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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퇴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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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시작한 택시일을 해온지가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신 이야기를 글로 써서 발표해왔었고 최근에는 그 글들 가운데 일부를 묶어서 < 씻기움 > 이라는 신앙수필집을 출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오던 이일을 마치게 됨에 즈음하여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제는 그만두게 되었읍니다 하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이며 신변잡담 수준의 글에 지나지 않지만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역사하신 생생한 기록임으로 사실 그대로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증거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났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나같이 비천한 사람과 함께해주신 존귀하시고 거룩하신 사랑의 하나님을 찬양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가져봅니다.



( 2 )

택시 일을 통해서 사람들의 발 노릇 한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계속해서 수없이 만났던 것이 또한 기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데 거기에다 하나님께서 동행해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건강이 허락한다면 언제까지나 이일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애굽에서 노예 생활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모세를 통하여 해방시키시면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기 전에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시키시면서 연단시키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여러 곳에서 믿음의 백성들이 연단받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택시 일을 통해서 나를 연단시키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단을 통해서 나를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나의 욕심과 내가 생각하는 의를 좇아 고민하며 허덕이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셔서 버리지 않으시고 끝까지 참으시면서 결국은 예수님 믿는 믿음을 갖게 하시고 그리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으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고 함께해 주시는 삶을 살아가게 하신 은혜를 생각하면 참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성경 말씀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셨으며 말씀에 합당한 마음을 품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늘 평강과 순전한 기쁨 가운데 생활하게 하심으로써 이 세상에 다른 아무것도 부러워 할 것이 없는 부요한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이런일 저런일 왜 아니 겪겟습니까.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없었을 때에는 그러한 문제들을 내가 해결해 보려고 혼자 짊어지고 애쓰며 괴로워 했었는데 믿음을 가진 이후에는 예수님께 의탁하니 내 짐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지요. 예수님 의지한다는 것이 막연한 관념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는 것이 하나님이시지만 믿는 사람은 현실의 삶 가운데서 살아서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늘 체험할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하루하루 일을 해오다보니 나이가 벌써 희수(喜壽)를 넘어 서고 있는데다가 차량 또한 교체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택시는 8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6년이 넘으면 매년 사용연장승인을 받은 후에 운행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새 차를 구입하는 비용을 감안할 때 한번 바꾸면 최소 5년 이상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근래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운동 신경이 둔해지는 것을 느낌은 물론이고 그보다는 수년전부터 슬슬 아파오고 있던 고관절의 통증이 요즈음 들어서는 조금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년 마다 새차로 바꾸어 오던 것을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를 않고 1, 2년 더 연장해서 운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가 되면 운전면허도 갱신을 해야 되고 따라서 적성검사도 받아야 하는데 새 차를 구입하는 일은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시는데 하나님께 모든 것 맡기고 나는 그저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다가 그만두라 하시면 그때 그만두면 되지 하고 작년에 차를 바꾸려 했었습니다.
지난번은 큰아이에게 쓰던 차를 넘겨주었음으로 이번에는 둘째에게 주려하니 마다하고 큰아이도 비록 스틱이지만 쓰던 차 그냥 쓴다 하여 그러면 오히려 잘 되었다 하고 마음 가볍게 연장 운행을 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1년이 지났고 금년에는 7년째 운행을 위해서 연장검사를 받으려 했는데 지난달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서 세면을 하려하니 양쪽 엉치가 심하게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참기 어려울 정도이므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일을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일을 나갔는데 동료 기사가 하는 말이 내년부터는 70세 이상의 노인 택시 기사들에게는 매년 정밀 검사를 받게 한다는 시책을 정부에서 발표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전에도 노인들에 대한 이런 부당한 시책을 펴려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분노하고 심지어는 노인회를 통하여 정부에 진정서를 넣어서 그 옳지 않음을 성토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한 반감은 전혀 없고 이것이 이제는 그만 해라 하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예배에 나가니 목사님께서 시편 43편 말씀을 가지고 설교를 하였습니다.
“ 주의 빛과 주의 진리를 보내시어 나를 인도하시고 주의 거룩한 산과 주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게 하소서. 그런즉 내가 하나님의 제단에 나아가 큰 기쁨의 하나님께 이르리이다.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수금으로 주를 찬양 하리이다.“ ( 시편 43 : 3 - 4 )
다윗이 아들의 모반으로 왕좌에서 쫒겨나서 피신다니던 시절 하나님의 성전을 사모하면서 그 간절한 마음을 읊은 시인데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으로 인도하심을 받으면서 주님의 교회에 나아가 나의 큰 기쁨이시며 소망이신 하나님을 만나 뵙고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하는 말씀으로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물론 하나님과 동행하는 생활,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부터는 옛날 로렌스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오로지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삶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 주 : 로렌스형제는 17세기 불란서 칼멜 수도회의 평수사였으며 “하나님의 임재연습 ” 의 저자로서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한 사람으로 알려져있음.) 그리고 이 말씀은 더 이상 결정을 머뭇거리지 않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택시 일을 그만두고 난 다음의 계획도 그 자리에서 세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교회로 돌아가서 교회에서 드리는 모든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낮에는 교회로 출근하여 혼자서라도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써 의식을 통해서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목사님 서재에 있는 기독교 신앙서적들을 읽으면서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내가 수금으로 하나님을 찬양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글을 써서 하나님을 찬양해야겠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마음을 정하게 하셨음니다.



