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oard

 
제목
권기훈/예성강 노래
이름
權奇薰 [ E-mail ]
홈페이지
http://cafe.daum.net/HELS
첨부화일
첨부화일1 : 예성강곡 그림.jpg (12762 Bytes)




권기훈/예성강 노래
















유래 : 예성강곡(禮成江曲)은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속악조(俗樂條)에 그 유례를 전하고 있다. 송나라 거상 중 장기(將棋)의 고수인 ‘하두강’이라는 인물이 예성강 벽란도 ‘예성집’이라는 주막에서 주모(酒母)의 미모에 반하여 주모의 남편과 심심풀이 장기를 두는 척하며 접근하여 배에 가득한 비단을 몽땅 잃어주고 마지막 남은 배와 주모를 걸게 하여 결국 내기 장기에 이겨서 주모를 데려간다.







취재일기 : 남편은 뒤늦게 속은 것을 알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부른 것이 전편이고, 훗날 서기 1450년 무렵, 예성강 벽란도 국제무역항 하류 급수문(急水門) 부근, 그곳을 지나던 정몽주의 손자이며 고려의 시인인 정보(鄭保)가 부른 것이 후편이다.

어와 다시 만난 임이여,
요네 절부 네 몰랐더냐.
돈에 어둔 못난 자들아.
사랑이 얼마나 귀한가를 알아라.




정보와 노인은 멀리 강 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배들을 바라보며, 어부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다.

“어부들의 노래를 듣고 보니 과연 깊은 사연이 담긴 듯하군요.”
“암요, 사연이 깊고말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겠습니까요.”
“그 사연이 무척 궁금하군요.”
“보아하니 선비께선 풍류를 아시는 듯합니다만?”
“안다기 보다는 알려고 하는 편이지요.”
“겸손의 말씀인 줄 알겠습니다요. 늙은 것이 비록 배운 것은 없어도 좋은 사람은 볼 줄 아니까요.”
“어차피 노인장이나 저나 난생처음 만난 처지에 좋은 사람이란 과분의 말씀이겠지요. 하오나 바쁘지 않으시다면 저 노래 속에 숨은 사연이나 알고 싶군요. 들려 줄 수 있을 지요?”
“그거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지요. 하지만 얘기를 시작하고 보면, 자연 시간이 좀 지체될 것 같기에….”
“시간이야 어차피 기다리는 시간이니 배가 닿을 때까지만 끝날 수 있는 얘기라면….”
“좋도록 하시지요.”
“왠지 노인장의 얘기를 듣지 않고는 발걸음이 떨어질 것 같지 않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고장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말씀들을 한답니다. 지금 선비님처럼 말입니다요.”

노인은 지그시 눈을 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하는 형편에 따르면 옛날 이 고을에 소문난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사연인 즉….”
*
송나라 상인들이 짐짝을 지고 오고 있다. 우두머리 격인 하두강은 벌써 저만치 앞 서 가고, 부하 상인들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나리, 나리…. 좀 천천히 갑시다요!”
“아, 이 눔아, 좀 천천히 따라오너라!”
“아니, 뭐예요? 천천히 좀 가시자는 데, 오히려 천천히 좀 따라오라는 말씀은 뭔 말씀입니까요?”

그 사이, 하두강은 저만치 언덕을 넘어갔고, 뒤따르던 상인들은 한바탕 웃어댄다.

“못 볼 것을 보았냐? 웃긴 왜 웃어?”
“아, 주인 나리의 속셈을 몰라서 그려?”
“속셈이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 사람은 이곳 벽란도에는 처음일 테니까!”
“그렇다면 저 언덕 너머에 꿀 항아리라도 숨겨 놓았다는 말이여?”
“아니, 뭐야? 꿀 항아리? 푸 하! 하긴 그것도 꿀 항아리는 꿀 항아리인 게지!”
“대체 그것이 뭐관데 사람을 요렇게 궁금하게 만드는 거여?”
“자, 똑똑히 보아라이….”

상인 하나가 허공에 꿀 항아리를 그리는 듯하다가 여인의 나신을 그려보이자 모두는 항아리처럼 입이 한껏 벌어진다.

“이제 알 것 같으냐?”

모두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너무 좋아들 마라라! 남편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까!”
“남편이 두 눈을 시퍼렇게?”
“알았으면 싸게 가기나 하자고!”
“하지만 나리를 어떻게 쫓아간다는 말이여?”
“그 염려는 놓아라. 내가 지름길을 알고 있으니까!”
“샛길로 날아가듯이 앞지르면, 욕심 많은 우리 주인 나리가 놀라 자빠질 것이다!”

그렇게 세 녀석이 일제히 언덕을 향해 달려간다.
*
하두강이 성큼성큼 오고 있다.

