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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설이 된 실화
이름
權奇薰 [ E-mail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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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실화



남매바위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철썩이는 바닷가의 오솔길을 따라 낭자와 떡 고리짝을 인 갑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낭자가 갑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갑분아, 어서 좀 오너라.”

“아이 참, 아씬 남은 힘들어 죽겠구먼요.”

“어머니 걱정하신단 말이야.”

“아무리 차사 같으신 마님이지만 외가댁에 요양 갔다 오는 딸자식이야 어쩌시려고요.”

“어머니 드리라고 외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인절미가 행여나 맛이라도 변할까 봐 그런다.”

“아무리 어머니를 위해 그러신다지만 쇤네 생각은 손톱만치도 안 하시고 참으로 너무하십니다.”

“그렇게도 힘이 드느냐?”

그때, 갑분이가 허겁지겁 쫓아왔다.

“아가씨, 아가씨…….”

“아니, 물귀신이라도 나왔더냐?”

“사, 사람이…….”

“이 외진 곳에 사람이라니?”

“저 저기를 조 좀 보시라고요.”

낭자는 갑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대번에 놀랐다. 물가에 동자 선비가 실신해 있었다. 배가 파선된 게 분명했다.


낭자와 갑분이는 동자 선비를 서낭당 안에 눕혀 놓고, 물 찜질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동자가 스르르 눈을 떴다. 동자의 눈에 해맑은 낭자의 얼굴이 보였다. 낭자가 반기며 동자에게 물었다.

“깨어나셨군요. 선비님께선 어디에 사시는 누구시온지요?”

동자는 간신히 말했다.

“과거보러 가는 길에 배가 그만……. 고맙구려, 낭자…….”

동자는 다시 실신했다.

“여보셔요, 선비님, 선비님…….”

낭자는 황급히 다시 물 찜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분이가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제 한고비는 넘긴 듯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낭자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고, 갑분이가 낭자의 심경을 대변이라도 하려는 듯 말했다.

“참말로 이만한 게 다행이구먼요. 아마도 신령님이 도우셨나 봅니다.”

낭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마움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갑분이 네가 도와준 덕분이구나.”

“아이, 아가씨는……. 쇤네야 뭘 한 게 있어야지요. 아가씨의 정성 때문이지요.”

낭자의 시선에 동자 선비가 믿음직하게 보였다. 그때, 갑분이가 ‘아가씨!' 하고 불렀다. 낭자는 깜짝 놀랐다. 낭자는 작은 부름에도 놀랄 만큼 동자에게 온 신경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근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요? 마님께서 이 일을 아시면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구먼요.”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온전치 못한 걸 보고 어찌 자리를 뜰 수 있단 말이냐.”

“언제는 성화가 차사 같으시더니만……, 아마도 우리 아가씨 이분께 연정을 느끼셨나 봐…….”

낭자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아이, 얘는…….”

낭자는 자신도 모르게 동자 선비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몸종 앞에서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끄럼을 타기에 이르렀다.

낭자는 난생처음으로 남녀 간의 정을 느끼게 된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그때, 갑분이가 상전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했다.

“어른들 말씀에 인연이 있으려면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모습이 닮은 듯도 했다. 하지만 낭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로 둘러대었다.

“세상에 닮은 사람이 하나둘이겠느냐.”

“이분께선 아마도 차림새를 보아 어느 대가댁 귀동자가 분명한 것 같고, 게다가 얼굴 생김새마저 아가씨와 박은 듯이 닮았으니, 그야말로 아가씨와 천생연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요.”

“보자 하니 이 애가 못하는 말이 없구나. 어머니께서 기다리시겠구나. 어서 가자.”

“그럽시다요.”



낭자와 갑분이는 서낭당의 찌그러진 문을 열고 나왔다. 갑분이가 돌아보며 말했다.

“저대로 두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어쩌겠느냐? 집에 가서 어머니 몰래 먹을 것이라도 가져오긴 해야겠지만…….”

“그러다가 마님께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어쩌시려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장차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설마하니 무슨 수가 생기겠지요.”