( 3 )

다음날이 쉬는 날 임으로 나는 조합 사무실에 가서 택시 중개상들의 명단을 알아 왔습니다.
중개상에게 매매를 의뢰하면 실제로 매매가 이루어지기 까지 보통은 2, 3 개월 걸립니다.
택시 매매라는 것이 영업권을 매매하는 것임으로 사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서로 가격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일이 걸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개받은 세 사람 가운데 첫 번째 중개상에 전화를 하니 대뜸 오늘 당장 계약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예비해 놓으신 것인데 사실 나는 매우 당황했고 얼떨떨하기까지 하였습니다. 20년간 해오던 일을 그만두는 결정인데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겨를도 주지않고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지만 이미 결심한 일이니 실행에 옮기자 하고 그날 오후에 중개상과 함께 살 사람을 만나서 계약을 체결 하였습니다. 계약금을 받고 잔금은 시청으로부터 매매 승인이 나온 후에 받기로 하였습니다. 너무 급박하게 일이 진행 되어서 ( 그저께 신호를 받고 어제 말씀 듣고 오늘 매매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 목사님과도 상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돌아가는 길에 사택에 들러서 경위를 설명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마침 사모님이 지나다가 차를 세웠습니다. 그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목사님께 말씀드리도록 하였습니다. 이틀 후에 약속대로 차량 양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중개인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운전사업면허증, 택시자격증, 사업자등록증,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지방세납세증명서, 그리고 나의 신분증과 은행 통장도 함께 복사하여 제출 하였습니다. 시청으로 부터의 차량 양도 승인은 서류상에 문제가 없으면 보통 2주 정도 걸림으로 대략 10일 후에는 내가 현재 영업용으로 사용하던 차량을 자가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매각하던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택시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그것 밖에 남지 않게 된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기니 금번 나의 결정이 하나님 뜻에 합당한 결정인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과는 관계없는 나의 독단적 결정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택시 일을 계속한다 해도 하나님께서 언제나 함께 해주실 터인데 네 육신의 염려 때문에 네 임의대로 하던 일을 중단한 것 아닌가 하는 성찰입니다.
사실 지금은 개인택시의 권리금이 많이 올라서 그것 가지면 여생을 보내는데 큰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좋은 일자리를 버려 버린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현실의 금전만 보고 그것을 좇아 간 것 아닌가하는 스스로에 대한 반문이었습니다. 그러고 있노라니 한편으로 금번 매매 계약이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같이 여기어지면서 마치 그것이 나의 여생의 보장과도 같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덩달아서 그런데 만일 이 계약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이미 택시 영업의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면서 그 권한을 중개상에게 넘긴 상태이니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거기에다 계약금 조금 받고 중도금을 주겠다는 것도 안받는다고 하면서 승인 후에 잔금을 일시에 받는 것으로 계약을 했는데 만일 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찌되는가 또 중간에 산다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거나 다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였습니다. 계약을 할 때 중개상에서 준비해둔 인쇄된 계약서에 그냥 도장을 찍었었는데 다시 한번 내용을 보려고 계약서를 찾으니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의 일이니 책상 어디에 있을 것인데 아무리 뒤져도 없었습니다.
책갈피를 샅샅이 살피고 서랍을 모두 빼내서 찾고 봉투란 봉투는 다 들여다 보아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참말로 야단이 난것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의 주장을 내세울 기초 자료마저 없어졌으니 큰일 아닙니까. 문제가 생기면 일은 일대로 못하고 송사에 걸리면 자료마저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염려가 가슴속을 울렁이게 하고 그것이 머리로 올라와서 흥분상태에 이르게까지 되는 것이었습니다. 생활을 지탱해주던 일자리를 포기하고 그대신 얼마인가 금전적인 대가를 받으려 했던 것인데 그것에 문제가 생기면 나의 삶이 어떻게 되는것인가 나뿐 아니라 나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러한 걱정으로 혈압마저 치솟는 것 같고 정신적으로도 공황 상태에 이른 것처럼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순간적으로 나의 믿음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믿는다고 떠들던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책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 나를 의탁하지 못하고 얼마 안되는 돈에 나의 여생을 목매달고 있는듯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믿음이 없는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위선으로 채워져 있는 이 무익한 종을 불쌍히 여기어 주시옵소서.
지금의 나는 어차피 아무 능력도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존재인데 그래서 하나님만을 의지 할 수밖에 없고 하나님께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그것을 잠시 잊고 얼마 안되는 금전에 마음과 영혼을 빼앗겼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용서해 주시옵소서. 긍휼히 여기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하나님께서는 시편 말씀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말씀을 찬송하올지라.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 하리니 혈육을 가진 사람이 어찌하리이까.”( 시편 56 : 4 )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면서 나는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 너 근심 걱정 말아라 >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주 날개 밑에 거하라 주 너를 지키리