“햐, 고것 참 근사하다 해!”

‘예성강집’이라고 써 붙인 청사초롱 아래, 대문이 삐걱 열리고 분네가 하두강을 맞이하며, 호들갑을 떤다.

“아유, 이게 얼마만인가요? 어서 오라시요, 하두강 나리!”
“부 분네, 잘 있어 했나?”
“쇤네야 뭐, 아무려면 잘 있었지요. 근데 나리께서는 삼 년 만인가요, 사 년 만인가요? 쇤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또 만나는 구만요. 싸게 안으로 듭시지요.”
“주모아씨는?”
“예, 호호…. 목을 석자나 빼고 기대린지 오래지요.”
“뭐야, 기다려? 내가 오는 줄은 어찌 알고?”
“다 아는 수가 있지요. 들어가 보면 알지요.”

분네와 하두강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
하두강이 분네를 따라 들어서자 마당 한 가운데에 큼지막한 들마루가 놓였고 주객들이 자리 잡고 앉아있다. 그런데 하두강이 주위를 살피며 들어가자 부하 상인들이 언제 왔는지, 주객들 뒤에 숨었다가 고개를 내민다.

“나리, 어서 오시요.”

하두강이 눈을 번쩍 뜬다.

“이놈들 봐라?”

분네가 자리를 안내한다.

“우선 앉기부터 하시요.”

하두강이 두리번거리며 앉고, 모두 앉으면 분네가 부엌 쪽을 향해 소리친다.

“얘 순이야, 손님 오셨다!”

순이가 쪼르르 나와서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들 어서 오셔유. 뭘로 드실래유? 술 드릴까유?”
“우리 사람 술 보다 순이 더 좋아해! 순이 들고 싶어 해!”
“뭐, 뭐여유?”
“자, 잘못 했어…. 마, 말이 잘못 나와 했어….”

하두강은 방 쪽을 보며 투덜거리듯 말한다.

“주모아씨는 어디 있어 해, 이거?”
“방에 기시지라요.”

하두강이 방 앞으로 가서 헛기침을 하자 주모가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손님, 어서 오세요.”

하두강이 헛기침을 연발하며 들어가자 마당의 주객들이 요란하게 웃어댄다.
*
방 안엔 주객들 몇몇이 술을 마시고 있고, 주모는 옆문으로 들여온 술상을 받아 남편 덕수와 하두강 앞에 놓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앉는다.

“안주는 변변치 않지만 많이 드세요.”

주모의 남편 덕수가 술을 따르며 인사치레를 한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시었소. 그래, 그 동안 돈은 많이 버시었소?”
“우리 사람 비단이 팔아 돈은 많이 벌었지만….”
“돈만 많이 버시었으면 되었지, 세상에 돈보다 더 값진 게 또 무엇이란 말이오?”
“에이, 모르시는 말씀….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뭘 한다 해. 쓸 데가 있어야 쓰지….”
“그렇다면 아직 자식도 없소?”

하두강이 고개를 끄덕인다.

“장가도 안 갔소?”

하두강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럼 홀아비요?”

하두강이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왜 상처를 했소?”

하두강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그렇다면 새 장가를 드실 일이지…. 돈만 있다면야,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에 있겠소?”
“우리 사람 돈이라면 벌만큼 벌었지만….”
“송나라는 이곳보다 몇 배나 번화하고, 예쁜 처녀도 많다던데, 아예 처녀장가를 드실 일이지….”
“암, 번화하고말고, 이곳 고려보다 열 곱절은 번화하고 처녀도 많지만, 우리 사람한테 시집오겠다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소.”

하두강은 그러면서 연신 주모를 훔쳐본다.

“자, 그러시다면 내 술부터 한 잔 받으시오.”
“아, 아니오. 기왕이면 다홍이 치마라고….”

하두강이 주모를 본다. 그러나 주모는 망설인다.

“여보, 이 양반이 임자의 술을 받고 싶은 모양이니 한 잔 따라 주구려.”

남편 덕수의 말에 주모가 마지못하여 하두강의 잔에 술을 따르자 하두강은 입이 헤 벌어진다. 그때다. 밖에서 주객이 부른다.

“주모아씨, 어디 갔소? 다 같은 돈 내고 술 마시는데, 방에만 있지 말고, 밖에도 좀 나와 보시오! 이러다가 주모아씨 얼굴 잊어버리겠소!”

그러자 주모는 마지못하여 밖으로 나가고, 하두강은 몹시 못마땅한데….
*
주모가 나오자, 주객들이 법석을 떤다.