낭자의 집에서는 화가 잔뜩 난 낭자의 어머니가 담 넘어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낭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삐걱하고 대문이 열리었고, 낭자와 갑분이가 고양이 앞에 쥐처럼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니, 외가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외가에서 나왔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동안 어디에서 무얼 하다가 이제야 왔더란 말이냐?”

“…….”

“어서 들어가지 않고 예서 밤새울 작정이냐?”

낭자와 갑분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별채로 들어갔다.



낭자는 자기의 방으로 들어와서 장옷을 벗고,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낭자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더욱 수상쩍게 낭자를 쏘아봤다. 낭자는 어색하게 일어나 시선을 피해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 오늘 이상한 것 같구나?”

낭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니어요‥”

낭자는 말꼬리를 흐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때, 갑분이가 걱정스레 다가왔다.

“네가 그곳에 좀 다녀오겠느냐?”

갑분이는 질겁을 하며 말했다.

“아이, 싫구먼요. 시뻘건 대낮에도 귀신이 나온다는 그 곳에 남정도 아닌 쇤네가 어찌 간단 말이어요.”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

“지금쯤 깨어나기나 했으려나 모르겠네요.”

“보아하니 며칠씩이나 굶어서 기진 한 모양인데, 어떻게든 음식을 들게 해서 살려 놓고 볼 일이 아니겠느냐.”

“그렇긴 해요. 하지만 마님께서 아시면 날벼락이 떨어질 텐데, 그 벼락을 어찌 맞는단 말이어요.”

“그러니 어쩌겠느냐?”

갑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낮게 말했다.

“아가씨, 좋은 수가…….”

그때, 낭자의 어머니가 방에서 나왔다.

“그만 들어가 자거라.”

“예, 어머니…….”



낭자는 연상에 기대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서낭당에 눕혀 놓고 온 동자 선비를 생각하고 있었다.

멀리서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낭자는 더욱 초조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밖에서 갑분이가 부르고 있었다.

“아가씨, 어서 나와 보셔요.”

낭자가 문을 열고 내다보니, 갑분이가 보자기에 밥그릇을 싸 들고 재촉하였다.


낭자와 갑분이는 서둘러 서낭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서낭당이 가까워 올수록 산짐승의 울음소리는 점점 처절하게 들려왔다.

낭자와 갑분이는 이윽고 서낭당 앞에 도착하여 방금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널판때기 문을 바라보았다.

“동자 선비님께선 어찌 됐을까요?”

“어서 들어가 보자.”

“싫구먼요.”

“아니, 그럼 예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가겠단 말이냐?”

“아가씨께서 먼저 들어가 보셔요.”

“그래, 어서 비켜나 거라.”

“아셔요, 죽어도 쇤네가 먼저 죽는 게 속 편하지요.”

문짝을 열자 순간,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 둘은 기겁을 하고 나자빠졌다. 흑 고양이가 야옹! 하고 도망가고 있었다. 둘은 다시 안도하고 일어났다.

“그동안 귀신하고 동갑 했으면 어쩐 데요?”

“걱정이구나. 어서 들어가 보자.”

갑분이와 낭자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서낭당 안엔 아무도 없었다.

“아니, 혼절했던 사람이 밤중에 어디로 갔담?”

낭자는 멍하니 주위를 살피고 있었고, 갑분이가 말했다.

“정말 귀신이 곡할 일이구먼요. 혹 귀신이 업어 간 건 아닐까요?”

“귀신이 어디 있단 말이냐?”

“왜 없어요.”

“그럼 넌 정말로 귀신이 있다고 믿느냐?”

“귀신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쫙 끼치는데, 귀신이 왜 없어요.”

“분간 없는 소리 말고 어서 찾아보기나 하자꾸나.”



그때, 낭자의 집에까지 멀리서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주위엔 안개가 자욱했다.

