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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9호 원고_시 3편
이름
이종화
홈페이지
첨부화일

샤갈풍의 문을 열며

이종화

검은 염소가 소파위에 내려앉아 나를 끌어 앉고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어
가끔 창문을 뚫고 바람이 깨우려 했지만
나는 일어설 수 없었지
태양은 작은 액자 속에서 떠 있고
아침은 항상 나와 함께 하는 줄 알았어
문밖에 서있는 나무가 온몸을 굽혀 흔들리고
내 머리위에 흰 머리카락이 돋아날 때까지 속삭이고 있었어
누군가는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에도 나는 열지 않았어
문은 잘 닫혀져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강가의 돌들이 소리치며 굴러다녀도
꽃들의 입술이 노래 할 때에도 문을 열지 않았어

내 머리위에서 고드름처럼 어둠이 자라나고 있었어
나의 힘센 뿔로 당신을 받아버릴지도 모르는데 왜 따라오는 거지
나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
내 눈 속으로 당신이 밀려들어 왔지
나의 작은 손들, 작아지는 목소리들
나를 비추는 당신의 눈동자

어두운 강물위로 흘러 여기에 왔지
달력이 한 장 넘어갈 때 나를 일으키는 손
당신의 웃음소리는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어
막대기로 어둠 속을 두드리며 나와 함께 갔지

푸른 이끼가 둘린 담장을 지나 에메랄드 빛 지붕 나의 집
노래 소리가 흘러넘치고 있었어
햇빛에 온통 반짝이는 것들, 손뼉치는 나뭇잎 소리들
온몸으로 춤추는 풀잎들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어


신발
이종화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때를 벗기시며 빛을 내셨네
내가 말없이 온종일 신음할때에
내 무릎은 닳아 누더기 조각이 되었고
뼈는 녹아 버렸다네
내 속의 물음표들을 말했지
밤낮으로 당신의 손이 나를 짓누르고
이 몸은 시든 꽃잎처럼 말라버리고 말았네
죄를 묻지 않으시고
나를 닦고 입히셨네
침묵으로 나를 지키셨네
이젠 천둥이 치고 비바람 몰려오고 진흙이 밀려와도
아프지 않겠네
이제 당신을 위해 탭댄스를 춤추어야 하겠네

탄 생
이종화
밤이 온 도시를 뒤덮고
새들의 날개는 젖어 있었네
침묵이 나를 여기 내려놓았네
그동안 내 머리위로 얼마나 많은 먼지 바람이 일고
바닷물이 밀려오고 갔는지
잘못 규정한 이름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수없이 달력을 넘기며 해에게 손짓해 보았네
내 가슴속으로 밀려들던 북소리
나는 멈춰 서서
강물을 바라보았네
바람은 손가락 사이로 지나갔네
물 속을 들여다보다가 폭포 아래로 떨어진 소년, 다시 일어나
지팡이를 든 하얀 옷의 빛을 따라
모래 위를 걸어가 보았네
넘어진 양을 만지는 그의 손, 지팡이를 남기고 사라졌네
어둠이 슬며시 걸어오네 무섭고 두려워
지팡이를 두드려보았네 검은 사람들 사라졌네
풀밭을 지나 사막 속으로 걸어갔네
저 사구(砂丘) 아래에서 채찍에 넘어지는 사람들,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네
달력을 넘겨 뒤돌아보았지만
모두가 멀리서 짓다가만 집, 나의 방은 없었네
이제 나는
꿈속에서 강물이 흘러왔다는 것을 알았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바람이 불어오네
그 사이에 벌거벗은 내가 누워있네
2014-02-26 15:01:53 / 61.39.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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