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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줄

김 영 미
  금붕어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이들을 입양해 온 지가 3년은 지난 듯하다. 먹여 살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순전히 같이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것은 한 자 크기의 어항 한 개와 물고기 사료가 전부였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산소발생기가 없으니 영락없는 수중 감옥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한 놈이 제 수명을 다했다. 환경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비좁은 집에 세 놈이 살아가기에는 산소가 부족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금붕어들의 비밀이 늘 궁금했다.

매일 먹이를 준다. 야박하게도 하루 한 끼뿐이다. 물은 매주 한 번 갈아준다. 입을 물 위로 내밀면 그것으로 교환 시기를 알 수 있다. 참을 만큼 참았다가 구조를 요청하는 것일 게다. 물을 갈아주기 위해 고기를 어항 밖으로 들어내 놓는다. 자박자박한 물에 고기를 남겨둔 채 어항을 청소한다. 초보임이 어김없이 드러난다. 금붕어들은 물 밖의 세상임을 알아 차린 듯하다. 촉촉해진 눈망울이 발갛게 부어오른다. 오물거리는 입은 바짝 타들어간다. 더 나음을 향한 잠깐의 고통임을 알 리 없기에 팔딱거림이 처절하다.

생을 포기한 걸까, 모로 얌전히 누웠다. 새 물을 붓기 위해 드리워진 나의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덮는다. 물은 인공폭포처럼 고기를 향해 쏟아진다. 폭포의 물줄기가 지친 그들을 비틀거리게 한다. 몸부림친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혼신의 힘을 쏟게 만드나 보다. 등지느러미로 배의 돛대와 같이 방향을 재설정 해보기도 하고, 가슴과 배지느러미로 수평도 잡아보고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여 전진해보려 애쓰기도 한다.

뜻밖의 물결에 잃었던 중심이 금방 잡히는 게 보인다. 비틀거림도 잠시였나 보다. 안방에 누운 듯 물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 용케도 살아남았다는 기쁨의 표현인지 공기방울을 뽀그르르 물위로 날린다. 비로소 편안해진 모양이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고기마다 위기에 대처하는 본능이 있다는 걸 배운 적이 있다. 비밀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색맹인 눈, 있으나 마나한 코와 뇌를 가졌지만 모든 감각기관이 옆줄에 집중되어 있었음이다. 옆줄이 사람의 오감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도 상처와 고통을 알까.

내게 있어 옆줄은 과연 무엇일까. 전혀 얘기치 못했던 고난으로 휘청거릴 때 중심을 잡고 헤어날 수 있게 할 옆줄 말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인생의 구십구 퍼센트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맞장구를 친다.

절친하게 지내온 이웃이 있었다. 위층 아래층에 살면서 궂은 인상 한 번 쓰지 않았던 사이였다. 두런대는 수다로 우리의 사랑방舍廊房에선 그녀가 주의 자녀로 거듭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전도를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날카로운 사금파리 하나가 사이에 꽂힌 듯 관계가 뜸해졌다. 따로국밥처럼 노는 나의 언행에 싫증을 느낀 걸까. 행여 아이들끼리의 관계에서 서운한 것이 있었나, 얼기설기 이유가 얽힌 듯도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아무 이유도 없을 듯하다.

“(막9장42절)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니라.”

하지만 어디서부턴가 잘못 감겨진 실타래를 풀고자 하는 용기가 우리에겐 없었다.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슴으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할 뿐, 그저 오래도록 섭섭함으로 가슴을 채웠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에 단단한 슬픔이 내 마음 속에 성큼 똬리를 틀었다. 그래서였을까. 고독과 울분이 살며시 들어와 나를 옭아맸다. 온몸의 피가 정신줄을 놓은 듯 어지러웠다. 금붕어가 중심을 잃었듯 말이다.

엎친데 덮쳤다고나 할까.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의 부조리한 경영과 세금 탈루로 인해 남편은 검찰청 조사를 받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의 역경에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주고 싶었던 나는 오히려 덧보태어져 비틀거렸다.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워진 꽃은 없다고 했던가. 고난이 나를 흔들었다. 애벌레의 허물을 버려두고 나비로 날아가 버리듯 문제들과 고통에서 피하려고만 했었다. 고난과 이별하려고만 했던 그 몸부림이 오히려 더 큰 정신적인 고통을 낳았다.

가동그라져 허우적거리다 이제야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나의 무능함과 연약함이 옆줄을 찾아 손 내민다. 인간의 연약함이 신을 찾게 하는가. 휘청거리는 나를 일으켜 줄 옆줄은 하나님뿐이다. 인간으로부터 받는 공허한 위로는 일시적이지만 나를 위로함으로 일으키시고 깨닫게 하시는 건 언제나 하나님이셨다. 내 아버지의 날 향한 계획된 고난의 길, 매순간 색다른 고난의 길을 통해 새로운 삶의 지혜를 내게 터득케 하심이라. 내 아버지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나를 성숙케 하심이라. 그렇다면 견뎌 내리라. 말씀과 기도와 묵상으로 새롭게 되어 지리라 마음먹는다. 메말랐던 내 속 뜰을 그 분으로 촉촉이 채우니 인생의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갈 듯하다. 중심 잡은 내 삶의 플롯을 내 아버지와 함께 그려나가 보련다.

순간, 하늘을 향해 고기들이 힘껏 솟구쳐 오른다. 힘찬 도약이다. 순간의 고통을 잘 참아낸 눈물겨운 뜀박질이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 희망차 보이는가. 부드러운 한줄기 햇살이 금붕어들의 붉은 몸을 간질인다.
* 가동그라지다 - ‘가다가 넘어져 구르다’ 뜻의 순우리말
• 프 로 필 :
경남 거제 출생
대구 반야월 성덕교회 집사
사립도서관 <돼지등> 자원봉사
2012-09-11 16: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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