한 자락 기분 나쁜 바람이 일더니, 삐거덕, 대문이 열리었다. 그리고 그곳에 머리를 산발한 혼령 하나가 들어서고 있었다. 머리를 산발한 혼령은 마당 한가운데에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안방 쪽으로 움직여 가고 있었다.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었고, 머리를 산발한 혼령이 들어서고 있었다. 낭자의 어머니는 잠들어 있었다. 혼령이 잠들어 있는 낭자의 어머니를 깨웠다.

“이보게…….”

낭자의 어머니는 부스스 일어나다가 혼령을 보고는 섬뜩하게 놀랐다.

“해치러 온 게 아니니 놀라지 말게…….”

“누 누군가?”

“그건 차차 알 게 될 것이니 내 말이나 명심해 듣게나…….”

“무 무슨 말인가?”

“서낭당에 가 보면 알 게 될 것이네…….”

“서낭당이라니? 이 밤중에 거긴 왜 가 보란 말인가?”

“자네 딸과 내 아들이 만나고 있단 말일세…….”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는 그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네…….”

“왜? 무엇 때문에? 이유가 뭔가?”

“말해도 당장 알아듣지 못할 테니 하여튼 어서 가 보기나 하게…….”

그리고 혼령은 밖으로 나갔다.

“아니, 여보게, 여보게…….”

낭자의 어머니는 정신이 혼미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서낭당 근처 숲 속엔 달빛이 대낮 같았다. 동자는 바위에 앉아 아름다운 밤새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곳엔 낭자가 두고 간 떡 고리짝이 있었다.

그때, 낭자가 불을 밝혀 들고 찾아오고 있었다. 동자가 낭자를 보고 일어섰다.

“난 낭자께서 날 버리고 가 버린 줄 알았구려.”

“정신을 잃고 혼절하셨던 분이 어찌 이다지도 태연하실 수가?”

“낭자께서 두고 가신 인절미로 허기를 면했구려.”

“그러셨군요.”

“낭자는 나의 은인이구려. 이 몸은 홀아버지 한 분을 모시고 사느라 아직 미혼이었구려.”

“저 또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낸답니다.”

“그러니 낭자와 나는 전생부터 인연이 있었나 보구려.”



낭자의 어머니가 혼령을 찾아 허겁지겁 서낭당으로 왔다. 문짝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짝을 와락 열었다. 낭자와 동자와 갑분이가 화들짝 놀랐다. 동자는 밥을 먹고 있었다. 어머니가 들어섰다. 세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기만 했다. 어머니가 낭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어머니…….”

“마님…….”

“너도 따라오너라!”


어머니가 낭자를 끌고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이러시어요, 어머니?”

“시끄럽다!”

“제가 무얼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시어요.”

“그걸 몰라서 묻느냐?”

“규중처녀의 몸으로 외간 남정을 만난 것은 백번 죽어 마땅하오나…….”

“마을 사람들이 듣겠구나! 들어가서 얘기하자!”

낭자는 어머니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규중처녀의 몸으로 고작 한다는 짓이 외간 남정 만나는 짓이란 말이냐? 그것도 밤중에 귀신이 나온다는 그곳에서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차마 어머니께는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그분은 제가 구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어요, 어머니…….”

“사정이야 어쨌건 그건 이 가문에 먹칠하는 짓이 아니더냐?”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어요.”

“그만해 두어라. 이미 엎질러진 일이니 더는 널 탓하지는 않겠다. 보아하니 그 도령도 그만하면 제 갈 길 찾아갈 것이고 하니, 앞으론 각별히 조심하고, 문밖출입 삼가도록 해라.”

“예, 어머니…….”

“갑분이는 왜 이리 늦느냐?”

그때, 밖에서 갑분이가 대답했다.

“네 마님, 쇤넵니다 요.”

“들어오너라!”



그때, 동자와 갑분이는 밖에 와 있었다.

“도련님께서 마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도련님이 와 있다니……?’

어머니는 놀라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 뭐라고?”

동자가 어머니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고, 갑분이가 그런 동자에게 말했다.

“들어가서 잘 말씀드려 보셔요.”

