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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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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의 십자가’ 다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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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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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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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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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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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 <사반의 십자가> 다시 읽기
많은 기독교문학 연구자들이 기독교문학의 범주를 논할 때 <사반의 십자가>를 예로 들어 기독교문학의 소재주의를 경계하곤 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사건 등이 소설 속에서 등장한다고 해서, 기독교문학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근거를 이 소설 속에서 찾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예수라는 실존인물과 사반이라는 가공인물을 소설적으로 형상화시켜, 예수의 구원관과 사반의 구원관의 차이를 심도 있게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느 작품보다 예수와 그가 일으킨 기적들, 제자들, 유대땅의 풍경 등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독교문학의 핵심주제라고 할 수 있는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기독교문학 연구자들은 이 작품을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고, 그의 인류 구속의 문제를 단순한 인본주의적 인류애의 소치로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이 대문호의 작품을 종교적 당위성에 집착한 나머지 깊게 이해하는 노력을 스스로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작품이 한국문학에서 구원의 문제를 다룬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과, 김동리 자신이 만년에 다시 대폭 개작하는 수고와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곰곰이 뜯어봐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이 소설의 대강은 이렇다. 사반은 로마제국으로부터 고난받는 동포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품은 18세의 유대 청년이다. 그는 오랜 방황 끝에 ‘하닷’이란 점성가를 만난다. ‘사반’은 그의 예지를 받들어 ‘메시아의 날’에 함께 봉기할 혈맹단이란 비밀결사를 조직한다. 이 때 요단강 주변을 돌아다니며 메시아의 출현을 예언하던 ‘세례 요한’이 유대왕 ‘헤롯’의 미움을 사 투옥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세례 요한’이 바로 자신이 찾는 메시아가 아닐까 생각한 사반은 그를 헤롯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아굴라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아라비아 왕의 밀사인 모사꾼 ‘아굴라’의 간계가 나타난다.
한편 유대 땅에는 ‘예수’라는 젊은이가 나타나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적(異蹟)과 설교를 행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반은 예수야말로 유대 민족의 메시아라 확신하고, 사반은 이적이 일어난 갈릴리 바다로 가서 막달라 마리아를 만난다. 하닷은 밖으로 도는 사반을 붙들어두기 위해 딸 실바아와 사반을 결혼시킨다. 사반은 막달라 마리아로부터 예수의 소식을 접하면서 예수가 유대 민족의 메시아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반은 예수의 이상이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임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사반의 이상은 동포들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잘 사는 유대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로마인들과 혈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데 반해, 예수의 이상은 땅이 아닌 하늘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을 보이던 두 사람은 디메오의 처가에서 두 번째로 만나지만 역시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예수는 로마인을 죽인 사반의 행동을 죄악시하였다. 이와 같이 사반은 지상주의를 주장하는 반면 예수는 지상이 아닌 하늘,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 그리고 삶이 아닌 죽음, 즉 현세와 인간을 초월한 세계인 내세와 천국의 무한한 생명을 구하려 하였다.
사반으로부터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은 실바아는 그녀를 만나려고 한다. 마리아는 사반이 실바아도 사랑하는 것을 알고 화를 내나 사반은 그들을 설득시킨다. 아굴라의 습격을 받아 실바아는 납치당한다. 사반은 아굴라를 잡고 실바아를 찾으러 추격하나 실패한다. 실바아를 두고 나바티야 왕과 왕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 마리아의 도움으로 실바아는 구출되고 나바티야 왕과 왕자는 죽는다. 예수는 현실적인 구원을 주장한 사반을 생각하고 괴로워하나 여전히 이적을 보인다. 사반이 친오빠임을 안 마리아가 예수를 찾아와서 사죄한다. 예수는 그녀의 죄를 사한다. 무저항주의자인 예수를 사칭한 혈맹단과 로마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사반이 예수에게 구원을 요청하나 예수는 사반이 하는 행동이 옳지 않다고 거절한다. 예수는 자기가 십자가에 못박힐 것이라고 예언한다. 사반은 아굴라의 거짓 정보에 속아 체포되고 아굴라는 살해된다.
유다는 글로바의 꼬임에 넘어가 예수가 있는 곳을 밀고한다. 예수는 죽음이 임박함을 느끼고 최후의 만찬을 한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와 사반은 십자가에 달리게 되고, 예수를 본 사반은 어떤 권능이 행해질 것을 기대한다. 결국, 사반이 절망의 상태에서 죽자 혈맹단은 사반의 시체를 본거지였던 다볼산에 묻고 흩어진다. 예수는 안식일 후에 부활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사반과 예수의 구원관에 대한 현격한 차이를 만날 수 있다. 예수를 유대왕국을 복원시킬 메시아로 보았던 사반은 그에게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리더로서의 모습을 기대하지만, 예수는 현실에서의 고통받는 백성의 삶에 대한 구원을 넘어선, 인간 본질의 구원을 이야기하면서 갈등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50년대의 한국현대사를 참조해야 한다. 50년대는 전쟁이란 참담한 민족사적 비극이 민족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 앙상한 현실속에서 부패한 정권으로 인해 민중이 핍박받는 고난의 시대였다. 작가는 유대민족의 압제와 핍박받는 민중의 구원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50년대 한국 사회에서 고난받는 한국인의 구원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리는 예수의 구원도, 사반의 구원도 모두 성공한 것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둘 다 실패한 것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이 두 사람의 구원관을 넘어선 어느 지점에서 합일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당대의 구원의 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가는 결코 이것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고뇌하는 두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이 목적문학으로 빠지지 않고 예술성을 겸비한 순수문학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직접 독자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작품 속에서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때론 예수 스스로 자신이 ‘메시아’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장면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이 기독교문학의 영역 속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로는 어떠한 문학이든지 시대문제와 구원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 구원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 따라서 기독교문학도 인간영혼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당대의 작가가 기독교의 구원관에 한계를 느끼고 또 다른 합일점을 찾고 있는 모습에서 현실적 기독교가 사회적인 구원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대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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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7-07 20:5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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