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기독교문예 9호원고 수필1편

이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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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동해안에 갔다가 유명하다는 어느 횟집에 들렀을 때의
이야기다. 옆에 앉은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서
“맛있게 해주세요.”하니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손님이 맛있게 드셔야죠.”하고 대답을 하는 것 이었다. 그럴 경우 보통은 그냥 “네” 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렇지 않은 그 대답은 내 머리 속을 맴돌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였다.
유명한 횟집이니 자기네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가만히 따져보니 그 아주머니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회라는 것이 바다에서 잡아온 살아 있는 생선을 그대로 뜬것임으로 주방에서 더 맛있고 없고 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찬으로 쓰이는 야채나 초장 같은 것들도 미리 준비 되여 있으니 손님이 어떻게 드느냐에 따라서 맛이 있을 수도 또는 덜할 수도 있다는 그러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음식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맛이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으며 사람의 입맛도 서로 다르고 또 환자인 경우는 먹고 싶어도 전혀 입에도 못 대는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대하는 가에 따라서 느끼는 그 맛이라는 것이 달라지게 마련이다.선조 임금이 임진왜란 때 피란도중 한 어부가 바친“묵”이라는 물고기를 먹어보고는 맛이 너무 좋아서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 했었다 한다. 그런데 피란을 마치고 궁에 돌아와 생활 하던 중 문득 ‘은어’ 생각이 나서 그 음식을 다시 만들어 먹어보니 피란 때의 그 감칠맛이 전혀 없음으로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라고 하여 “도루묵”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설화도 있지 않은가. 나의 입맛뿐이 아니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조미료 회사에서 일할 때 에는 길 거리 구멍가게에 걸려있는 조미료 봉지만 눈에 띄더니 송전 철탑회사에 근무하면서는 어디를 가나 철탑만 보였다. 어디 그 뿐인가 지금은 택시 일을 하는데 길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택시를 탈 사람인지 아닌지를 멀리서도 알 수가 있다. 택시 기사들이 그렇다 하여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나도 해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 였다.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맛을 느끼는 것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을 보는 것 같아도 그것들은 기계적 역할을 할 뿐이요 실제는 나의 생각과 마음에 따라서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들리기도 하며 어떨 때 는 맛이 있기도 하고 아주 없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의 마음 가운데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 하는 것과 내가 현재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나의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맛까지 좌우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나의 행동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를 회상해 보면 참 어리석고 모자라는 일들을 너무나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회사가 잘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너무나 외곬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나의 행위가 옳은가 그른가는 염두에도 없이 퇴폐 하고 타락한 현실과 타협하면서 부도덕한 일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일들 말고도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는 그럴듯한 당위성에 눈이 어두워서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을 매정하게 퇴직시키는 일에 앞장섰던 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에 사무치도록 죄스럽고 안타깝다 나 개인적 의로움에 마음이 송두리째 빼앗겨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두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였던 것을 지금에야 깨닫고 나홀로 참회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참회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경우 내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계심으로 인하여 가능한 일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고 그래서 내 고집과 내 지식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면 아마도 그렇게 참회하지도 안았을 것이요, 참회할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든 그렇게 믿음을 갖고 보니 그전에 못보던 것 보게 되고 못 듣던 것 듣게 되었다.
성경 가운데 여호수아서 3장에 보면 대제사장들이 언약궤를 메고 요단강을 건널때 요단강이 갈라지는 기적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믿기 이전 같으면 그러한 기적 같은 것 믿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사에 관심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껏해야 궤짝메고 강을 건너는 종교인들의 의식 행렬 쯤으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강이 갈라지는 기적에서 하나님의 전지 전능하심과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시는 가이 없는 사랑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언약궤를 메고 강으로 들어서는 대제사장들의 모습에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경외와 순종과 소망과 찬양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그 행렬의 맨 끝 뒷발치에서 기우뚱거리며 따라가고 있는 죄많고 게으른 늙은 종 한사람의 모습까지도 보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맛있게 드셔야죠.”
그렇다 맛있게 먹느냐 맛없게 먹느냐 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는데 그 나란 것이 나의 조정을 받고 있느냐 하나님의 조정을 받느냐에 따라서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전자는 나의 식욕을 채우고 나의 구미에 맞는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어떨때는 “은어”라 하고 또 다른 때는 “묵”이라 하면서 살다가 가는 삶이라 한다면 후자는 감사와 소망과 사랑의 양념이 듬뿍 얹혀진 “은어” 요리를 매일 매일 맛보면서 살다가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가는 그러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8)

2013-12-24 09:02:41 / 175.116.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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