그러자 동자는 어물쩍하게 들어가서 예의를 갖추고는 엎드려 큰절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못마땅하게 외면했고, 낭자는 더욱 불안했다. 그때, 동자가 의젓하게 말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낭자를 처음 본 순간, 어쩐지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금할 길이 없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외면한 채로 앉아 있었다.

“예의에 어긋난 소행인 줄은 압니다. 하오나 홀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려는 일념에서 청혼을 드리오니, 부디 물리치지 마옵소서.”

이윽고 어머니가 동자의 진심어린 언행에 감동한 듯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밉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낭자는 여전히 초조했고, 어머니는 마음속으로인지 혼자의 말인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남이 아니라는 느낌……? 그러고 보면 딸아이와 닮은 데가 있지 아니한가……?'

동자와 낭자를 번갈아 보며 다시 마음속으로인지 혼자의 말인지를 중얼거렸다.

‘얼굴 생김새도 엇비슷하게 닮은 데다가 이만하면 사윗감으론 부족함이 없겠구먼…….'

그때, 혼령의 소리가 어머니의 귓전을 때렸다.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란 말일세! 이루어질 수 없는!”

어머니는 의혹의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나 볼수록 호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그토록 완강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마치 어머니 속으로 다른 혼령이라도 들어온 듯해 보였다. 그리고 혼이 나간 듯 바라보던 낭자가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떼고, 묻기에 이르렀다.

“어머니, 왜 그러시어요?”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떼는 낭자의 물음에 기운이라도 받은 걸까, 동자가 말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그제야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않고 있던 어머니가 입을 떼었다.

“그게 아니라네…….”

‘그게 아니라니?’ 낭자와 동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낭자가 다시 입을 떼고 물었다.

“하오면 어찌 그러시는지요?”

“너희가 너무나 닮아서 그런단다.”

그 순간 낭자와 동자는 “예?” 하고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고, 어머니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호사다마라……, 좋은 일에는 언제나 마귀가 따른다고 했으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동자가 행장을 하고, 길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럼 멀리 나오지 마십시오. 본가에 닿는 대로 택일을 받아 오겠습니다.”

“알겠네. 어디로 보나 못 믿을 사람 같진 않으니 믿고 기다려 보겠네.”

“낭자도 잘 있구려.”

“뱃길 조심하시고, 잘 다녀오시어요.”

“그럼…….”

하룻밤 사이에 마치 혼약이라도 치른 듯이 서로의 시선들이 애틋해 보였다.

낭자와 갑분이,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서 가는 동자 선비를 다시는 못 볼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동자 선비의 모습이 동구 밖 어귀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자 갑분이가 낭자에게 말했다.

“아가씬 좋겠구먼요.”

“좋긴 뭐가…….”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족두리 쓰고…….”

“이것아, 그만하지 못해!”

그때, 어머니가 나무라듯 말하자 자라 입처럼 튀어나왔던 갑분이와 낭자의 입이 다시 쑥 들어갔다.

“아직 가문도 모르는 사람이니 아주 좋아 들 말아라!”

“예, 어머니…….”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며 낭자에게 말했다.

“들어오너라. 내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느니라.”

낭자는 어머니를 따라 들어갔고, 갑분이가 못마땅하게 투덜거렸다.

“마님은 좋으면서 괜히 저러신다니까…….”

갑분이는 자라처럼 내밀었던 입으로 삐죽여 보였다.



방으로 들어온 어머니는 장롱에서 혼숫감을 꺼내 놓았다. 낭자가 놀라운 듯 말했다.

“아니, 어머니? 언제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셨는지요?”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않으려고 내 딴에는 하노라고 했다만 네 맘에 들지 모르겠구나.”

“고맙습니다, 어머니…….”

갑분이가 차사 같은 마님이라고 창을 하듯 부르는 낭자의 어머니가 이렇게 속이 깊으시다니…….

