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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임종원 수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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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 전쟁, 귀경길 대란

임종원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깊은 산골이다. 요즘은 바로 집 앞으로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나 있지만, 과거에는 읍내에서도 차로 한 시간가량 비포장 길을 굽이굽이 달려야 들어올 수 있는 첩첩산중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시로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정든 그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면, 언제나 마음 한 편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곳! 동네 구석구석마다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언제 달려가도 어머니가 해맑은 미소로 반겨주는 곳! 마을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저마다 정겹게 다가오는 곳!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기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현재의 나를 만들어낸 곳! 그곳이 바로 우리네 고향이다.

그런 그리움과 애틋함을 한 아름 안고, 우리는 명절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흩어져 고향을 찾아간다. 아무리 차가 밀리고 힘이 들어도, 아무리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를 쓰고 꾸역꾸역 고향으로 향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두 손 가득 선물 보따리를 싸 들고 고향 가는 길에 나선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할 것 없이 고향으로, 고향으로 내달린다. 다름 아닌 명절마다 벌어지는 진풍경, 끝없이 이어지는 기나긴 행렬, 민족 대란이다. 이렇듯 우리는 명절 며칠 전부터 고향으로 달려가기 위한 귀성길 전쟁을 치른다.

그러나 명절을 지내기가 무섭게, 무엇에 쫓기듯 잰걸음으로, 우리는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귀경길 대란을 치른다. 명절 이후 며칠 동안 그 전쟁은 계속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고, 한껏 추억이 서린 곳을 찬찬히 둘러보기도 전에, 우리는 서둘러 고향을 떠나온다. 각박하고 삭막한 도시 생활로 짓눌렸던 마음을 잠시나마 고향의 살가운 정취로 달래며, 고달픈 세파에 찌든 마음을 고향의 정다운 향취로 채우고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나긴 자동차 행렬을 따라 고생스러운 귀경길에 들어선다. 아마 그건 어쩌면 더 멀고 험난한 세상살이의 여정으로 풍덩 몸을 내던지는 출발점일 뿐이지 않겠는가! 그건 마치 살벌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정글로 되돌아오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고향에서 새 힘과 용기를 얻어 다시금 격랑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작년부터 우리 가족은 이 전쟁을 치르지 않기로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던 일을 중단하는 실로 엄청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송구스럽긴 하지만, 그 대신 매일 저녁 빼놓지 않고 전화로 문안 인사를 드리고, 날씨가 썩 좋지 않거나 어머니 몸이 좀 편하지 않으실 때에는 아침에도 안부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그리고 명절 조금 앞이나 뒤에 따로 어머님을 찾아가 뵙기로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자라고, 그 곳 친구들과 더불어 많은 추억을 쌓은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참 아쉽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귀성길 전쟁과 귀경길 대란을 치르지 않아도 되니,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우리 고향과는 별다른 추억이 없는 아내와 아이들도 오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다보니, 정작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는 충분히 어울려 놀지 못하고 잠을 잔다거나, 그저 우두커니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가로운 때에 시골을 찾으면, 어머님과 여유 있게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다. 서둘러 오가느라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홀로 계신 어머님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어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든 일들을 차분히 다 해놓고 오게 된다. 오가는 사람들에 치이느라 고생할 염려 없이, 차 막히면 어떡하나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 편히 고향을 다녀올 수 있다. 한편으로 소중한 전통이 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용납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전쟁으로 낭비되는 각 사람들의 에너지와 사회적인 비용을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창의적인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명절이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날 아닌가? 허급지급 고향을 다녀오면서 힘겨운 전쟁을 치르느니, 오히려 이렇게 한가로이 갔다 오는 편이 명절의 본래 의미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닐까! 더 나아가 우리 한민족이 이 같은 조상 숭배 열기를 좀 더 하나님께 쏟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스라엘 민족도 절기를 지키려는 열망은 우리 민족 못지않았으나, 그 대상과 방향은 전혀 다르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나가 적막이 감도는 밤, 고요히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본다.





프로필

경북대학교 고분자공학과
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기독교문예 제9회 수필 신인작품상 수상
선교촌(해외선교),온누리미션(외국인근로자)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공의)
현) 왕립가정공동체, 왕립번역센터 대표,
홈스쿨카페 “성경적 자녀 양육” 운영자,
고양파주지역 홈스쿨네트워크 모임
한국기독교홈스쿨협회 정회원
2014-10-20 17: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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