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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일기(24)-택시와 나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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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내가 늘 서 있는 택시 정류장을 향해 우회전하니 정류장에 택시는 없고 손님 한 분만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중간에서 다른 손님이 급하게 손을 흔들면서 내 차를 부르는 것이었다. 잠시 망설여지기는 하였지만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태우는 것이 옳겠다 싶어서 그 손님을 그냥 지나쳐 정류장에 차를 대었다.
그랬더니 그는 손 흔들던 손님을 먼저 태우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먼저 와 기다리다가 그리로 내려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손짓하던 손님을 태우고 가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모든 사람들이 저렇게만 하면 우리 사회가 참 살기좋은 세상이 될터인데 하였더니 그 손님도 그렇다고 하면서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것이 하찮은 일 같아도 그렇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고 하였더니 그도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나보고 교회에 다니시는군요 하는 것이었다.(내 차에는 사람들이 네비게이션을 놓는 자리에 시편 23편 말씀이 쓰여진 유리판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 누구나 쉽게 내가 예수 믿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하니 그는 자신과 남편의 믿음 생활에 대해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나보고 택시 운전 할 것 같지가 않은데 이전에 교편을 잡았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평생 회사 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직을 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 좋다고 하면서 좋은 것 한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이 일을 통하여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연단을 받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 손님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늘 택시하는 것이 그렇게 좋다고 외치고 다니는데 이러한 나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은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착각속에 빠져 있거나 정신 착란증에라도 걸린 것이 아닌가 스스로 의심하다가 가만히 보니 그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특별히 우리나라를 지칭한다). 바다를 건너 지르는 다리를 놓고 하늘을 찌르는 빌딩을 짓는가 하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온갖 호화스럽고 안락한 물건들이 넘쳐나고 별의 별 좋은 일들이 많은데 겨우 택시나 하면서 그것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어떻게 씨알이 먹히겠는가. 더욱이 요즈음 같이 사람들이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고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려고 드는 세상에서 택시 운전이 좋다고 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것과 진배 없는 일일 것이다. 거기에다 택시 일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하인의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좋다고 하면서 남보고 이해 못한다고 하니 내가 잘못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기야 그전에는 나도 택시기사 같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으니 어찌 다른 이에게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공감을 하든 말든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참 좋다. 평생동안 사람들이 좋다는 일, 해보고 싶다는 일 많이 해 보았지만 이 택시 일이 나에게는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그것은 이 일이 나로 하여금 하나님과 항상 함께 하도록 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함께 해 주심을 가슴으로 느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연단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가 나와 함께 하여 주심이 아니고 무엇인가.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을 때 조교가 붙어 다니며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고쳐 주듯이 하나님께서는 성령님을 통하여 함께 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그가 원하시는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시고 인도 하신다.
택시일이라는 것이 손님을 태우는 일이어서 하루종일 손님을 태우지만 내 마음대로 태울 수 있는 손님은 없다. 어떤 손님이 탈 줄도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손님이 가자고 하는데로 나는 가야만 한다. 이러한 특성이 있는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시고 하나님에게 매달려서만 살 수 있는 인간이 되게 만드시는 것이다. 내가 살아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이 일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나를 낮아지게 하시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의 죄인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하시면서 그러한 죄인이 예수님을 통하여 구속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게 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연단을 받으면서 이 일을 하다보니 예전에 내가 하나님을 모를 때 세상을 누비면서 내 욕심과 야망을 채우기 위하여 머리 싸매고 고심하며 때로는 육적 만족에 즐거워하고 또 어떤 때는 고통 때문에 괴로워하던 그때 몰랐던 기쁨과 평안을 누릴 뿐만 아니라 영원한 소망까지 갖게 되었다. 이 기쁨과 평안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므로 이 세상의 그것과 같지가 않아서 나의 재주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데 억지로 비교를 한다면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평안은 마치 엄마품에 안긴 아기가 느끼는 평안보다 더 안락한 영원과 하나 되는 듯한 평안함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맛을 즐기며 사는 나에게는 이 세상적 쾌락과 편안함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물론 이것도 앞으로 영원한 낙원에서 누릴 수 있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죄많은 인간을 구속하여 주시고 인생의 말년에 택시라는 일을 통하여 연단시키시면서 앞으로 누릴 영원한 기쁨과 평안함의 일부분을 이 세상에서 맛보며 살 수 있게 하시니 그저 감사하고 찬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물질적 축복도 허락하시고 세상을 다스리는 일을 맡기기도 하신다. 그러나 평생동안 하나님을 모르고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죄가운데 살아온 나같은 인간에게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여 주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단지 은혜 가운데 기쁨과 평안을 누리기만 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가끔은 송구스럽고 스스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순수함과 솔직함을 가지고 깨끗한 양심을 견지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서 순종하며 나아가는 것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손님을 태워다 드리고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메트를 털고 있자니 동료기사가 와서는 “형님, 이것 한 번 써 보세요.” 하면서 무슨 약품을 내민다. 그것을 뿌리고 문지르니 물로 씻어도 안 없어지던 흙먼지가 말끔이 지워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면 며칠은 가요.” 하면서 도와주는 동료기사의 마음씨가 참 아름답고 고맙다. 적은 것에서 얻는 큰 기쁨, 동전 몇닢에서 감사함을 느끼는 이 일이 나는 그렇게도 좋은 것이다.

“주께서 생명의 길로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편 16:11)

2009-11-18 10:33:08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노아름	주가 보이신 생명의 길 찬양이 생각 나네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장로님의 택시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태헌	아름님도 생명의길을 사모하시네요 반갑습니다 모시고 함께 찬양했으면 참 좋겠음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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