낭자는 그런 어머니인 줄 능히 알고는 있었지만, 없는 살림에다 언제 또 이렇게 갑작스러운 혼사에 준비까지 해 두셨을까, 그저 핑 도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동자는 무사히 바다를 건너 본가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만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구사일생으로 이렇게 살아서 돌아와 주니 기쁘기 한량이 없구나. 더구나 참한 색시까지 얻어 혼인까지 올리게 됐다니 오늘 같은 이 기쁨을 네 어머니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싶구나.”

“지하에 계신 어머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아버님.”

“암, 그렇고말고. 기뻐하다마다. 모르긴 해도 저승에서 며느리 구경 오실지도 모르는 일이구나.”



그때, 밖에서 엿듣고 있던 돌쇠가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각설이 창을 읊어대었다.

“얼래……,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우리 도련님 장가가신 댄다, 히히 히히……!”

아버지가 방문을 ‘드륵’하고 열고 내다보자 돌쇠가 동작을 멈추었다.

“그래, 네 말마따나 우리 집에 경사가 나려나 보구나.”

“그렇지요, 영감 마님? 우리 도련님 장가가시면 쇤네도 색시 얻어 주는 거지요?”

“아무렴, 그래야 하고말고.”

아버지가 문을 닫자 돌쇠는 다시 어깨춤을 추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우리 도련님 장가가시면 나도 색시 얻어 주신 댄다, 히히히……!”



그러나 낭자의 집에는 기분 나쁜 바람이 불어오더니, 자욱한 안갯속에 혼령이 나타나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스르르 안방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낭자의 어머니를 깨웠다.

“어서 일어나게나!”

낭자의 어머니는 잠결에 뒤척이고 있었다.

“일어나라니까, 무얼 해?”

낭자의 어머니는 그제야 눈을 부스스 뜨다가 섬뜩하게 놀라 일어나 앉았다.

“그토록 일렀건만 왜 말을 안 듣나?”

“도대체 자넨 누군가?”

“나는 자네 딸아이의 전생 모라네.”

“뭐야? 전생 모?”

“그렇다네.”

“그런데 날 괴롭히는 이유가 뭔가?”

“말로 해서 믿어지지 않을 테니 날 따라오게. 보여줄 것이 있네.”

“도대체 뭘 보여준다는 건가?”

“따라와 보면 알 게 될 것이네. 어서 따라오게.”

그렇게 혼령이 앞서 나가자 낭자의 어머니는 저승이라도 가는 것처럼 두려운 듯이 따라 나갔다.



혼령과 낭자의 어머니가 숲을 헤치고 나왔다. 그곳에 주저앉은 작은 움막 흔적이 있었다. 혼령이 말했다.

“여길세.”

“여기라니? 도대체 날 어쩌려고 예까지 끌고 온 건가?”

“지금부터 내 얘길 잘 들어야 하네.”

“잠자는 사람 불러내서 기껏 옛날얘기 하자는 건 아니겠지?”

“얘기는 옛날얘기지만 자네가 꼭 들어 두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네.”

“무슨 얘긴지 어서 해 보게.”

“옛날 이 섬에 정착한 부부가 있었지.”

“그래서?”

“그 부부는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네.”

“그래서?”

“그때만 해도 어찌나 가난했던지 먹을 것을 찾아 큰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는구먼.”

“물론 쌍둥이 남매도 데리고 갔겠지?”

“웬걸.”

“아니, 그럼 설마하니 그 어린 것을 버리기라도 했더란 말인가?”

“그렇다네.”

“아니, 뭐야? 설마 했더니 세상에 그럴 수가?”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지…….”

“대체 그 어린 것을 버린 몹쓸 부부가 누구란 말인가?”

“인제 와서 그것을 밝힌들 무슨 소용이겠나.”

“설마 자네는 아니겠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다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라면?”

“쌍둥이 남매는 하나가 죽는다는 말이 있었지. 그래서 그 부부는 쌍둥이 중에 딸아이에게 움막을 지어 주고, 그 속에 먹을 것을 넣어 두었다네.”

낭자의 어머니는 기막힌 듯 흔적만 남은 움막 터를 보고 있었다. 혼령이 말을 이었다.