“주모아씨, 술 한 잔 주오!”
“나도 한 잔 주오!”
“이 잔도 채워 주오!”
“내 술도 받으시오!”
*
주모의 남편 덕수와 술상을 마주한 하두강은 자꾸만 밖으로 신경이 쏠린다. 그러나 덕수는 모르는 체하고 술만 마시자 하두강은 슬며시 일어선다.

“아니, 왜 벌써 일어나시려오?”
“데리고 온 부하 녀석들도 거두어 먹여야지요, 헤헤….”
*
하두강이 나와서 잔을 드는데, 또 다시 방에서 주모를 부른다.

“주모아씨 어디 갔소? 밖에만 있지 말고, 방에도 좀 들어와 보쇼!”
“허허, 이러다가 주모아씨 숨넘어가겠네, 헛헛….”
*
주모는 또 방으로 들어가고, 그만 심통이 난 하두강은 부하들의 보퉁이에서 비단 두 필을 꺼내어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
“아니, 웬 비단이오?”
“오늘 먹은 술값으로 받아하쇼!”
“이 비싼 비단을 술값으로 주시다니?”
“우리 사람 비단이 많이 있어 해! 배 안에도 가득 싣고 왔어 해!”
“하지만, 돈이….”
“걱정 말고 받아하쇼!”
“정히 그러시다면 한 필만….”
“무슨 소리, 받으려면 두 필 다 받아해야지!”

주모가 말한다.

“술값에 해당하는 요량만 받지, 더는 받지 않습니다. 하오니….”
“우리 사람 양심적인 주모아씨 좋아하오!”
“그렇게 하시오. 기어이 주실 양이면 한 필만 주시고, 한 필은 되려 가져가시오. 그 대신에 몇 날을 묵으면서 술이건 밥이건 양껏 드시오.”
“과연 듣던 소문대로 고려에는 술값도 싸고, 인심도 좋아하오! 우리 사람 최고로 기분이 좋다 하오, 띵호왕이오, 띵호왕….”

하두강은 벌린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
배 위에 달이 덩그러니 떴다. 하두강은 주모를 생각하는 듯 달을 바라본다. 그때다. 아련히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 하두강은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는 주막 쪽을 바라보고 있다.
*
밤이 깊었다. 분네와 순이가 청소를 하고 있다. 방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린다. 술상 앞에 덕수가 앉았고, 주모가 거문고를 거두고, 남편에게 술을 따른다.

“서방님, 모처럼 제 술 한 잔 받으십시오.”

덕수는 술을 받아 마시고는 그윽이 아내를 바라보며 말한다.

“여보,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구려. 게다가 팔자에도 없는 술장사를 시키고, 뭇 사내들에게 웃음까지 팔게 하여서 정말 미안하오.”
“아닙니다, 서방님…. 살아가기 위하여 하는 일에 어찌 귀천이 있겠습니까. 저는 오직 이렇게나마 서방님을 곁에 모시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습니다.”
“면목이 없구려….”
“밤이 깊었으니 그만 주무십시오.”
“그럽시다.”

방문에 불이 꺼지고, 초가지붕 위에 밝은 달이 둥실 떠오른다.
*
배 위에서 달을 보고 있는 하두강의 애타는 눈에 달처럼 밝은 주모의 얼굴이 떠오르자 하두강은 안을 듯이 주모아씨를 부른다.

“주모아씨!”

그러나 다음 순간, 실망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들어와서 침실에 벌렁 드러눕는다.
*
다음 날 아침이다. 밖에서 부하 상인들이 문을 두드린다.

“나리! 배 떠날 시각입니다! 여직 주무십니까?”

이어서 문이 열리고, 부하 상인 하나가 고개를 들여민다. 그러나 침실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그러나 부하 상인은 하두강이 주모아씨를 찾아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린다.

“일 났군, 일 났어! 아무리 여자한테 미쳤기로서니 이제는 하던 장사까지 중지하고선 두 눈이 시퍼런 남편 있는 여자를 좋아하면 어쩔 것이여?”
*
부하 상인의 짐작대로 하두강은 주막 앞에 오고 있다. 주춤하고 청사초롱을 올려다본다. 잠시 망설인다. 그러나 내친걸음이라는 듯이 대문을 밀고 들어간다.
*
벌써부터 주객들이 자리하였고, 하두강은 들어서며 두리번거린다.
주객들이 심상치 않은 눈으로 하두강을 흘겨본다. 하두강은 방 앞에 가서 헛기침을 두어 번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데….

“쯧쯧…!”
“미쳐도 철저하게 미쳤군!”
“그러게 말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렸다고…!”
“이 집 주모아씨가 어떤 분인데, 아무려면 장사치한테 옆 눈이라도 줄 성 싶어서 저러는가, 저러길….”
“아, 못 오를 나무니까 아예 뿌리째 뽑아 버리자는 속셈 아니겠나!”
“그러고 보니 저 자가 암만 혀도 뭔 일을 저지르고 말 모양이구먼?”
*
주모의 남편 덕수와 하두강이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조반은 드시었소?”

