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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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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칼국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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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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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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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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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칼국수 / 靜然 김오진
오늘도 아빠는 콜록 콜록 기침을 하신다.
언제나 동쪽 방에서 머무시며 혼자 주무신다.
우리 집은 넓은 기와집에 온갖 나무들로 무성한 정원도 있다.
소나무, 밤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석류, 무화과, 진달래, 철쭉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에 뻗은 굵은 줄기는 동아줄을 매어 달아 그네를 타는 우리들의 놀이터이다.
가을철이면 여러 가지 과일을 따먹는 것도 즐거움이다.
연못 속에 커다란 잉어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대 가족이다.
할머니와 아빠, 엄마, 우리 육 자매와 집안일을 하는 머슴들과
아낙네들로 언제나 집안은 왁자지껄하다.
그리고, 마당에는 마루가 집을 지키고, 오리들, 닭과 병아리들,
소와 돼지들, 염소들도 키웠다.
하늘인 네 살로 다섯 번째 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넓은 마당에서 흙 놀이도 하며 정원에서
꽃구경도 하며, 어떤 때는 꽃밭에서 뱀이 나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도 구경한다.
시골 농촌의 맑은 하늘아래 따스한 햇볕을 쬐며 지내는 것이
하늘이의 하루 생활이다.
어느 날, 하늘인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노는 것도 지겨웠나보다.
아빠가 머물고 계신 동쪽 방이 궁금하였다.
하늘인 호기심에 살짝 문을 열었다.
엄마가 은행을 구워서 하나하나 껍질을 벗기고 닦아가며 아빠
입에 넣어주시는 것이다.
아빠는 엄마가 입에 넣어주시는 은행을 하나하나 받아 드시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습은 하늘이가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엄마 아빠의
다정했던 유일한 모습일 것이다.
아니....하늘아! 엄마는.. 그냥.. 아빠 옆에 있는 거야. 약 드시는 거야.”
엄마는 하늘이를 보고 놀라 얼굴이 발개져 뭔가 변명하려 하신다.
네 살배기 하늘이는 엄마 아빠 모습이 보기만 좋았는데, 엄마는 부끄러우셨나보다.
하늘인 엄마가 은행을 아빠 입에 건네 드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계속 보고 싶었는데,
문을 닫으라는 엄마의 호통에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하늘인 “엄마 아빠 사랑한다.”라고 떠들고 싶었지만,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수줍고 부끄러워하셨기 때문이다.
아빠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셨다.
가끔 퇴원하여 집에 오시면 늘 동쪽 방에서 생활하셨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정말로 유머가 넘치시고 다정다감하신
분이다.
하늘인 비록 어렸지만, 때때로 가끔 만나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그렇다.
어느 날, 하늘인 한 밤중에 오줌이 마렵다고 울기 시작했다.
혼자 무서워서 일어나기 싫다고 울어대며 온 집안 식구를 다 깨웠다.
잠 귀 밝은 할머니도 깨셨고, 한 밤중에 집안이 온통 하늘이의 울음으로 인해 소란해졌다.
그 때 동쪽 방에서 아빠가 나오시더니 파리채 손잡이로 하늘이
어깨쭉지를 한 대 내리치셨다.
그 때서야 하늘인 울음을 멈추고 오줌을 싸고 온 집안 식구가
다시 잠을 자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하늘인 여전히 웃퉁을 다 벗고 팬티만
입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 아빠가 부르셨다.
하늘아, 이리 오너라.” 하늘인 아빠한테 잽싸게 뛰어갔다.
왜? 아빠?” “응, 저기서 파리채 좀 가져와봐.”하신다.
하늘인 어젯밤에 맞은 파리채를 가져와 아빠께 드렸다.
하늘아! 뒤로 돌아 보거라.”하시더니 파리채를 그대로 어깨쭉지
에 생긴 파리채 자국에 갖다가 대어 보신다.
흠....딱 맞군!”하시면서 주물러 주신다. “됐다. 이젠 가서 놀아라.”