“자네 손으로 직접 이 거적을 열어 보게.”

낭자의 어머니는 질겁을 했다.

“싫네, 싫어. 내가 왜 남의 일에 손을 대야 한단 말인가?”

“하는 수 없네. 그래야만 내 말을 믿어 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네.”

낭자의 어머니는 두려움에 뒷걸음질했다.

“싫네, 싫어……. 난 보고 싶지 않네. 난 안 볼 테야.”

“봐야 한다니까! 어서 열어 보게!”

낭자의 어머니는 마지못해 다가가서 겨우 거적을 벗겼다. 그러자 그 속에서 뼈만 앙상한 작은 해골이 나왔다. 낭자의 어머니는 그만 기절할 듯이 놀랐다. 혼령이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내 딸아이의 해골일세. 그 아이가 죽어서 자네 딸로 환생한 걸세.”

“뭐, 뭐야? 이것이 내 딸아이의 전생……?”

“그렇다네.”

“그렇다면 이걸 내게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

“한 가지 더 보여줄 것이 있네.”

“아니, 내게 보여줄 것이 또 있더란 말인가?”

“그렇다네. 아마도 그걸 보고 나면 내가 애써 자네한테 말하려는 사실을 알 게 될 것이네.”

“그건 또 뭔가? 어서 말을 해 보게?”

“서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하게.”



혼령이 낭자의 어머니를 데리고 동자의 집에 나타났다.

“다 왔네. 바로 이 집일세.”

낭자의 어머니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바로 이 집이라니? 대체 이 집이 뉘 집이란 말인가?”

“자네가 사위 삼으려는 바로 그 도령네 집일세.”

“오라, 그러고 보면 자넨 지금 억하심정으로 자네 아들과 내 딸아이의 혼사를 방해하려는 수작이군 그래?”

“물론 방해는 방해지.”

낭자의 어머니가 대들 듯이 말했다.

“뭐라고?”

“그래도 모르겠나?”

다음 순간, 낭자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깨닫고, 뻥하니 놀라고 있었다.

“이제야 그 아이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란 걸 알아차린 모양이군.”

낭자의 어머니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얼마 후 낭자의 어머니는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길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꿈을 깨듯이 잠에서 깨어났다.

“한잠 잘 잤구나……. 그런데 망측스런 꿈도 다 보겠구먼…….”

그러다가 자신의 흙 묻은 버선발을 보고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생각할수록 아무래도 이상한 모양이었다. 심상치 않다는 듯 밖 쪽을 보았다.

그때, 방문이 밝아 오고 있었고, 멀리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낭자의 어머니는 정신이 번쩍 들어 허둥대며 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간밤의 꿈에 가 본 듯한 그 숲 속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흔적만 남은 움막에서 작은 해골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기절할 듯이 놀랐다.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또다시 어디로 인가로 발길이 닿는 데로 걸어갔다.



그곳은 다름 아닌 동자의 집이었다. 물귀신 같은 낭자의 어머니가 들어서자, 마당을 쓸고 있던 돌쇠가 기겁하고 놀랐다.

“얼래, 웬 미친 여자가 들어왔네?”

“난 미치지 않았어. 이 미친놈아.”

“얼래, 자기가 미친 여자면서 남 보고 미친놈이래?”

“이 집 도령 좀 만나게 해 주게.”

“얼래, 도련님은 왜 만나 잔데?”

“내가 이 집 도령의 장모 될 사람이네.”

“뭐, 뭣이라고? 하이고, 사람 한번 되게 웃겨 주는구먼. 그 말 같잖은 소리 말고 어서 가 버려!”

돌쇠는 낭자의 어머니를 향해 마당을 쓸던 비를 내둘렀다. 그러자 낭자의 어머니는 호령했다.

“이놈아! 하인 주제에 감히 찾아온 손님을 내쫓으려 하다니 당장 주인한테 알리거라!”

“엉? 그러고 보면 참말로 손님은 손님인 갑네?”