하두강이 고개를 설렌다.

“그럴 줄 알고 준비해 놓았으니 함께 드십시다.”

하두강이 숟가락을 든다.

“찬은 변변치 않지만, 많이 드시오.”

하두강은 밥을 먹다 말고, 문득 구석에 놓인 장기판을 본다.

“조반 드시다 말고 무얼 하시오?”

하두강은 그만 수저를 지운다.

“많이 먹어 했소.”
“아니, 진지는 그대론데, 많이 들다니요?”

하두강이 일어선다.

“벌써 가시려오?”

하두강이 대꾸도 하지 않고 나가자 덕수는 의아히 본다.
*
“아니, 왜 벌서 나오십니까? 지루하시면 서방님과 장기라도 두시며,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시지요.”
“헤헤…. 우리 사람 오늘은 갑자기 오느라 돈 가진 게 없어 해서….”
“돈 걱정은 마시고, 맘껏 노십시오. 그리고 저녁도 예서 드십시오. 비단 한 필이면 며칠을 묵어도 족합니다.”
“고맙긴 하지만, 오늘은 그만 가겠어해. 하지만 우리 사람 하루라도 주모 얼굴 못 보면 몸살이 나서….”

주모는 그만 얼굴이 붉어진다.

“행여나 서방님께서 그런 말씀 들으시면 오해하시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럼 다시 오겠어해.”

하두강이 휑하니 나간다. 주모도 의아하고, 주객들은 혀를 차는데….
*
하두강이 배 위에서 생각에 잠긴 채 달을 보며, 또 서성이고 있다. 그때다. 주막에서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가 하두강의 애간장을 태운다.
하두강은 그만 고통을 참지 못하여 배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
하두강은 배 안으로 들어와서 침실에 벌렁 드러눕는다. 멀거니 천장만 응시한다. 그 눈에 방끗 웃는 주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두강은 꿈을 꾸듯이 중얼거린다.

“주모아씨….”

그 얼굴에 부하 상인들이 지껄이던 말이 떠오른다.

“남의 밥의 콩이 더 굵어 보인다고, 그만 잊어버리쇼!”
“아, 잊어버리지 않으면 어쩔 것이여? 남편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하두강은 실망의 빛이 완연한데….

“미쳐도 철저하게 미쳤군!”
“그러게 말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렸다고…!”
“이 집 주모아씨가 어떤 분인데, 아무려면 장사치한테 옆 눈이라도 줄 성 싶어서 저러는가, 저러길….”

하두강은 고개를 갸웃한다.

“아, 오르지 못할 나무니까 아예 뿌리째 뽑아 버리자는 게 아니겠나!”
“그러고 보니까 저 자가 암만 혀도 뭔 일을 저지르고 말 모양이구먼?”

묘안을 궁리하던 하두강은 주모가 하던 말을 번개같이 떠올린다.

“아니, 왜 벌서 나오십니까? 지루하시면 서방님과 장기라도 두시며,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시지요.”

순간, 하두강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무릎을 탁 친다.

“옳거니! 바로 그것이로구나!”

그러면서 벌써부터 승산의 미소가 가득한데….
*
하두강이 비단 보퉁이를 메고 들어와서 한 걸음에 방안으로 들어간다. 분네와 순이가 의아하게 본다.
*
덕수와 하두강이 장기판을 마주하고 앉았다.

“장사는 안 되고, 심심하던 차에 장기나 한 수 배울까 하고….”
“장기라면 송나라에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나마나 손님께서 이길 건 불을 보듯 뻔하지요.”
“모르시는 말씀, 우리 사람 눈만 뜨면 장삿길 다니느라 장기 둘 시간이 없어 해서, 겨우겨우 가는 길만 알아 해.”
“그래도 왠지 썩 내키지 않습니다.”
“자 자, 겸손해 하지 말고, 한 수 두어 해 이거. 우리 사람 한 수 배우는데, 두 냥씩 낼 테니까!”
“정히 그러시다면 손님접대로 알고, 한 수 배우겠습니다.”

하고 주모의 남편, 덕수가 다가앉아 대열을 정비한다. 그러나 잠시 후, 하두강은 음흉한 계산인 듯 한판 지고, 물러나 앉는다.

“아니, 일부러 저 주시는 건 아니오?”
“그러니 우리 사람 한 수 배우겠다고 하지 않았어, 해. 이거….”
“그래도 그렇지, 풋내기 내 장기가 손님을 이기다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하두강이 엽전 두 냥을 내놓는다.

