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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원고 김기연- 수필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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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가을의 길목에서

벼 이삭들이 노릇 노릇하게 영글어 가는 따듯한 가을 햇살이 늦은 오후에 내 얼굴을 향해 비쳐 오면 그 밝은 햇살은 내 눈이 가몰 가몰하게 부셔오게 한다. 어제는 이른 아침에 경기도 포천에 있는 낮으막한 산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 집에 다니러 갔었다. 평소에 가끔씩 연락하고 지내던 선배 한분이 그곳에 전원 주택을 지어 놓고 노후를 보내며 지내고 있었다. 내가 자주 나가는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여 출발 하는 이른 아침길은 옅으게 안개도 끼어 있고 출근 시간을 피해서 그런지 그다지 막히지 않고 약 한시간 남짓 하게 __아 가는 길가에서 농촌의 광경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 옛날 어렸을 때는 그 농촌의 모습이 특별한 것을 몰랐다. 많은 세월이 흐른 요즘은 농촌 지역을 한번 가게 되면 농촌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밭에서는 무와 배추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어느 지역을 지나 가면서 고구마를 수확 하는 장면도 볼수가 있었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서 연세가 지긋 하신 어르신들께서 낫으로 누렇게 익은 벼 포기를 잡고 한 묶음씩 싹뚝 싹뚝 하면서 비는 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 콩 밭에는 잘 영글은 콩들이 토실 토실한 모습으로 콩대에 매달려 있고 콩잎은 모두 노랗게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높은 산과 들에는 아직 단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싱싱함을 잃은채 푸르름만 유지 하고 있었다. 열두 개울이라는 곳을 한참 따라 올라 가면서 그 개울의 모습도 놓치지 않게 되었다. 곳곳에 갈대 숲들도 있었고 작은 버드 나무들도 푸르름을 잃은채 한잎 두잎 색들이 노르스름하게 변해 가면서 가을의 계절이 점점 깊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개울이 적지 않아서 금방이라도 밀물 물고기들이 물살을 가르며 내 앞으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개울가 옆을 지나가면서 눈에 띄는 것 중에 높은 소나무 위로 다래 넝쿨들이 뻗어 올라간 모습도 볼수가 있었다. 말 그대로 열두 개울이라는 것은 열 두번 다리를 건너 간다는 이야기 처럼 몇 개의 다리를 건넜는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한참 올라 가게 되었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 중턱으로 생각되는 지점에 아늑하고 양지 바른 곳에 아담한 모습으로 집이 한 채가 지어져 있었다. 가을 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오고 있었다. 올라 가는 길목에는 빨간 코스모스 몇 송이가 가을 바람에 산들 거리고 있었다. 차가 힘을 받아 올라 가는 소리에 선배가 내려다 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몇 년만에 처음 뵙게 되어 그동안 그 선배의 머릿결은 하얗게 쉔 모습이었고 얼굴에는 주름 살이 더 늘어난 모습으로 보였다. 서로 손을 어루 만지면서 안부를 묻기도 하는 인사말과 함께 한쪽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집 주위는 말 그대로 자연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 왔다. 토종 닭들이 몰려 다니기도 하고 방목을 하는 집 토끼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도 볼수가 있었다. 잠시 쉬식을 취하는 동안 나는 주위 야산을 살피면서 무엇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도마 뱀도 보았고 몇 마리의 개구리도 보게 되었다. 숲속에 나무중 동백 나무가 있어서 올려다 보았더니 동백 열매도 약간 검은 모습으로 주렁 주렁 열려 있었다. 토종 밤나무 밑에는 크기가 아주 작은 알밤들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밤 송아리채 떨어져 있는 알밤들도 있었다. 작은 골짝기에는 졸졸 흐르는 옹달 샘물도 있었다. 큰 바위돌 위로 휀스를 쳐 놓았는데 그 휀스 위에는 귀여운 고추 잠자리들이 날아와 사뿐하게 앉기도 하며 바닥에는 가을 꽃들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그 꽃들을 __아온 나비들과 벌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는 동안 그 선배는 우리 일행을 위해 맛 있는 삼겹살과 점심을 준비 하고 있었다. 산 속에서 흐르는 물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묵은 김치와 맛 소금을 쳐서 맛있게 구워진 삼겹살을 한입 덥석 먹게 되었다. 푸짐하게 점심 대접을 잘 받고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간 가는줄 모르게 되었다. 한참 후에 선배 부인께서 커피 한 잔씩 정성껏 대접해 주시는 손길을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받게 되었다. 산새들이 노래 하는 소리도 듣기 좋았고 장 닭들이 소리를 내며 우는 소리가 아름다웠다. 너무 오래 지체 하면 선배 되시는 분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점심 대접을 잘 받고 돌아 간다는 인사를 올리고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 전원 주택을 마음속 깊이 그리며 가던 길을 되돌아 오게 되었다. 한참 내려 오는 길가에는 열두 개울이 합쳐진 큰 냇물도 흐르고 있었다.