그때, 동자와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아니, 글쎄, 어떤 미친 여자가 들어와 도련님을 만나자고 생떼지 뭡니까?”

동자는 낭자의 어머니를 보고는 그만 눈이 둥그레졌다.

“아니, 장모님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동자의 아버지가 물었다.

“장모님이라니?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낭자의 어머니가 멍하니 동자를 보다가 또다시 혼절해 버리자, 동자는 황급히 달려들어 낭자의 어머니를 부축했다.

“정신 차리십시오. 장모님, 장모님…….”



낭자의 어머니는 잠시 후 동자의 방에서 깨어났다.

“정신이 드십니까, 장모님?”

“여기가 어딘가?”

“저의 집입니다.”

낭자의 어머니가 일어나려 하자 동자가 만류했다.

“더 누워 계십시오. 의원은 다녀갔지만, 안정을 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낭자의 어머니는 한사코 일어났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장모님.”

“일없네.”

하고 낭자의 어머니는 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낭자와 갑분이가 근심스레 기다리고 있을 때, 낭자의 어머니가 허둥대며 돌아왔다.

“아니, 어머니?”

“마님?”

그러나 어머니는 본 체도 않고 들어가며 말했다.

“들어오너라!”

낭자는 조심스레 들어가 어머니 앞에 앉았다.

“어머니, 어디를 다녀오셨사옵니까? 얼마나 찾았다고요. 그 차림은 또 어인 일이신 지요? 말씀해 보시어요.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죠? 그렇죠, 어머니?”

어머니는 뭔가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긴 있었구나.”

“무슨 일입니까, 어머니?”

“얘야, 이 어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놀라지 마라.”

“……?”

“그리고 이 어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어미의 말을 따라야 한다.”

“……?”

“아무래도 이번 혼사는 없었던 것으로 해야겠구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말에 낭자는 몹시 놀랐다.

“이루어질 수 없는 혼사라는 구나.”

낭자는 더욱 놀라서 물었다.

“아니……? 이유가 무엇이어요?”

“이유 같은 건 묻지 말아다오.”

“그래도 이유가 있을 게 아니어요?”

“그건 말할 수가 없구나.”

“왜요, 어머니?”

“그걸 말 못하는 이 어미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질 것만 같구나.”

낭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

“설령 그 이유를 말한다고 한들 이승 사람으로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알겠어요, 어머니……. 어머니의 괴로운 심정을 더는 괴롭혀 드리지 않겠어요.”



어머니는 자기의 방으로 돌아와 가슴을 쥐어뜯으며 흐느껴 울었다.

“어이구, 말 못하는 이 속을 누가 알아준단 말이고…….”



납채를 들고 낭자의 집을 찾아 온 동자는 낭자 어머니의 말을 듣고, 청천벽력 같이 놀랐다.

“아니, 장모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아직 자네 같은 사위 둔 적 없네! 박절하다 야속하다 하겠지만 하는 수 없네! 돌아가 주게! 다시는 내 집에 발 들여놓을 생각 말아 주게!”

“너무하십니다, 장모님. 이렇게 택일까지 받아 왔는데, 이제 와서 문전박대하시다니,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가라면 가면 그만이지, 이유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장모님께서 이러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섭섭하고 야속합니다, 장모님…….”



동자는 서낭당에 와서 쓰러져 울고 또 울었다.



낭자도 어머니를 원망하며 한없이 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색이 핼쑥한 낭자가 안채에서 나왔다. 살금살금 숨죽여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때, 방문이 와락 열리었고, 어머니가 노기 띤 얼굴로 내다보았다. 낭자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낭자의 어머니는 실성한 듯이 말했다.

“그토록 일렀건만 그사이를 못 참다니?”

“어머니,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 주시어요.”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낭자는 장독에 기대어 울고 있었다.

잠시 후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방문을 보고는 다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와락 뛰어 나가 그대로 나가는 낭자를 끌고 안채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낭자의 머리채를 잡고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고 있었고, 낭자는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시어요…….”

