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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일기(14)-씻기움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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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내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택시가 손님들을 태우고 저만치 가다가 말고는 멈춰서더니 탔던 손님들이 모두 내리는 것이 었다.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나들이를 가는 듯한 젊은 부부 일 가족이었는데 아마도 요금 때문에 승강이를 벌렸던 모양이다. 그들이 손짓을 하면서 내차를 부르기에 갔더니 시흥까지 일반미터 요금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외로 나가면 빈차로 돌아와야 하니 2~3천원을 더 내시던가 아니면 시계미터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내 차에 타는 것이었다. 까다로운 손님 같아서 나중에 돈을 더 받고 말고 할것없이 시계미터로 가는 것이 말썽이 없겠다 싶어서 떠나면서 시계미터를 눌렀다. 시계미터를 사용하면 일반미터 요금에 20%의 할증이 붙게 되는데 시흥까지는 대략 일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올 것임으로 그게 그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사실 요즈음은 가스비를 비롯해서 모든 부속품 값들이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에 20% 할증만 받고 시외 운행을 하면 아니감만 못할수도 있음으로 많은 기사들이 그렇게는 운행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는 그래도 양심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요금을 받아오고 있던 터였다. 얼마를 갔을까 그 손님은 택시미터를 살펴보더니 왜 시계미터를 눌렀느냐고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손님들이 타기전에 2~3천원을 더 내시던가 시계미터요금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 드렸고 손님들이 이에 동의하고 탄 것 아니냐 했더니 그런 소리 들은적 없다하면서 시계미터는 시계를 지날 때 사용하는 것 아니냐면서 따지고 대드는 것이었다. 시비를 걸려고 작심한 사람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해 봐야 소용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손님들이 탄 그곳에서만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모든 손님들이 다 이웃같아서 부당요금 같은 것은 받지 않는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하지 말자고 하면서 자기네 가자는데 까지 태워다주기만 하라는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가족들은 내리고 남자는 남아서 관청에 고발하겠다며 영수증을 달라고 하였다. 트집을 잡으려는 사람에게 트집을 잡혔으니 나로써는 어찌할 방도가 없음으로 해달라는 대로 영수증을 끊어 주었다. 따지고 보면 시계에서 시계미터를 누른 것과 일천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인데 그리고 그것도 사전에 그렇게 한다고 양해를 받고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부당요금을 청구한 택시기사로 고발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 하는 것이 늦은 나이에 택시를 하는 나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 믿으면서 일해왔고 그래서 그런지 그래도 가끔은 손님들로부터 친절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그렇지 않드라도 한 곳에서만 십여년을 일하다 보니 모두가 이웃같아져서 친근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는 손님들도 많고 해서 언제나 즐겁고 평안한 마음으로 일을 해오고 있는 터인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가 부당요금 징수자로 고발을 당하게 되였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어디 그 뿐인가 나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면서 그 뜻을 좇아 일한다고 여기저기 큰소리 치며 다녔는데 이것이 무슨 꼴인가 그 날밤은 정말 창피스럽고 부끄러워서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고발한다는 그 손님을 원망 하였다. 사람이 참 매정하기도 하지 나같은 늙은이가 그것도 미리 이야기 하고 한 것을 그리고 차이라 해봐야 고작 천원 정도인 것을 가지고 부당요금을 징수했다고 고발한다니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참 무섭고도 잔인한 사람이 다 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십여년을 운전해 오면서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억세게 운이 없었던 날인가 보다 하고 체념하려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님의 뜻이 계신 것 같았다. 규정대로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이 잘못한 일이요 비록 다른 이들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드라도 주님은 나에게 너만은 정해진 대로 요금을 받으라고 말씀 하시는 것 같았다. 어떤 그럴듯한 명분을 내 세워서 아무꺼리낌 없이 당당하게 규정을 어기면서도 아주 태연했던 나의 교만과 위선을 주님께서는 꼭 찝어서 꾸짖고 계신 것이었다. 죄인을 구원 하시려고 이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까지 하신 주님께서 네 몸을 내어주지는 못할망정 남의것을 훔치고 빼앗기까지해서야 되느냐 하시면서 나무라고 계신 것이었다. 하나님의 종으로써 성직자들이나 다른 훌륭한 종들같이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지는 못할망정 너는 사람노릇이라도 반듯하게 해 보라고 훈계하고 계신 것이었다. 고발당한다는 사실로 인한 창피함과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양심의 가책은 그것으로 인하여 앞으로는 내가 정해진 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며 내 마음에 쌓여있는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죄의 찌꺼기가 씻기어 나가는 아픔이 었던 것이다. 그 다음날 부터는 즉시 미터기를 규정대로 사용해야겠다고 작정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서울갈때 마다 내차를 부르는 이웃 노인 부부한테서 연락이왔다. 이들은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분들인지라 자기네 가는 곳까지 요금을 이미 다 알고 있음으로 내가 미터기를 어떻게 하는지 신경도 안 쓰는 손님들이다. 그런 형편이니 어찌하나 잠시 갈등이 일기도 하였지만 믿고 찾아주는 손님 일수록 제대로 해드려야지 하고 마음을 정리하였다. 사단은 나를 계속 시험하는 모양이다. 그 다음날은 또 마음씨 착해보이는 젊은 여자손님이 타고 서울엘 가잔다. 이 손님은 틀림없이 일반적으로 기사들이 받는 요금을 지불할 손님이다. 그러나 나는 유혹을 뿌리쳤다. 착한 사람일수록 더욱 더 잘해야지 이렇게 마음을 정할수 있었다. 모두가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은 요즈음 세상에서 그래서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이때에 그리고 무엇보다 한푼이 새롭고 한푼이라도 더 있어야 할 처지에 있는 내가 이렇게 한다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바보스럽게 여기어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주님께서 나에게 가기를 원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그 길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주님께 의탁한 삶 아니 주님께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삶이 이땅에서의 나의 마지막 삶이 아닌가 사랑이 많으신 주님께서는 갓난아기 목욕시키시듯 내 영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죄악의 때들을 이렇게 하나씩 둘씩 벗기시고 씻겨주신다. 이는 나로 하여금 죄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빛을 보게 하시고 주님이 거하시는 빛 가운데 살아가게 하려 하심이다. 나를 고발하겠다던 그 남자는 결국 고발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마음을 바로잡은 나를 보시고 그의 마음을 움직였거나 관청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신 모양이다. 목욕을 하고 나면 개운함과 상쾌함을 느끼는 것 같이 영혼의 때를 씻기움 받은 나는 마치 오랜 영어(囹圄)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았을 때 느꼈을 법한 후련함과 깨끗해진 양심으로부터 오는 담대함 마저 맛보게 된다. 물론 평생동안 살아오면서 이곳저곳에 알게 모르게 쌓여있는 죄의 찌꺼기들이 이런일 한 번으로 내 몸에서 완전히 없어 질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살다 보면 새로운 때가 끼어들기도 하겠지만 “아들이 가로되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누가복음15:21)”하는 돌아온 탕자의 회개하는 심령으로 늘 빛 되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주님께서 허락하신 하루하루를 맞이해야 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갈라디아서5:16)

2009-01-13 1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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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실 수밖에 없는 감독적인 생활,감동적인 글입니다. 장로님!안전 운전하세요.
권태헌	김선생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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