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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10강] 시창작의 단계 - 산고의 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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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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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10강] 시창작의 단계 - 산고의 고통
글 / 이상옥 교수 , 시인
시의 종자에 싹을 틔운 것으로 그치지 않고 체험과 상상력으로 빚은 마음 속의 시의 개략적인 지도를 한 장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지도가 그려졌을 때 시를 쓰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시의 종자가 생기자마자 바로 시를 쓰기도 한다. 아마 이런 유형이 백일장 시쓰기가 아니겠는가. 속성재배는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가하고, 화학처리를 하여 인공재배한 식품이 건강식품이 아니듯이, 시도 아무래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작품이 더 믿을 만하지 않겠는가. 물론, 시의 종자가 생기자 마자 바로 싹과 잎을 틔우고 꽃피고 열매 맺게하여 시를 완성해버리는 경우도 상정하지 않을 수도 없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정공법이 아는 것 같다.
시쓰기는 마음 속에 시의 지도를 한 장 지니고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상상으로 그린 마음의 지도 한 장을 가지고 전력투구하여 시창작에 임하는 것이다. 이 때는 완벽한 언어를 찾기 갈급하게 된다. 이 때도 시인은 실제시인이 아니라 내포적 시인이 되어 에너지의 극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미 마음의 지도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면, 거의 한 편의 시가 마음속에서는 잉태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산모가 배속에 아기를 잉태하듯이, 마음의 속에는 시가 잉태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의 분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기를 출산하는 산모처럼 정신의 피가 흐르고, 땀이 흐르는 격렬한 산고를 치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시인마다 독특한 버릇 같은 것이 생길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실러는 시를 쓸 때 썩은 사과를 책상 서랍 속에다 넣어두고 그 냄새를 맡았다고 하며, 김현승은 커피를 굉장히 많이 마셨다고 한다. 이런 과정은 시를 창작하는 것이 단숨에 씌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습관들이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빠르면, 한시간 이내에도 쓸 수 있겠지만, 2-3일 혹은 몇 주,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시에 거의 달통한 서정주도 그의 <<시 창작법>>에서 적어두고 있듯이, 그에게도 역시 시쓰기는 고통스런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정주는 <국화 옆에서>를 쓸 때, 처음에는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라고 써놓고 몇 시간을 앉았다 누었다하는 사이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고 비교적 쉽게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연은 좀처럼 써지지 않아서 굉장한 고통을 겪었던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그러나 마지막 연만은 좀처럼 표현이 뒤지 않아, 새벽까지 누웠다가 앉았다 하다가 그만 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이것은 며칠 동안 있다가 어느날 새벽 눈이 뜨여서 처음으로 마련되었습니다. 밖에선 무서리가 오는 듯한 늦가을의 상당히 싸늘한 새벽이었는데, 내가 안 자고 혼자 깨어 있다는 호젓한 생각 끝에, 밖에서 서리를 맞고 있을 그 놈을 생긱하자 그것이 용하게 맺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바로 마지막 연, 즉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유효한 일화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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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30 18:3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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