“그러니 약속대로 자, 받아하쇼!”
“아, 아니오. 손님접대로 둔 것이니 돈은 사양하겠소.”
“아니, 한 수 배우겠다는데, 이러시면 되려 우리사람이 섭섭해 하오.”
“모름지기 이기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승부의 세계란 양쪽이 대등해야 정당하다고 하겠기에 사양하는 것이오.”
“그러시다면 이참에 아예 내기장기를 두어 하는 것이 어떠하겠소? 우리 사람 비단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하니….”
“그러나 나는 비단이 없으니 무엇으로 대등한 승부를 한단 말이오?”
“아, 그러니까 비단대신에 돈으로 닷 냥, 닷 냥만 걸어 하쇼!”

덕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선뜻 닷 냥을 내놓았다.

“좋소이다! 그 대신 양보하지 말고, 정당하게 두는 겁니다!”
“우리 사람 정당한 거 좋아하오. 자, 그럼….”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장기를 두기 시작한다. 그러나 또 하두강이 진 모양인 듯 비단을 꺼내 놓는다. 장기판이 거듭될수록 쌓이는 비단 더미와 함께 덕수의 모습이 득의에 차 보인다.
*
하두강이 비단 보퉁이를 메고 헐레벌떡 들어온다. 방안에 비단 더미가 산더미 같다.
이제 하두강의 보퉁이에는 비단이 얼마 남지 않다. 제법 신중한 하두강과 자신만만한 덕수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인다.
그때다. 방안을 들여다보는 분네와 순이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 너머로 넌지시 보는 주모도 싫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러나 왠지 걱정스러운데….

“서방님, 아무리 놀음도 좋으시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제 그만 일어들 나시지요.”
“허허! 부인은 별 걱정을 다하시는구려!”
“아닙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고는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만 정신을 차리시고 가업을 돌보십시오.”
“아니오. 우리 집안에 이만한 재물이 들어오기는 오늘이 처음이요. 이런 판국에 그까짓 장사는 해서 무얼 하겠소? 그러니 부인은 아무 염려 마시고 건너가 쉬시구려!”

주모는 하는 수 없이 물러난다.

“얘, 순이야, 순이 있느냐?”
“예, 주인님….”
“오늘부터 우리 집에 장사는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러니 일찌감치 대문 닫아걸고, 집안 청소나 말끔히 해 놓도록 하여라! 그리고 참, 내 이 장기 끝나는 대로 그동안 수고한 집안 식솔들을 위하여 술잔치를 베풀 터이니 그리 알아라!”
“예, 주인님! 알겠습니다요!”

그러나 곧 주모의 눈치를 보면, 주모는 못마땅하게 안방으로 건너가 버리고, 순이는 하는 수 없이 나가서 대문을 닫아건다.
*
덕수는 방안에 그득한 비단을 챙기며, 희희낙락한다. 그러나 하두강은 그런 덕수를 보며, 속으로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여보, 주인장,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소.”
“무엇이? 그럼 아직 배 안에 비단이 남았단 말이오?”
“배가 남아 있지 않소.”
“아니, 그럼 배까지…?”
“그렇소! 마지막 배를 걸고 한판 멋 떨어지게 두어 볼 생각이오!”
“하지만 손님께선 아무리 승부도 좋다지만, 배까지 잃어버린다면 어찌 돌아가려고 그러시오?”
“고국에 연락해서 배를 가져오라하면 되니 그 염려는 놓아 하쇼.”
“좋소! 꼭 그러시다고 하시면 나는 여기 있는 이 비단을 전부 걸겠소!”
“아니 될 말씀, 그것으론 배 값에 어림도 없다 해.”
“그렇다면 내 이 주막을 걸겠소!”

하두강은 손을 내 젓는다.

“아니, 그렇다면?”
“이 집안에 배 값과 맞먹을 만한 것이 딱 한 가지 있어 하긴 하지만….”
“아니, 이 집안에 배 값과 맞먹을 물건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이오?”

하두강은 위선의 미소를 흘린다.

“궁금하오.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서슴지 말고 말해 보시오.”
“말하면 걸어 하겠소?”
“그렇소!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기꺼이 걸겠소!”
“그 말이 정말이란 말이오?”
“남아 일언 중천금이란 말도 있으니 과히 염려를 놓으시고 말씀이나 해 보시오.”
“우리 사람 남아 일언 중천금 좋아하오! 그럼 당신의 아내 주모아씨를 걸어 하쇼! 그만하면 우리 배와 서로 절반씩 어슷비슷하다 하겠소.”
“에끼, 여보쇼!”
“아니, 왜 싫어하쇼?”
“농담도 유분수지, 그건 너무하지 않소?”
“그렇다면 남아 일언 중천금은 잊어 했소?”
“아니, 이 자가?”
“어찌하겠소?”
“음….”

