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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입원(3)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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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이제부터는 퇴원 하실 때까지 간병을 하는 일과 병원비를 마련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간병이야 간병인을 쓰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적지않은 간병비가 필요한데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동생들도 살림이 넉넉지 못하니 선뜻 간병인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집사람이 간병을 하였는데 잠 안자고 며칠을 뒷바라지 하다보니 집사람마저 병이 나게 생겼으므로 마지못해 둘째보고 너라도 와서 간병을 하라하니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가 와서 병원에서 잠을 자며 간병을 해 주니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릴 수가 있게 되었다.
어머니 같은 경우는 보통 한달 정도 입원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동안 들어가는 병원비와 간병비가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에게는 커다란 문제거리 였으며 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요즈음은 경기마저 좋지 않아서 생활비를 벌기도 허겁지겁 인데 과외로 병원비를 어떻게 더 번단 말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일하는 날 내가 참석해야 하는 교회 관련 행사가 몇 차례 있고 동창들 기도 모임인 신우회 모임도 일하는 날 있는데 그런 것 모두 취소하고 일을 해서 얼마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 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작정했는데 돈 몇 푼 더 벌려고 그 일들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나의 믿음이 그만한 것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되고 또한 믿고 의지하는 이의 필요한 것 채워주시는 하나님이시니 그가 의례히 해결해 주시지 않겠는가 하고는 그러므로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모든 교회일과 신우회 모임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하였다.
아침 새벽 일을 나가서 기독교 방송을 틀으니 들려주는 오늘의 말씀은 “여호와의 사자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치고 저희를 건지시는 도다 (시편 34-7) 아멘” 이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일반 병실로 옮기신 다음부터 어머니는 계속 설사를 하시는 것이었다. 천상 집사람이 가서 뒤처리를 해야 하고 그러니 둘째는 이 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그렇다고 형수가 계속 혼자 할 수도 없으니 간병인을 쓰는 수 밖에 없다 하고는 돌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실밥 뽑고 물리치료 하는 초기까지 만이라도 간병인을 쓰기로 하였는데 그 기일이 지나도 어머님은 거동을 못하시므로 계속해서 간병인을 쓰고 보니 이제는 돈 문제가 급하게 생겼다. 간병인에게는 매주 한번씩 간병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내가 버는 돈으로 간병비 대기도 모자라니 어떻게 하는가.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다가 결국은 카드 빚 쓰는 수 밖에 없구나 하고 큰아이에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어보니 카드 빚은 이자가 비싸니 그렇게 하지 말고 병원비를 카드 할부로 지불하면 이자가 더 싸다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할부 개월 수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일단은 돈 걱정이 해결되는 셈이었다.
동생들이 얼마씩이건 부담할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할부로 부담하면 되겠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병원비에 대한 방책이 세워지니 다시 마음이 평안해지고 내가 할 일은 주어진 택시 일 열심히 하고 또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구나 하면서 평상시와 같이 지나오다가 월말이 되어 지난 한달간의 수입을 계산해 보니 어머니의 간병비는 고사하고 일상 생활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가 아닌가. 경제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미소 지으며 여유있어 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것이 위선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주님 믿고 의지하다 보니 자연히 걱정이 없어지는데서 오는 여유라 하겠지만 내가 너무 여유있어 하는 것도 일종의 허세 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경각심이 생기고 내 자신과 내가 처한 처지를 생각한다면 나는 어디까지나 좀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자랑할 것 없고 주님께 머리 숙이고 감사하는 생활이외에는 없는 것이었다.

“아무일에 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 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하라”(빌립보 2:3-4)

어머니의 입원으로 얻은 소득이 둘이 있다.
하나는 동생들과 그들의 식구들에게 어머니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애정을 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또한 그들은 그 기회를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여 이용하였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이 스스로의 무기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리하여 내가 의지할 것은 하나님 밖에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처음 입원하고 수술할 때에는 동생들을 원망하는 생각도 나곤 하였지만 막상 입원하고 다녀들 가면서 어려운 형편하에서도 나름대로 병원비를 부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니 한편 안쓰럽기도 하면서 고맙고 감사하기도 하였다. 동생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입원비 전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나머지는 내가 카드 할부로 처리를 해야 하지만 그 방법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것은 요즈음 경기가 안좋아서 택시 손님이 많이 줄었고 그러므로 내가 능력껏 노력하여도 생활비 벌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매달 큰 금액의 할부금을 부담할 것인가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심할 때는 철렁철렁 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수술 잘 끝냈고 돈 한 푼 없는 가운데에서 어떻든 입원할 수 있게 하시어서 간병인까지 두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신 이가 하나님이시고 지금까지 모든 일을 처리해 주신 이도 그이시니 나머지도 의례히 해결해 주시지 않겠는가. 나야 기도하면서 주님께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하는 자각만 더 또렷해 지는 것이었다.
주님이 복의 근원이시고 그러므로 지상 최대의 복이 주님께서 함께 해 주시는 것일 진대 내가 이 일로 인하여 온전히 주님께 매달리게 되었고 주님 또한 함께 해 주시니 나는 최대의 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 아닌가.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를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역대하 16:9)
“주여 함께 해 주시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2006-08-30 08: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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