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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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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원고 -지금도 그 산에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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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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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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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산에 가면…
甘泉 권 기 문
시쳇말로 한창 잘 나갈 때 건강문제로 고향에 내려가 전화번호까지 몇 번 바꾸고 지냈는데, 2년 정도 시나리오와 드라마를 배우던 중대 철학과를 나온 어느 지망생이 영화진흥공사에 응모할 시나리오 원고를 들고 봉화 닭실에 사는 친구에게 주소를 물어서 찾아왔다.
작품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하고, 다음날 아침.
“봉화군 명호라는 곳에 금강산 보다 더 좋다는 청량산이 있다. 신라 성덕왕 십 년에 태어난 김생이 40년간 나뭇잎에 붓글씨연습을 하여 신필이 되었다는 그 김생굴 헌팅을 가는데 같이 안 갈 거야?”
했더니 좋아하며 따라 나섰다.
퇴계 이황이 호를 ‘청량산인’으로 쓸 정도이며, 해질 무렵 절벽에 비친 역광에 도를 깨쳤다는 전설이 있는 곳인데, 그 친구를 그곳에 데려가고 싶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아무리 좋아서 죽어라 구멍을 파도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친구가 그런 한계점에 와 있었기에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절 탑 앞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주위를 돌아보는데, 마침 적당하면서도 가파른 앞산이 눈에 들어왔다.
“목표는 저 산봉!”
하고 먼저 기어올랐다. 한 발만 잘못 짚어 미끄러지면 뼈도 못 찾을 벼랑 끝이었다. 나는 몇 번을 미끄러질 뻔하며 간신히 올라 나무꼬챙이를 꺾어서 땀을 뻑뻑 흘리며 무언가를 캐기 시작했다. 뒤이어 올라온 그도 역시 땀을 흘리며
“선생님, 뭐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몇 번을 묻자 나는
“산삼이야. 조용해. 떠들면 도망가.”
라고 말했더니 눈이 휘둥글… 잠시 후.
“선생님, 저 한 뿌리만 캐면 안 될까요…?”
“그래, 몇 뿌리만 캐.”
그랬더니 이 친구 본성이 튀어나왔다.
“선생님, 산삼을 캐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내가 몇 년간 가르친 건 어쩌고 겨우 산삼 몇 뿌리에, 쯧쯧…’
우리는 여러 뿌리를 캐서 안전한 곳으로 돌아 내려왔다. 그 친구가 김생굴 헌팅은 어쩌냐고 물었지만 새 운동화를 신었더니 발이 아프다며 그냥 내려왔다.
산 아래 강가에서 나는 물었다.
“오늘 산삼 캤지?”
"녜, 산삼 캤습니다.”
“실망하지 마. 이건 그냥 풀이야.”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내가 강물에 버리자 그는 안타까워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거 가져가서 뭐할 건데?”
“팔죠.”
“팔아서 돈으로 바꾸어 뭐할 건데?”
“……”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말했다.
“돈이란 없어지게 마련이지만 산삼을 캤다는 그 순간의 기분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다.”
“……”
“자네는 작가가 될 사람이야. 산삼을 캐던 그 정신으로 작품을 캐라.”
그러자 조금은 알아듣는 눈치였다.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 비로소 작품 얘기를 했다. 어느 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생기고 지도 코치가 오면서 친구 간의 갈등, 이성 간의 갈등, 재정문제로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간의 갈등…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갈등’을 그리고 있었는데, 마침 축구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야기는 매치가 되었으나 전반적으로 테마를 운반하는 과정도 소극적이었으며 특히 클라이맥스가 너무 밋밋했고 감동이 없었다.
작품분석과 첨삭까지 마친 후, 나는 부득이 내가 실화처럼 흑백 때 문학관으로 썼던 “00의 다리”라는 상징적인 다리를 그 작품 클라이맥스에 갖다 놓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의 눈이 반짝 했다.
“다리 이쪽은 과거, 다리 중간은 현재, 다리 저쪽은 미래. 우리 함께 미래를 향해―”
한 아이가 가리키며 소리치자, 와― 하고 달려가는 아이들. 아이들이 다리 중간에 이르렀을 때 카메라는 클로즈업하며 스톱된다.
대충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다리 위의 00들”이란 제목으로 당선되어 여러 감독들로부터 제의를 받고 몇 작품을 하고 자연스럽게 ‘무슨 18세’인가 청소년 프로를 꽤 인기리에 하더니(제목을 지어줌) 드디어 주말 연속극까지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가 거하게(?) 한턱을 쏘면서 하는 말이
“지금도 저는 그 산에 가면 산삼이 있을 거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 얘기는 나도 잊고 있었는데 스터디에서 누군가가 찾아와서 그 얘기를 들려주며 ‘선생님을 따라가면 작가를 만들어 준다던데요.’ 하면서 계속 따라다녀서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후, 그 얘기를 작품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으나 그는 생각하는 듯하더니 “선생님의 지적재산을 제가 어떻게 사용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하시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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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16 21:16:44 / 222.234.52.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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