덕수는 깊은 시름을 내쉰다.

‘하기야, 배는 이미 따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잠시 아내의 이름을 빌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그러나 고개를 설렌다.

“아니야. 그러다가 만에 하나 지게 되는 날엔…”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하면 그럴 리야 없겠지…. 이제까지 내리 이겨서 이 많은 비단을 송두리째 땄는데, 딱 한 판이야 이기지 못 하겠나…. 만에 하나 진다고 가정한들 비단을 팔아서 여자를 살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지금 부인보다 젊고 예쁜 처녀로 말이야…. 히힛….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잘하면 배까지 따서 떵떵거리는 대부호가 될 터이니 에라, 저도 그만, 이겨도 그만, 이판사판이다!”

하두강이 은근히 묻는다.

“어찌 결정했소?”
“좋소! 손님의 소원대로 내 마누라를 걸겠소!”
“그게 정말이오?”
“남아 일언 중천금이오!”
“남아 일언 중천금 좋아했소! 자, 그럼 두어 하쇼!”

장기판에 장기의 행과 열을 갖추고, 뚱땅뚱땅 장기를 두기 시작하는데…. 주모는 방안에서 주고받는 말을 듣고 무척이나 놀란다. 분네와 순이도 몹시 놀란다. 하두강이 다짐을 한다.

“만약에 우리 사람이 이기면 당신 아내 주모아씨를 데려가도 이유 없는 거요?”
“글쎄, 염려 놓으시고 장기나 두시오! 남아 일언 중천금이라고 하지 않았소!”

주모는 가슴이 철렁한다. 분네와 순이도 초조한데, 장기 두는 소리는 계속된다.

“장이요! 마장 받어 하쇼!”
“자, 멍이요! 그까짓 마장쯤이야 상으로 잡아 하였소!”
“양수 겹장이요! 마를 잡는 것 까진 좋아했지만, 포, 포장은 무엇으로 받아 할 것이요?”
“그러고 보니 제법인 걸…!”
“이거 장기 두는 사람 어디 갔어 해? 뒷간에 갔어해 이거?”
“이거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겠군….”

덕수는 그만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빛이 된다. 주모는 서둘러 기침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아닌 게 아니라 덕수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주모가 다가앉는다. 덕수는 눈앞이 캄캄하여 부끄러운 얼굴로 주모를 본다. 주모는 원망스럽게 덕수를 보고는 힘없이 일어선다.
*
힘없이 나온 주모는 들마루에 쓰러지며 운다. 분네와 순이도 어쩔 줄을 모른다. 그때다. 주모 얼굴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고 했으니 속히 내기를 실천하쇼!”

그 소리에 주모는 어떤 결심을 한다.
*
덕수는 속절없이 죄 없는 담배만 피우고 있고, 하두강은 기세등등한데, 덕수는 마침내 결심하고 일어선다.
*
덕수가 나와서 주위를 살핀다. 그러나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에서 흐느껴 울던 분네와 순이가 원망스러운 눈길로 덕수를 보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린다. 덕수는 할 수 없이 잠긴 대문을 보고는 안방 쪽을 본다.
*
덕수는 힘없이 안방으로 들어오다가 멀거니 아내를 본다. 아내 주모는 속옷을 칭칭 동여매고 있다. 그 한편에 작은 보따리 하나가 놓여 있다. 주모는 이윽고 보따리를 옆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덕수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린다.
*
주모가 하두강을 따라 나서고 있다. 분네와 순이는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고….
저만큼 앞서 가던 하두강이 돌아본다. 주모가 쭈뼛쭈뼛 오고 있다.
못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이 정든 집을 돌아본다. 그 눈에 청사초롱과 방금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듯한 분네와 순이가 대문을 내다보고 있다.
드디어 주모는 울음을 울며 뛰어간다. 하두강은 그제야 주모를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분네와 순이가 그만 속이 상하여 대문을 와락 닫아 버린다.
*
멍하니 방에 서 있던 덕수의 눈에 눈물이 주룩 주룩 흐른다. 맥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그때다. 분네와 순이가 방 앞에 와서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린다.

“어서 나와 보세요, 주인나리! 아씨마님 떠나가십니다요!”
“재물이 아무리 많으면 무얼 합니까요? 비단 제 돌려주고, 아씨마님 찾아오셔요!”

덕수는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는 듯이 벌떡 일어선다.

“앗 불사! 내가 속았구나! 이놈이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내 사랑을 뺏어 갔구나!”

덕수가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안 된다, 이눔아! 사랑이 없는 세상에 재물이 다 무엇이냐?”