하늘인 아빠의 이 몇 마디의 말씀을 살면서 언제나 가슴 따뜻한
사랑으로 간직하고 있다.
아빠가 자주 아프셔서 항상 같이 지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동쪽 방에 아빠가 계시면 엄마도 더 활기 있고,
온 가족이 더 행복했다.
우리 집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그 초등학교는 우리 할아버지가 세우신 학교이고 우리 아빠가
교장 선생님이시다.
하늘인 학교가 우리 학교이고, 아빠가 교장 선생님이라는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
언니들이 모두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하늘이도 언니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벽이면 벽마다 글씨를 쓰면서
“나 글 쓸 줄 안단말야, 나도 학교 갈래.”하면서 매일
보챘다.
어느 날 언니들은 월남에 계신 국군 장병 아저씨들께 위문편지
를 써야 한다고 모두 모여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하늘이도 언니한테 종이 한 장 얻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국군 장병 아저씨께. 만나요.
만나요. 나하고 만나요. 만날 때는 꽃 한 송이 가지고 만나요.
그 꽃은 우리 교실 꽃병에 꽂아 놓게요.-
하늘인 이렇게 편지도 쓸 줄 알고 글도 쓸 줄 안다고 학교 보내
달라고 조르며 울고 때를 썼다.
언니는 하늘이가 쓴 편지를 학교로 가져갔고,
선생님은 하늘이 편지를 같이 동봉해서 월남에 계신
국군 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보내셨다.
그 후로 언니는 월남에 계신 국군 아저씨와 편지를 교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집안 배경과 하늘이의 고집으로 하늘인 다섯 살에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실은 하늘이가 너무 졸라대니 그냥 반에 넣어 준 것이다.
하늘이는 정말 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이 즐거웠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자애들이 괴롭히기 시작했다.
쬐그만한게 학교에 들어 와?”하면서 선생님 모르게 연필을 뾰죽
하게 깎아서 하늘이 머리 뒤퉁수를 콕콕 찌르는 것이다.
선생님! 야가 내 머리 찔렀어요.”하면서 하늘인 울며 선생님께
툭하면 일렀다.
선생님께서는 뭐라고 하지도 못하게 한숨만 내쉬는 것이다.
하늘인 학교에서 남자애들한테 연필로 머리 뒤퉁수를 찍히는 것
보다 집에서 마음껏 웃퉁 벗고 흙 놀이 하는 게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학교엘 가지 않았다.
그 해, 더운 여름은 가고 가을이 왔다.
가을은 무르익어 집안의 나무들은 과실을 맺고 단풍도 아주 예쁘
게 물든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한동안 집에 계시면서 책도 읽어주시고 잘 놀아주시던 아빠의 건
강이 다시 나빠지신 것 같다.
아빠는 또다시 삼삼병원에 입원하셨다.
엄마는 매일 병원과 집을 왔다 갔다 하신다.
우리들도 가끔 아빠가 계신 병원에 병문안을 가곤 하였다.
어느 날 하늘인 엄마를 따라서 같이 병원엘 갔다.
하늘인 병원이 신기하였는지 계단이며 병실을 쿵쿵거리며 뛰어
다닌다.
하늘아! 좀 조용히 좀 다니거라.응? 아빠가 편찮으시잖어.”
하며 엄마가 꾸지람을 하셨다.
괜찮아, 그냥 내버려 둬. 놀게.”
아빠는 많이 아프신지 누워 계시지도 못하고 엄마 어깨에 몸을
기대고 힘없이 앉아 계시면서 말씀하셨다.
저녁 시간이 되어 아빠 병실에 저녁 식사가 제공되었다.
커다란 국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며 참 맛있게 보였다.
"응? 이게 뭐야? 엄마, 나 먹을래.” 하늘인 맛있게 보이는 아빠
의 저녁식사를 먹겠다고 때를 쓰기 시작했다.
"하늘아, 이 칼국수 아빠 드셔야지. 좀 조용히 좀 있거라.
