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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이은성 수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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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이 은 성


봄날의 따스함이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을 타고 나무, 풀, 야생화들을 잠에서 깨워준다. 눈곱들을 떼면서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팔들을 쭉 뻗어 올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분주하게 봄 동산을 장식하며 달려와 벌써 봄의 중반에까지 왔다. 상쾌한 봄날 아침, 밤새 봄비가 촉촉이 내려 대지를 적셔서 나무며 잡초들이 생기를 얻어 하룻밤 사이에 무척 자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봄의 전령들인 이름 모를 꼬마 야생화들은 벌써 활짝 피어 있지만, 흔해빠진 것들이어서인지 아름답다 곱다 하며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는 이 없으니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래도 나뭇잎 냄새 풀잎 냄새 푸대접 받는 야생화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풍겨오면 호흡을 할 때마다 가슴속 깊이 들어와 헝클어진 기분들을 상쾌하게 해 준다.
봄 내음을 한껏 마시며 철길을 따라 봄나들이를 나섰다. 내다보이는 차창 밖의 봄 풍경들이 동영상처럼 바뀌며 지나갈 때면 젊은 날 즐거웠던 로맨스들이 되살아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가끔씩 어떤 때는 매일 오고가는 철길 가는 길이 몇 정거장이 안 되기 때문에 승차하면 철길 쪽 출입문 보호대 기둥에 몸을 기대고 서서 밖을 내다보면서 자연의 변화와 펼쳐진 풍경들을 감상도하며 즐기면서 간다.
요즘 며칠 동안 같은 차량만 승차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난 것은 늘 하던 버릇대로 출입문 기둥에 기대어 차창 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다가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멈추어선 전동차의 차창 밖의 레일과 레일 사이의 돌 짝밭에 외로이 서있는 민들레 한 포기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민들레를 바라보며 위로해 주었다.
“허구 많은 터전 중에서 하필이면 돌 짝밭이냐? 기구한 운명이구나! 상행선이 달리면 위쪽으로 요동치고 하행선이 달리면 아래쪽으로 요동치고 상처 나고 찢어지고 뿌리가 뽑혀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곳 말이다. 사람이나 너나 모두 다, 세상 사람들 말대로라면 팔자소관인데, 다른 친구들은 좋은 장소에 심겨져서 아름답다 곱다고 사랑받으며 상팔자일 터인데 너는 팔자가 사납구나, 그래도 참으로 장하다. 모진풍파 다 이겨내며 잘 싸우며 살아가고 있으니 파이팅 하거라”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민들레는 대답했다.
“낸들 안 답니까! 어느 날 바람이 찾아와 공짜로 우주여행을 시켜 준다고 하길래 그래서 기분 좋게 바람타고 우주여행을 하다가 바람이 나를 이곳에다 내 팽개치고 도망가 버려서 하는 수없이 뿌리를 내리고 보니 네 말 맞다나 하필이면 이런 곳이란다. 그래도 걱정해주고 위로도 해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정말 고맙다.” 민들레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사귀자고 하길래 우리는 그 날부터 친구가 됐다. 그날 이후로 전동차가 정차 할 때마다 늘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나를 반기며 “친구야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 하면 “그래 친구야 안녕”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우리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그렇게 만났고 또 그렇게 만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찢어진 잎들 사이로 꽃대들이 올라와 샛노란 꽃 세 송이나 활짝 피어 환한 웃음을 웃으며 나를 반겨 맞아준다. 나도 반가워 반색을 하며 수고 많이 했다고 공로를 치하해 주니 수줍어 웃으며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칭찬을 사양한다.
내가 사정이 있어서 오랜 동안 못 와 보고 다시 찾아왔을 때는 반겨주던 꽃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꽃들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꽃씨마저도 날개 달아 날려 보내고 꽃대만 쓸쓸히 서 있다. 아마도 달리는 기차들의 후폭풍에 견디지 못하고 휩쓸려 날아가 버린 것이다. 꽃을 잃고 씨를 잃고 허전하게 외로이 서 있는 앙상한 꽃대, 친구를 잃어 아쉬워만하며 전동차의 문에 기대어 서 있는 나, 서로는 말문이 막혀 위로도 못해주고 인사도 못했다. 침묵만 있을 뿐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동차는 서서히 움직이며 다음 역으로 향하고 있는데 바로 옆 선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서울행 KTX 열차가 굉음을 울리고 폭풍을 일으키며 사정없이 달려간다. 아마도 민들레는 저 열차의 후폭풍으로 인하여 남아 있는 이파리와 함께 뿌리가 뽑혀서 날아가지나 않을까! 민들레 걱정을 하면서 눈을 감고 전동차의 문가에 기대 선 채 복지관을 향해, 나는 달리고 있다.


프로필

충남 당진출생
당진 성고 졸업
기독교문예 제9회 수필 신인작품상 수상
협성대학교 정년퇴임
상동감리교회 원로권사(現在)
수상 : 사회봉사 참여 수기 우수상(군포시 시니어클럽)
저서 : 저녁노을 속의 천국비유(글모음)
2014-10-20 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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