어려워 낙심 될 때에 주 너를 지키리
위험한 일 당할 때 주 너를 지키리

너 쓸 것 미리 아시고 주 너를 지키리
구하는 것을 주시며 주 너를 지키리

어려운 시험 당해도 주 너를 지키리
구주의 품에 거하라 주 너를 지키리
( 후렴 )
주 너를 지키리 아무 때나 어디서나
주 너를 지키리 늘 지켜 주시리

찬송가 382 장 ( 통 432 장 )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택시 일을 그만 두는 것이 내 몸의 건강 때문이 아닙니까. 건강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 감안하시어 지금이 그 시점이다 하고 결정해 주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5년 마다 차를 교체해 왔었음으로 이번에도 5년 되던 해에 새 차로 바꾸고 쓰던 차는 둘째에게 주려 했었는데 둘째가 마다하고 첫째도 비록 스틱이지만 지금 쓰는 차를 계속 쓰겠다하므로 마음 편하게 연장해서 운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결정의 시기를 늦추어 주시기 위한 역사였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새차를 구입하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게 하셨던 것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지금 네가 택시 일을 그만두어도 계속 너와 함께해 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했으니 할 만큼했다 라고 하시며 더 이상 네가 꼭 택시일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수술을 해가면서 까지 택시일을 계속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 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 4 )

