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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김윤화 수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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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세월을 넘어
김 윤 화


유월의 아침은 방금 세수를 한 듯 상큼하다. 푸른 하늘, 밝은 햇살, 맑은 바람, 화창한 날씨, 이런 청량한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살다 보면 아주 가끔은 삶이 버겁고 위로 받고 싶은 날이 있다.
유월 어느 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 하는 길은 뭔가 모르는 허전함이 밀려와 하늘만 연신 바라보며 터벅터벅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쓸쓸하고 울적한 날이면 삼촌에게 전화하고 싶어진다. 엄마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삼촌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삼촌과의 통화는 아버지를 뵙는 듯 늘 반갑고 애틋하다. 수화기를 타고 오는 반가운 목소리는 단숨에 목이 메어 눈물을 삼키기도 한다.

국가 유공자이신 삼촌은 젊은 날 월남전에 참전한 영향인지 청력이 점차 나빠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양쪽 귀 모두가 완전히 안 들린다고 하셨다. 병원마다 회복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낙심도 크지만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힘드신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서울 큰 병원에서 다시 확인해 보고 싶어 하셨다. 그날 밤 대학병원 원무과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급히 연락을 해서 예약을 하였다. 진료 과정이 길어질 수 있어서 우리 집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였다.
날씨도 슬슬 더워지고 갑작스런 손님맞이에 대청소하느라 등줄기에 진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편하다고 하시니 무엇보다 기뻤다. 다음날 새벽 포항발 서울행 버스를 타고 오실 때는 열일 제쳐 놓고 아버지를 모시는 마음으로 마중 나가서 이것저것 병원 검사를 마치고 진료비를 계산 하니 “네가 와 계산하노?” 하시며 정색하시기에 20년 전에 삼촌이 아버지 마지막 병원비를 계산하신 이야기를 꺼냈다. “니가 그걸 우째 아노?” “엄마한테 들었어요.” 그간은 아무도 언급한 적이 없어서 서운한 마음에 어느 날은 약주 한잔 하시고 신세타령 한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난 그땐 어리기도 했고, 집안 대소사는 엄마와 언니가 있어서 전혀 생각을 못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속에 간직한 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다만, 이 은혜를 언제, 어떻게 갚으면 좋을지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에 엄마로 부터 들은 이야기는 청년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주었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은혜, 잊을 수 없는 은혜, 식지 않은 사랑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삼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서울 진료가 다소 좋아질 거라는 희망적인 결과에 “서울이 역시 좋긴 좋다. 속이 다 시원하다”며 흡족해 하셨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걸 보면 말의 중요함을 다시금 느끼며, 평소 좋은 말, 희망의 말, 감사의 말, 사랑의 말, 힘이 되는 말을 해야 함을 느꼈다.
삼촌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나온다. ‘우리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어떠한 빚도 지지 말자.’ 참 아름다운 노래이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사랑의 은혜를 이제야 조금이라도 갚아 드리게 되는 계기가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쁘다.
내 가슴엔 삼촌이 저축해 놓은 은혜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필요할 때에, 적절할 때에, 긴급할 때에 인출해 드릴 것이다.
사랑의 은혜는 부담도 아니고 짐도 아니다. 하지만 은혜도 갚아야 하는 사랑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저 받은 은혜를 쉽게 잊어버린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베푼 작은 것은 계산하고 또 되돌려 받아야 할 빚으로 여기지 않는가?
오랜만에 삼촌과의 만남은 소통의 바람이랄까? 시원한 바람이 스쳐간 느낌이다. 나는 이 은혜를 기꺼이, 묵묵하게,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다.

내 어렸을 땐 무서운 삼촌이었다. 그래서 근처에 잘 가지 않았고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 있기도 했었다. 그땐 마음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것 같았다. 엄하게만 보였던 삼촌의 과묵함은 세월이 흐르고 인생을 알아 가면서 깊은 사랑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하나?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처럼 끈끈하고 가깝다.
아버지와 삼촌은 의좋은 형제, 서로 돌봐주고, 아껴주고, 세워주는, 그 형님의 그 아우이다. 나도 그 아버지의 그 딸, 그 삼촌의 그 조카였음 좋겠다.
감사를 아는 사람, 은혜를 아는 사람, 신뢰를 밥으로 먹고 사는 사람, 말이 곧 법인 사람, 정의로운 사람, 진실한 사람, 닮고 싶은 사람, 의리를 지키는 사람 등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내 몫을 충실히 해내며 기대 이상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우리 삶에 찰싹거리는 작은 은혜의 파도, 감사의 파도가 일어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고 가슴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
댓가없이 그저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 아버지와 삼촌이 남겨주신 사랑의 파도는 세월을 넘고 넘어 큰 물결이 되어 밀려오기도 한다.
아버지와 삼촌이 걸어가신 모습은 저녁노을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나도 따라 걷고 싶은 길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되었다. 사랑은 세월을 넘어 대를 이어 전승되고 메아리가 되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또, 누군가는 기꺼이 지켜가고, 실천하고, 이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프로필
: 경북 영덕 출생
방송대 경영학과 졸업
교회 주일학교 교사17년
기독교문예 제9회 수필 신인작품상 수상
대한예수교장로회 금성교회
직분: 집사
2014-10-20 17: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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