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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래된 골목 / 김성수
이름
서민기
홈페이지
첨부화일




오래된 골목


세상에 막힌 집은 없다
소통疏通할 수 있는 좁은 문이라도 있게 마련이다
낮은 담 너머로 서로 생활을 간섭해주는
이웃의 수다가 싱거운 일상에 간을 하고
때론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더라도
뒷날 평상에서 함께 마늘을 까며
간지러운 웃음으로 털어내는,
오래된 골목의 풍경은 조각조각 덧댄
상처를 땜질하는 소리로 저문다

사다리 타기를 하듯 막 그어 놓은 골목길
소꿉놀이하던 애들까지 다 불러들인 집들이
골목에 혓바닥 내민 불빛과 함께 환하고
관절염 앓는 대문의 삐걱거리는 통증을
걷어차며 취기로 용감해진 가장들이 귀가한다
가끔은 비행접시같이 그릇들이 날다 추락하며
들썩이는 집도 있지만 간지러운 귓밥을 파내듯
잠결에다 멍텅구리 배船 하나 띄워 놓는다

새벽이면 소화되지 못한 잠을 씻어내고
내장 같은 골목을 빠져 나가는 기침 소리
외등 하나 날벌레에 밤새 시달려 축 쳐진
오래된 골목을 장막帳幕을 치듯이
안개가 덧칠을 한다
낡고 녹슬고 색 바랜 골목과 집들을
풍성하게 씻어내는 안개가
균열을 메우는 쓸만한 시작이다
하지만 고서古書의 어려운 한자를 대하 듯
오래된 골목은 알 수 없는 기호記號같이
아리송한 길이며 공간이었다

-다울 김성수

출처] 오래된 골목 <크리스챤 창조문예 2004년 9월호>
2008-03-28 13: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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