도대체 왜 이렇게 철이 없냐.”하시면서 나무라셨다.
“여보. 이거 하늘이 먹으라고 해. 난 됐으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조금이라도 드셔야지요.”
“아니....아니.... 입 맛 없어. 안 들어가. 그냥.... 쉬고 싶어.”
아빠는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그대로 엄마 어깨에 기대어 앉아 계셨다.
엄마는 아빠의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 땀을 수건으로 살살
닦으면서 아빠 얼굴만 바라보고 계셨다.
하늘인 오늘 병원에 따라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아빠의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하늘인 동네 친구들과 대문 앞마당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집안이 시끄럽고 뭔가 큰일이 난 것처럼 어수선하다.
일하는 머슴들은 마당에 멍석도 깔고 천막도 치며,
동네 어른들도 집안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동네 어른들은 대문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하늘이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무슨 일이지....?’ 하늘인 속으로 궁금해 하면서 계속 친구
와 땅따먹기 놀이를 하였다.
사람들은 무엇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대문 앞을 서성거리며
뒷짐을 지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며 왔다 갔다 하였다.
집안에서는 이따금씩 “아이고, 아이고”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트럭이 한 대 집으로 들어갔다.
트럭 뒤에는 엄마가 하얀 소복을 입고 쓰러져 누워 계셨고,
그 옆에는 하얀 옷을 입고 가지런히 누워계신 아빠가 실려 있었다.
'무슨 일이지?’ 하늘이 가슴이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울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계속 똑 같이 “아이고”만 하신다.
하늘인 대문 밖에서 집안을 바라보며 멈칫 멈칫 기웃거리기만
할 뿐 집으로 들어가기가 겁이 났다.
그 때 한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하늘이를 바라보았다.
“네가 하늘이냐? 내가 누구인 줄 알겠냐?” 물으신다.
하늘이는 순간 당황하며 깜짝 놀랐다.
‘어? 엄마는 지금 막 트럭 뒤에 실려 집으로 들어갔는데....
꼭 엄마 같다.’
갑자기 하늘인 엄마의 얼굴을 잊어버린 그런 충격을 받았다.
“저..엄마....”
“아이고..쯔쯔쯧..저렇게 철없고 엄마 구분도 못하는 저런
어린 것을 놔두고 가다니..나, 니 이모다. 하늘아.”하시면서
이모는 눈시울을 적시면서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하늘이 가슴은 콩닥거리며 머리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상하다,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친구와 계속 땅따먹기를 하였다.
하늘인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뭔가 일어난 일을 알 수 있었다.
아! 아빠가 돌아가셨구나!
엄마의 통곡소리를 더욱 깊게 하고, 사람들의 혀 끌른 소리를
더 애닯게 한 하늘이....
아빠의 마지막 식사였던 그 따끈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
르던 아빠의 칼국수를 맛있게 먹어버린 하늘이....
아빠의 꽃상여가 예쁘다고 빨강 노랑 초록의 꽃들을 만지작거리
며 한개 달라고 조르던 하늘이....
죽음이 무엇인지 그 의미조차 모르는 어린 딸의 모습이, 떠나는
아빠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을까?
죽음이 무엇인지 그 의미조차 모르는 어린 딸의 모습이, 남아있
는 엄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을까?
그러나, 정말 죽음의 의미가 무엇이고, 사랑하는 아빠가 우리들
의 곁을 떠나신 것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는 하늘이에겐 없었다.
그저, 어리고 철부지였다.
온 세상이 하늘이에겐 그저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 그 의미를 하늘이가 깨닫는 데는 시간
이 필요하였다.
아빠의 칼국수! 그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의 따스한 김은
하늘이에겐 잊을 수 없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다.
세월의 강이 흐르고 흘러 저 넓은 바다에 와 있다 하여도 하늘이
에겐 잊을 수 없는 아빠에 대한 사랑, 그 흔적이 되어 버렸다.
하늘이의 걸어가는 삶에 함께하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빠의
사랑이고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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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7 08:5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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