미친 듯이 주막방으로 들어간다. 허둥지둥 들어온 덕수가 비단을 보자기에 싸기 시작한다.

“이 물건 제 돌려줄 테니 내 아내 돌려 다오!”

그러다가 닥치는 대로 팽개친다.

“사랑이 없는 세상에 이것이 다 무엇이냐? 내가 그만 재물에 눈이 멀어 사랑을 잃었구나! 에라, 이것이 무엇이냐! 이것이 무엇이냐! 내 사랑 돌려 다오, 이눔아…!”

비단을 끌어안고,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
미친 듯이 강둑길을 달려온 덕수가 털썩 주저앉는다. 비단을 흩뿌리며 목 놓아 운다.

“여보! 내가 잘못했소! 돌아와 주오! 황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정이건만, 내 어이 진즉에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임이여, 이 일을 어찌 하오…? 부인은 이미 먼 나라로 가시었으니 언제 다시 돌아오리….”

울면서 하염없이 강 쪽을 바라보는데….
*
한편, 주모는 배 위에 앉아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울고 있다. 상인들이 주모를 보며 야단법석이다.

“가오리데 구냥! 가오리데 구냥!”
“고려여자! 고려여자!”
“하오간! 하오간!”
“잘 생겼다! 잘 생겼다!”

하두강이 주모를 데리고 선실로 들어간다. 상인들이 야유를 한다.
*
하두강이 주모를 침실에 앉게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주모는 더욱 흐느껴 운다.
잠시 후, 하두강이 들어온다. 주모는 울다가 지쳐 쓰러져 있다. 하두강은 충혈 된 눈으로 다가서며 주모의 몸을 더듬는다. 주모는 번쩍 고개를 들고 소스라친다.
하두강은 다시 다가서고, 주모는 더욱 몸을 도사린다. 그러자 하두강은 와락 주모를 안는다. 순간, 주모가 하두강의 뺨을 때린다. 하두강은 멈칫하다가 싱긋 웃는다.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해….”
“흥!”
“이제는 별 수 없이 우리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으니 옛정은 잊어버리고, 새 정을 맺어 해….”
“제발 부탁입니다. 이러지 마시고, 남편께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집이라도 팔아서 변상하겠습니다.”
“우리 사람 비단은 필요 없어 해. 처음부터 당신을 얻으려고 계획적이었다 해. 그러니 앙탈부리지 말고 말들어 해. 우리 사람 고향에 가면 살기 좋다 해….”
“아무리 좋은 말로 구슬려도 소용없습니다. 남녀의 정이란 하나뿐이지, 둘이 있을 수 없습니다. 끝까지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강물에 빠져 죽을 것입니다!”
“아니, 뭐야? 강물에 빠져 죽어 해?”
“그렇습니다! 만약에 완력으로 나를 정복한다면, 그때는 내 어이 정조를 더럽힌 몸으로 천추의 한을 안고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당연히 혀를 깨물고 죽을 것입니다!”

표독한 주모의 얼굴에 벽력같은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하두강은 몹시 놀라는 표정이지만, 주모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
상인들이 천둥번개 속에서 술렁이고 있다.

“갑자기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여울물도 아닌데, 배가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가지 않으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요?”
“그렇다면 얼른 상앗대를 짚어 보아라!”
“상앗대를 왜 짚어 보지 않았겠습니까! 배 밑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조화란 말이냐?”

그때다. 앞 못 보는 점술사가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선다.

“소인이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옳지! 점술사는 속히 점을 쳐보아라!”
“그럼….”

점술사가 가운데에 앉아 지팡이를 세우고, 입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주위는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한데….
*
침실에 앉아있는 주모는 마치 독사가 따비를 틀고, 독을 쓰듯 꼿꼿하게 앉았다.
*
점술사는 주문을 외며 마치 지팡이를 독을 쓴 독사처럼 꼿꼿하게 세운다. 그러자 드디어 지팡이 끝에 방울이 울리기 시작한다. 상인들이 웅성거린다. 점술사가 지팡이를 잡은 손을 스르르 뗀다. 그러자 지팡이가 그대로 서 있다. 방울이 여전히 울린다. 감탄사가 연발한다.

“이 배 안에 한이 맺힌 여인이 있습니다.”

상인들이 더욱 웅성거린다.

“여자가 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여자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 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맞아요! 주막에서 데려온 그 여자 때문일 겁니다!”
“나리, 그 여자를 돌려줍시다!”
“속히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모두 간절하게 하두강을 바라본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어찌해서 데려온 여자라고, 그냥 돌려주란 말이야! 절대 그럴 순 없어!”

