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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호 원고 (시 3편)
이름
민경욱
홈페이지
첨부화일

바리새인 / 민경욱


반지르 참기름 두른 흰 쌀밥과도 같아 껍데기
달달한 밤벌레들의 유혹은 변해 버린 속살로 새까맣게
입안 가득 씁쓸함을 풍기고 어떤 때는 따끔한 육질이 씹혀

경건을 말하며 말씀과 기도 꼬박꼬박 마치 다니엘인양
하나님께서 그걸 받으셨다고 생각하는 거야?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란 말에 대해 익숙하지 그런데 그게
뭐 면죄부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기독교를 개독교라 말할 수 밖에 없는 중심에
내가 있다는 걸 지나가는 똥개라도 알 수 있을 걸
은밀한 곳의 모든 음란, 돈에 대한 탐욕, 악독이
파랗게 번뜩이는 CCTV 위로 가득 펼쳐져

당신의 눈 가리우리라 생각했던
당신의 손 피하리라 생각했던,
회개했다면 진실로 다시는 똑같은 죄를 짓지는 말아야지
보면 난 아버지가 없는 것만 같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그런데 또 이 말씀이 내게 위안이 되는 걸까?
아 정말 어찌할 수 없는 바리새인

한 줄기 링거 줄
빛 되어 나를 침투하면
진정 새 포도주가 될 수 있을까

바리새인의 피에 몸에 이젠
생각까지도 바리새인인 난
시를 쓰고 있어

당신의 진리가 아닌
바리새인의 사상이 가득한
바리새인의 시를




부재不在 / 민경욱


미쳐 버릴 것 같아
심지가 타 들어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아

탁`탁`탁` 폭죽이 심장을 내질러 달리고 있어
매일 치치칙 타다닥탁탁
절체절명 명태 한 마리
호흡기로 삐쩍 숨을 내쉬어

뼈 마디 세포 가득 새벽 내
진액이 흘러 나와
곯디 곯은 검정물,
아침이 싫어

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말해 줘 보아
제.발.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 말아 줘

떡시루 짓눌린 시한부 생,
밤이
자는 게 무서워
과부하 걸려 터지려는 터빈처럼
아침이 싫어

거기 말 좀 해 줘
누구세요 어디로 가고 계세요




아버지 / 민경욱


보소서 영혼 눌리어
바닷물 다 부어 마신 시퍼런 솜덩이
검푸름 속 아득히
가라앉습니다

흩트러진 주체 못할 용광로
들끓음으로
흐물흐물 허물어
내립니다

은혜의 단비가 없는 하루살이란
쳇바퀴 돌듯 살고 죽고 하는
빌 케이지*와도 같습니다

그에게는 의미 하나라도 있었지요
인류 구원

티끌 하나 견딜 힘없는
나약한 마음, 믿음 없음으로
당신을 부릅니다

흰 구름 점점이 가벼이 유영하는 사이
햇살이 얼굴을 따갑게 쪼아댈 때도
퀭 하니 들어간 눈과 핏기 없어
머얼건 안구가 투둑- 몸 안으로 파고듭니다

울긋불긋 벚꽃 파리하게 흩날리듯
스르륵 영혼 부서져 내릴 때
촤르르륵- 투영되는
생의 자락들

당신 손 잡으려
넘어지고 무너지고 수백 번 뻗은
근근이 힘겹게 잡으려 애쓰는 손 아닌
당신의 강한 손으로 덥썩 잡아 주시길
한차례의 절망을 담아 봅니다

출구 없는
가도 가도 끝없는 내리막길 위에서
당신을 바랍니다


*빌 케이지: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타임루프에 갖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주인공




2015-01-06 18:12:58 / 121.175.16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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