내 차의 용도를 변경할 때가 되었다고 중개상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영업용으로 사용하던 번호는 새로운 사람에게 넘겨지고 자가용 번호를 새로 부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까지 여러 번 차를 바꾸어 봤으니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전에는 쓰던 번호를 새 차에 옮겨 다는 절차였는데 이번에는 쓰던 번호가 나에게서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리고 내가 쓰던 차도 비록 둘째가 쓰겠다 하여 그에게 준다지만 나로 부터는 떠나는 것입니다.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나는 이일로부터 은퇴하는 것입니다. 이번의 은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정년으로 은퇴 할 때는 그래도 아직 나이가 있어서 그런대로 무엇인가 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 나이가 많이 들고 몸에 병이 들어서 하는 은퇴는 정말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 앞에 서기까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불안하거나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전에도 몇 번 그만 할 때가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만두면 무얼 하지? 하는 염려 때문에 그만두지를 못하기도 하였고 경제적으로 생활이 보장만 되면 그만두고 하나님 섬기는 일에 전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접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생활의 걱정도 없게 하여주시고 또 그만두고는 하나님 섬기는 일에 전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 까지 세워졌기 때문에 담담한 마음으로 차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할 때 사람들은 은퇴식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거창하게 은퇴식을 하기도 하고 친지 가족과 함께 연회를 베풀면서 은퇴식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세차를 함으로써 은퇴식에 가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나와 함께한 자동차, 애마와도 같은 자동차, 나의 삶의 지주가 되고 터전이 되어준 자동차를 닦는 일로 석별의 정을 나누고 지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이 일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차를 넘겨주기로 한날 새벽에는 비가 부슬 부슬 내려서 하나님께서 나의 은퇴식 (세차) 을 못하게 하시는가 했는데 오전이 되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하였음으로 점심 전에 세차를 하기 위하여 일을 일찍 끝내고 은퇴식장 (세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충전소에 들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지요.
그동안 이곳 한곳만 거래하면서 일하는 날이면 매일 찾아 왔었는데. 그래서 충전소 주인은 감사하다고 명절 때가 되면 치약도 선물로 주고 어떨 때는 쌀 한 포대를 주기도 하여서 그것을 받아 가지고 오면서 명절 선물 받았다고 좋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올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그만입니다. 말씨로 봐서 북쪽에서 온 것 같은 여인네도 있었고 가족 부양을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않고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도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들을 볼일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비 온 후에는 세차하는 차들이 밀려서 길게 줄을 서는데 그 뒤에 차례를 기다리면서 늘어서는 일도 이제는 그만입니다. 한번은 세차를 하려고 터널 안으로 막 진입하는데 보니까 사이드미러를 접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당황하여 급히 유리창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서 사이드미러를 접었습니다.
그때 세차기가 뿜어대는 물이 차안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차안이 온통 난리가 난적이 있었지요. 그것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속으로 잠겨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스를 채우고 세차를 하였습니다. 먼지를 훔쳐내고 매트를 세척기에 빨고 차를 문질렀습니다. 별다른 감회는 없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기쁨도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일을 마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의 은퇴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점심 후에 둘째와 함께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명의를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영업용 번호판을 떼어내고 새로운 자가용 번호판으로 바꾸어 달았습니다. 차는 그대로 내가 운전하던 차인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차가 된 것입니다.
내 딸이, 나의 소중한 딸이 시집을 가서 남의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묘한 질투심 같은 것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번호판을 새로 달고 메타기집으로 갔습니다.
이제부터는 차의 소유주가 바뀌었기 때문에 내가 운전하면 안된다하여 새로 주인이 된 둘째가 운전하고 갔습니다. 결혼식에서 딸을 사위에게 인계하고 돌아설 때 느꼈을 법한 축복을 비는 마음, 아쉬운 마음이 잔잔하게 마음속을 흔들며 지나갔습니다. 메타기집에서는 택시용으로 사용하던 택시미터기, 블랙박스, 그리고 비상등 같은 것들을 모두 떼어 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차를 몰고 자동차 공업사로 갔습니다. 차의 지붕위에 비상등 설치했던 곳을 메우고 새로이 도색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를 공업사에 맡기고 중개상의 차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개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보통 차를 파는 사람 쪽에 차를 담보에 잡혔다든가, 혹은 사고 처리가 안되었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데 금번 나의 경우는 너무나 깨끗해서 정말 좋았다고 하면서 사는 사람 쪽에 문제가 있으면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고 중개인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말은 매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찌하나 하던 나의 염려를 없애주는 위로의 말로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것이니 이러한 사람 의 말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께 기도해야한다 하고 무탈하게 이일이 마무리되게 해주십시오,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드렸습니다.