“이것아, 내가 널 어찌 길렀는데, 어미 말을 거역한단 말이냐?”

어머니는 악을 쓰며 가위로 낭자의 머리를 자르고 있었고, 낭자는 더욱 울며 애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가위질을 멈추지 않았다. 방바닥에 머리칼이 떨어져 너절하게 쌓였다.

얼마 후 어머니는 가위를 든 채 마루로 나와 방문을 닫아 비끄러매었다.

그러자 낭자는 문을 두드리며 발악을 했다.

“어머니, 야속하십니다. 이 여식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머리까지 삭발하신단 말입니까?”

“그래, 죽도록 어미를 원망해라. 이 모두가 전생에 지은 벌을 받아 이리된 것이니 이 어미를 원망해라.”

“어머니, 어머니, 딸자식 곱게 길러 연지 찍고, 곤지 찍어 시집보내 마시던 그 말씀은 어이 잊으시고,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원망스럽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너나 내나 부모 자식으로 태어난 게 한스럽구나. 하지만 인제 와서 원망한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

낭자는 울다가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어머니도 안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얼마나 또 시간이 흘렀을까? 밤새 소리 고즈넉한 가운데, 서낭당에 죽은 듯이 쓰러져있던 동자가 부스스 일어났다.



그때, 낭자도 주위를 살피며 부스스 일어나고 있었다. 갑분이가 밖에서 낭자를 불렀다.

“아가씨, 아가씨…….”

낭자는 정신이 번쩍 들어 문을 열어 보았지만, 문은 좀처럼 열리려 하지 않았다.

“아가씨, 문 열어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셔요.”

갑분이가 비끄러매여져 있는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끈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방안의 낭자는 재촉하며 문을 흔들어 대었다.

이윽고 문이 와락 열렸다. 그 서슬에 갑분이는 뒤로 벌렁 나자빠졌고, 낭자는 한걸음에 밖으로 달려나갔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난 어머니는 낭자가 미심쩍은 듯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얘, 갑분아, 갑분아……. 이것이 어디로 갔더란 말이냐?”

서둘러 별채로 들어가다가 방문이 활짝 열린 것을 보고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때, 멀리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문득 그 하늘을 보더니 소스라치며 울었다.

“안 된다! 안 돼! 너희는 전생의 오누이란 말이다!”

부르짖으며 허둥지둥 달려나갔다.



“도련님― ”

“낭자― ”

요란한 천둥 번개 속에 낭자와 동자는 달려오고,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갈망하며 손을 맞잡는 찰라, 하늘이 두 쪽 나듯 뇌성과 번개가 치고, 마침내 둘은 바위로 변했다.





소설이 말을 하다: 남매바위는 마을에서 섬의 동쪽으로 10여 분 거리의 움푹 파인 골짜기에 있으며 골짜기 중간에 집채만 한 커다란 바위와 그 아래로 30메타 떨어진 해안가에 또 다른 커다란 바위를 일컬어 남매바위라 부른다. 위에 있는 크고 거뭇한 것은 숫바위고, 아래에 있는 약간 작은 희멀쑥한 바위가 암바위이다.



작가의 말: 이 바위는 옛날부터 특별하고 애잔한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오누이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는 순간에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벼락이 떨어져 두 남매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내용이 전해온다



*이 소설은 1987년 7월 전세한 작은 배를 타고, 통영의 소 매물도를 찾아 소재를 취재하여 극본을 집필하였고, 제작팀과 함께 통영의 소 매물도를 찾아 촬영하여 방영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소설화하였다.



전설에 대한 작가의 변: 전설은 과학적인 구전문학이다. 조상의 슬기가 담겨있다. 후대에까지 전해주고 싶다고 판단되는 어떠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을 지형지물에 매치하여 대대로 물려주었다. 물론 모든 전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시대의 삶을 대변해주는 민간역사이다. 20여 년간 막걸리를 사 들고 전국의 전설을 취재한 결과 참으로 훌륭한 조상의 슬기를 배울 수 있었다.


2017-07-23 0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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