되, 현실보다 더 개연성을 지니는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산학반 학생들과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흑수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사담이 되겠지만, 작년인가 보았던 영화 <<철도원>>을 보고 난 후 처음 보는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최신설비를 갖춘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가상현실의 리얼리티에 전율했다. 거제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아마,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속의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탈출하는 장면을 목격하더라도 내가 어제 저녁에 보았던 그런 리얼리티만큼 생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말해, 현실의 거제포로수용소의 포로 탈출현장을 모방한 스크린의 가상현실이 더 생생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개연성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시는 현실(사물)의 모방이지만, 현실보다 더 리얼리티를 지니는 것으로 보자. 최근에 나는 시론집 <<현대시와 투명한 언어>>에서 "시는 투명한 언어이다. 시는 일상적 언어의 의미가 지워진 자리에 사물의 속살을 환하게 드러내는 투명한 언어이다."라고 주창한 바 있는데, 여기서 사물의 속살은 플라톤이 말한 신이 만든 침대, 즉 이데아의 침대의 형상이라고 보아도 좋다.
시는 사물을 모방하되, 그 사물의 현상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물의 속살까지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얼마전 출근길에서 학교 정문 근처의 문방구의 안주인이 애기를 업고 비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날 아침 문방구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고, 아침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스케치하듯이 시를 썼던 것이다.
빨간 우체통 옆 상기된 얼굴
젊은 엄마가 아갈 등에 업고 아침을 비질한다
문방구 젊은 그 여자였다
우표 사려 들렸을 때 보았던 유난히 푸른 눈매의
검은 지푸라기, 구겨진 종이가
하나 둘 햇살에 하얀 이를 드러낸다
-<겨울의 아침>
이 시는 모방론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시를 쓸 때 현실을 그대로 오려온 것은 아니다. 현실을 오리되, 부분적으로 가필을 하였던 것이다. 또한, 내 시선에 비친 모든 현실을 다 그린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였음은 물론이다. 아침 일찍이 젊은 여자가 애기를 업고 문방구 앞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애기 업은 젊은 여자가 있는 풍경은 현상적으로 볼 때는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내재한 그 풍경의 이데아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많지만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든지, 애기 업은 젊은 여자의 풍경을 단순하게 모상(貌相)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내재한 삶의 실재를 모방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유난히 푸른 눈매"라든지, "검은 지푸라기. 구겨진 종이가/하나 둘 햇살에 하얀 이를 드러낸다" 같은 과장법이나 메타포를 구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는 사물이나 현실을 모방하되, 현상을 모상(貌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속살(실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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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03 17:3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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