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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독교문예 9호원고 시3편
이름
이재관
홈페이지
첨부화일

기독교문예 2014년 투고 작품 -시 3편-



맛있는 샌드위치
-여행 중 캐나다 우크루렛 교회에서-
이재관



섬 안에 섬이 있고 산맥도 있다.
가냘픈 원시의 소리 꾸르륵 삑삑
밴쿠버 섬 작은 교회의 주일예배 후
서양 할머니들 얼굴에 활짝 웃음꽃 핀다.
손수 만든 샌드위치를 나눠주는데

2천 미터 봉우리 20개를 거느린
엄청난 산맥이 체면불고 해변에 다가왔고
바다는 종일 철썩여 산을 향해 손짓하니
산맥과 바다가 만드는 거대한
샌드위치 속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비록 단물과 짠물이 번갈아 드나들고
안개 석 달에 폭풍우 석 달,
산의 무게로 약한 땅바닥이 꺼져
한때 죽은 듯 뒹굴기도 했다지만
가로누운 통나무 곁엔 새순이 돋고
곳곳에 영지버섯이 그윽하구나.

우리 사이는 얼마만한 거리일까?
허하지 않게 달콤한 정(情) 꾹꾹 눌러
샌드위치 하나 더 부탁합니다.





바람의 얼굴을 봤다
이재관



먹던 반찬과 밥덩이와 음료 거의 2인분이
폐지 수집함에 쳐 박혀 개 밥통처럼 된 어느 날,
화도 나고 미안스럽기도 하고
원룸주택에 일하러 온 청소원에게 슬쩍 물었다.
“음식을 이렇게 버리다니, 화나시지요?”

“화내면 이 일 못해요.”

순간 곧고 시원한 바람이 휙 뺨을 스친다.
주택가 휘도는 바람은 언제나 그러했지
어슬렁어슬렁 자취 없이 맴돌고
앞을 막아도 허파로 들어가
밥이나 먹자고 눙치다가 어느 새 사라진다.
금년 내년 내후년에도
메뉴는 끼마다 비슷비슷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고
언제나 말없이 지나갈 테고
화내지 않는 세월이라 빙빙 도는가 보다.





제비꽃
이재관



‘항상 기뻐하라’ 하시지만
친구 떠난 산과 들, 봄빛 가득하니
나는 무엇으로 즐거워하고 기뻐할까

함께 걷던 개나리울타리 어귀를 지나
화사한 진달래 철쭉 군락도 못 본 척
산길 홀로 반시간,
은혜로 마주치는 이슬 반짝인다.

만날 때마다 숨어
두리번거리게 하는 제비꽃 아가야,
편식(偏食) 하련다.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즐기리니

평생 조바심으로 얻는 그 무엇보다
은혜로 마주치는 것이 위대하구나.
보라색 희망 싱싱한 네 곁에선
나도 5절까지 힘껏 부를 것 같다.
까르르 두 팔 가득 작은 봄이 핀다.







2014-02-03 11:26:01 / 182.227.18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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