하두강은 휑하니 들어가 버리고, 상인들은 더욱 웅성거린다.
*
황급히 들어온 하두강이 횡설수설하며 주모의 주위를 맴돈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어찌해서 데려온 여자라고, 그냥 돌려주란 말이야! 우리 사람 여자 없이 못 살아…! 요렇게 잘난 여자를 돌려주라니 어림도 없어 해…!”

그때다. 표독한 주모 얼굴에 다시 뇌성과 번개가 번뜩인다. 밖에서 비명소리가 요란하고, 문이 와락 열리고 상인들이 허겁지겁 들어선다.

“무엇이냐? 속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 생각들은 아니 하고 왜들 야단들이야?”
“배, 배가…!”
“배가 어찌되었단 말이냐?”
“배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뭐, 뭐야? 배가 가라앉아?”
“바닷물이 용솟음치더니 배가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요!”

초죽음이 된 하두강의 얼굴에 뇌성과 번개가 더욱 난무한다.
*
얼마 후, 강물에 허우적이는 여자가 있다. 널판때기를 잡고 간신히 물가로 기어 나오는 여자는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주모다.
주모는 헐레벌떡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둑길을 달려간다.

“서방님―”

울고 있던 덕수가 눈을 번쩍 뜬다. 그 눈에 달려오는 주모의 모습이 보인다. 덕수가 벌떡 일어선다.

“여보!”
“서방님!”

지친 걸음으로 달려가고 달려오는 주모와 덕수…. 그들은 꿈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와락 끌어안고 빙글빙글 돈다.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어와 다시 만난 임이여,
요네 절부 네 몰랐더냐.
돈에 어둔 못난 자들아.
사랑이 얼마나 귀한가를 알아라.
*
정보가 노을이 붉게 물든 돛배에서 손을 흔든다. 노인도 강가에서 손을 흔든다.

“잘 있으시오-”
“잘 가시요-”
“여보, 노인장-”
“왜 그러시오-”
“주모의 남편이 불렀다는 이 예성강 노래의 후편을 제가 한번 즉흥으로 불러 볼까 합니다-”
“좋소이다- 어디 한번 불러 보시요-”

정보는 즉흥으로 시를 읊는다.

청산은 그림같이 배 봉창에 가득한데,
실같이 가는 배 돌무지에 뿌리네.
밤 깊어 잠 아니올 제
뱃사람들 예성강 노래만 부르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과연…! 그러니 내가 비록 늙었어도 사람 하나는 볼 줄 안다고 했었지…!”

그러면서 끝없이 손을 흔든다. 노래와 함께 한 폭의 그림같이 배는 점점 멀어져 가고, 멀리 어부들의 노랫소리만 들려오고 있다.




예성강곡(禮成江曲)




<전편>

어와 다시 만난 임이여,
요네 절부 네 몰랐더냐.
돈에 어둔 못난 자들아.
사랑이 얼마나 귀한가를 알아라.




<후편>

靑山如畵滿封窓
細雨如絲灑石矼
己是夜闌淸不寢
舟人更唱禮成江




청산은 그림같이 배 봉창에 가득한데,
실같이 가는 배 돌무지에 뿌리네.
밤 깊어 잠 아니올 제
뱃사람들 예성강 노래만 부르네.


*정보[鄭保]: (요약)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정몽주의 손자다. 단종복위사건이 일어나자 사육신의 무죄를 주장하였다가 유배되어 죽임을 당하였다.
(끝)




생각 거리 : 우리의 전설은 조상이 걸어온 삶의 발자국이다. 그 발자국마다에는 애달픈 눈물과 구성진 땀과 해학의 웃음이 고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조상의 발자국마다에 고여 있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되살려서 닦고 보존하여 대대로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를 생각해 보고 느낀 점을 적어서 그것을 소재로 하여 줄거리를 만들고 살을 붙여서 독후감을 써서 『사람과 환경 문학인 협회』 독후감 공모에 응모해 봅시다. 사람과 환경에서는 발명특허의 방법을 문학의 구성방법에 응용하여 여러 문학장르에 당선되었고 도움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멘토링 하여 당선되게 하였으며, 40여 년 동안 비용을 받지 않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하여 여러분의 글쓰기를 도우려고 합니다. 모든 분의 영혼을 살리는 멘토링에 적극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글/그림 권기훈)




*1985년에 문헌을 샅샅이 뒤져서 쓴 작품입니다. 책이 나간 뒤 숱하게 얘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인터넷 지식백과에 시대 미상, 작자 미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글을 많이 쓴 편은 아니지만 많이 도용당했습니다. 유명한 작가도 도용해 먹었고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외국에 제공하고 배급 이권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피와 땀으로 쓴 작품을 도용하다니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추적하고 밝혀서 책임을 물으려고 합니다.









2017-08-02 05:23:20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이전
  축복
다음
  권기훈/코 푸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