( 5 )

시청으로부터 명의이전 승인이 나왔다면서 잔금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약속 장소인 자동차등록 사무소에 가보니 내 차번호를 인수받은 사람은 벌써 새 차를 구입하여 나의 차번호를 달고 있었습니다.
내가 20년 동안 붙이고 다니던 나의 차번호, 택시 기사들에게는 이름과도 같았던 그 차번호가 이제부터는 다른 이의 소유가 되어서 그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옛날 나에게 이 번호를 팔았던 사람도 가끔 길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그것은 이 번호가 아직도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내 차번호를 산 사람에게 하면서 앞으로 나도 똑같은 심정일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고 인사를 하였고 나도 계속해서 안전하게 오래 오래 운전하시라고 답례를 하였습니다. 중개인은 나에게 지금의 심정이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시내를 달리는 기사들이 참 부럽다고 하였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 그리고 보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집에 돌아와서는 하나하나 정리를 하였습니다. 100원 짜리 동전 통, 500원 짜리 동전통, 그리고 매일 매일 수입을 계산해서 그에 따라 구별하여 보관하던 십일조용 상자각, 개스비 모아두던 상자각, 나머지를 생활비로 모아두던 상자각, 이런 것들이 이제는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책상 서랍속에 있는 자동차 관련 서류들, 영수증들, 책자들도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으므로 말끔히 치웠습니다. 그밖에 차량과 관련된 소모품들, 이런저런 부속품들도 모두 휴지통행입니다. 탁상일기도 새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지금 것은 3일 마다 돌아오는 쉬는 날을 표시해 두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새것으로 바꾸어 놓으니 내가 이제는 정말로 택시 일을 그만 두었구나 하는 실감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몇 군데 거래를 하던 은행도 한군데로 통합하고 남아있던 대출금도 깨끗이 변제하였습니다.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던 것을 아들의 직장의료보험에 편입시키고 가지고 있던 핸드폰도 우체국에 가서 제일 저렴한 알뜰폰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내가 털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털어낸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나를 온전히 비운 것 같았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 하나님 아버지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존귀하신 하나님께 기도드릴수 있는 입장이나 존재가 정말로 되지 못함을 깨닫습니다. 육신에 힘이 있고 그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을 때에는 하나님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내 욕심을 따라 온갖 몹쓸 짓은 전부 하면서 살아오다가 이제 다 늙어서 아무 힘도 능력도 없는 상태에다가 몸도 온전치 못한 처지가 되어서야 하나님을 찾는다니 이 얼마나 몰염치한 처사입니까. 그러나 오래 참으시면서 이 죄인을 구속해 주신 예수님의 자비하심과 무한하신 사랑과 또한 귀하신 약속의 말씀에 의지하여 이 늙고 병든 죄인이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이 세상에서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이 죄인, 모두에게 짐과 부담만 지우고 있는 이 못난 인생이 그래도 하나님께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바라옵기는 주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주님의 살아서 역사하심을 증거하는 일에 쓰임받는 종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선하신 뜻에 합당하시면 이일에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그것을 원치 않으시면 우주 만물이 주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그 찬양의 대열에라도 동참하기를 소망하오니 은혜 베풀어 주시옵소서. 목이 곧은 나를 오래 참으시면서 온 세상을 헤매이게 하시다가 드디어는 방글라데시까지 보내셔서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시고 그리고 귀국하여서는 20년간의 택시 일을 통해서 나를 연단시키시어 나와 함께 해 주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만나게 하신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면서 이 모든 말씀 우리의 구세주 되시는 예수님 이름 받들고 그이 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후기 ; 차에 설치하고 다녔던 시편 말씀과 손주들 사진이 있는 액자는 떼어서 나의 책장 한 가운데 진열해 놓았습니다.
고관절은 계속 아프지만 참고 견딜 만합니다. 통증이 올 때마다 나의 연약함과 능력 없음과 그리고 하나님 찬양하는 삶을 위한 나의 기도를 상기시켜주는 각성제로 받아드리면서 인내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
2017-04-05 06: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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