오전에 논에서 벼를 베시던 어르신들은 늦은 시간에 저녁 새참을 드시며 휴식을 하시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이고 흐믓 하신 표정으로 보였다. 벼 이삭들이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논두렁 쪽으로 쏠려 있었으며 그 이삭들이 가을 바람에 출렁 거리고 있었다. 어느 집 모퉁이를 돌아 오는 길가에는 아직 감들이 익지 않아서 푸른 모습으로 주렁 주렁 열려 있는 것도 풍요로워 보였다. 도심에서 좀 처럼 볼수 없는 농촌 풍경과 산 골짝이에서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깊어 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목격했던 그 가을의 정취를 보면서 내 마음은 가을과 더블어 풍요롭게 마음의 살이 찌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직은 그렇게 깊어 가는 계절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날 풍성한 오고백과들을 거둬 들여서 창고가 그득하게 채워 지게 되면 애쓰시고 땀 흘리신 농부님들께서 무척 행복해 하실것 같다.

오늘은 며칠 전부터 기상 예보로부터 예고한 가을 비가 이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이었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을 때 밖으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 왔다. 베란다 문을 닫지 않아서 그런지 새벽에 더 크게 들려 오는 풀 벌레들과 귀뚜라미 그 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지며 집안으로 들려왔다. 고요한 새벽에 그렇게 요란한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어떻게 보면 그 울음 소리도 마지막이 될것 같으니까, 더 세차게 울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예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더 추워지면 풀 벌레들과 귀뚜라미도 세차게 울어댈 힘이 떨어질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밖을 내다 보면서 그 풀 벌레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를 혼자 한참 듣고 있었다. 어떤 귀뚜라미는 묵직한 소리로 울고 다른 귀뚜라미는 가늘게 울기도 했다.

그 귀뚜라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여러 소리가 혼합해서 들려 오기 때문에 마치 중창단이나 대 합창단의 소리와도 같같았고 한편으로는 그 유명한 헨델의 행진곡 처럼 들려 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려 있었던 베란다 문을 닫은후 성경 책을 옆에끼고 새벽 기도의 길을 나서게 되었다. 이제 동절기가 다가오게 되어서 그런지 하절기와 다르게 밖이 캄캄한 길을 나서게 된다. 그렇게 많이 오는 비는 아니지만 꾸준히 빗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 오는 발길은 가을비 답지 않게 빗 방울이 굵어졌다. 그렇게 굵은 빗 방울을 보면서 가을이라는 계절의 발길도 이제 바쁘게 돌아 갈때가 되었구나 오늘 새벽녘에 세차게 들려 오던 귀뚜라미들과 풀 벌레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것도 그렇고 가을을 재촉 하는 빗 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 봐도 이제 가을이라는 계절은 갈 길이 무척 바쁜것 처럼 계절이 바뀌는 그 길목에서 물 방울이 구르는 소리처럼 내 귓전에 들려 오고 있다. <인천 김기연>

2011-10-13 21:54:18 / 116.127.16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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